[TF의 눈] 유승준 방송 사고 전말…'지지리 운도 없는 스티브 유'

유승준이 27일 두 번째 심경 인터뷰를 진행하며 오열하고 있다. /아프리카 방송 캡처

"또다시 거짓말쟁이가 돼 속상하다"

카메라 앞에서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모두 토하는 듯했다. 유승준(39)은 "제가 입을 열면 더 논란이 되는 걸 알면서도 변명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신의 진심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상 전화 인터뷰를 끝냈지만 엉뚱한 곳에서 불똥이 튀었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인물인가. 이번엔 제작진 욕설이라는 초유의 방송 사고다.

유승준은 27일 오전 베이징에서 '아프리카' 방송 두 번째 생중계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는 지난 19일 홍콩에서 가진 인터뷰 후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이 일자 해명하겠다는 의지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세금 폭탄을 피하려고 국적을 회복하려는 건 아니다. 지난해 입대할 방법을 알아 봤다. 한국에서 연예 활동을 할 생각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역기피 의혹으로 입국 금지된 지 13년 만에 대국민 사과 방송을 냈지만 비난 여론이 더 커지자 유승준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제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려고 지난 제 잘못을 국민 여러분께 사죄하고 한국 땅을 밟으려고 했다. 그런데 지난 인터뷰 후에 제가 거짓말쟁이로 표현되는 게 정말 가슴이 아프다. 참 많이 속상하다"며 엉엉 소리 내 울었다.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로 30분 넘게 인터뷰가 이어졌다. 유승준은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계속 뉘우치고 반성하겠다. 지난 13년 동안엔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여러분 앞에 서서 사죄의 말씀을 드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내렸던 잘못에 대한 속죄의 길을 찾겠다. 저라는 사람의 변명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유승준이 눈물로 심경을 고백한 뒤 인터뷰를 마쳤지만 제작진 측이 마이크를 끄지 않은 상황에서 욕설 대화를 나눠 방송 사고가 발생했다. /아프리카 방송 캡처

그렇게 유승준의 영상 전화 인터뷰는 끝이 나는 듯했다. 전화가 끊어지는 '딸각' 소리도 분명히 들렸다. 이와 동시에 '아프리카' 방송 화면도 까맣게 변했고 "현재 방송 준비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방송이 시작됩니다'는 글씨가 떠올랐다. 누가 봐도 방송이 끝난 상황이었지만 소리는 계속 들렸다.

마이크가 계속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유승준에게 질문을 던지던 남성과 또 다른 제3자의 목소리였다. 이번 인터뷰를 기획한 신현원프로덕션 관계자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이들의 대화였다.

"지금 기사 계속 올라오네" "왜냐하면 애드립을 하니까" "세 번째 인터뷰는 언제하냐고 묻는데요?" "아 씨" "시방새" 등 자극적인 이야기는 그대로 청취자들에게 전달됐다. 그러다가 순간 이들은 "야 이씨. 이거 안 꺼졌잖아. 마이크 안 꺼졌네"라며 마이크를 황급히 내렸다. 하지만 이미 방송 사고는 벌어진 후였다.

그런데 이 욕설이 유승준의 입에서 나온 걸로 와전되기 시작했다. 유승준은 카메라 앞에선 울고 뒤에선 욕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찍히고 말았다. 그의 오열에 대한 진정성은 인터뷰 종료 5분도 채 안 돼 퇴색됐다. 논란의 멍석을 깔아 준 주최 측 탓이다. 이쯤 되니 유승준은 뭘 해도 안 되는 불운아인 듯싶다.

유승준이 19일과 27일 해외에서 생중계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오히려 거센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이새롬 기자

유승준은 자신에게 등 돌린 여론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한국 문을 두드리겠다"고 했다. 두 번째 해명 인터뷰에서는 "바라는 것 없이 그저 가족들과 한국 땅을 밟고 싶다는 마음뿐이다"며 자신의 심정을 알아 주길 고대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도 실패했다. 그의 진심을 제대로 팬들에게 알릴 시간도 없이 방송 사고만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참 지지리 운도 없다. 진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방송사고, 유승준(혹은 스티브 유)은 정말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불운의 사나이인가.

[더팩트 │ 박소영 기자 comet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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