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는 10살①] 10년이 끝? '스무 살 무한도전'을 위한 조언

무한도전이 10주년을 맞았다. 무한도전은 지난 2005년 무모한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첫 방송됐다. /MBC 무한도전 공식 홈페이지

10주년 맞은 '무한도전', 앞으로 10년 더 하려면…

어느덧 10주년이다. 평균 이하 남성들의 말도 안 되는 도전기로 문을 열었던 '무한도전'은 어느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시간동안 예능계를 지켜온 '무한도전'의 지난 시간들을 되짚고 앞으로 10년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점검해 본다.

◆ 10주년의 무게, 내려놔도 괜찮아요

환경 보호에 대해 이야기 하고 '갑을 관계'를 꼬집으며 우주여행까지 꿈꾸는 예능 프로그램. 그저 수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였던 '무한도전'은 이제 블록버스터 급 스케일에 사회 문제까지 다루는 거대한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됐다.

하지만 사실 웃음의 시작은 사소했다.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을 사랑한 건 사회를 향한 거창한 메시지나 위대한 도전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도 사실 빠지는 머리가 가장 걱정이었던 박명수가 짠했고, 못생긴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하자는 콘셉트가 황당할 정도로 어이없고, '유느님'이라 칭송받는 유재석이 '잔소리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취급받는 반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지구를 지켜라 북경 스타일 명수는 12살 특집. 무한도전이 지난 10년 간 만들어낸 웃음은 거창한 데 있지 않앗다. /MBC 무한도전 공식 홈페이지

물론 '무한도전'이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묵직했다. 진지하게 정색하고 하는 일침이 아닌 웃음이라는 코드 안에 녹여낸 풍자와 해학은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무한도전'은 어쨌든 예능 프로그램이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겠다는 것 이상의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거다. 10년 동안 방송되며 쌓인 책임감이나 짐을 내려놓고, '무한도전'이 11주년을 향해 가볍게 발걸음을 떼길 바란다.

◆ 주류-비주류의 벽을 넘어라

'무한도전'이 넘어야 할 벽은 내부에만 있지 않다. 10년 전에 비해 달라진 예능 환경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10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점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대세화다. '무한도전'이 첫 방송을 시작했던 2005년 당시만 해도 리얼 버라이어티는 시청자들에게 그리 익숙한 포맷이 아니었다.

2005년에는 SBS '일요일이 좋다-X맨'이나 KBS2 '상상플러스-올드앤뉴' 같은 스튜디오 물이나 MBC '놀러와' 등의 토크쇼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때 무작정 밖으로 나가 전철과 달리기 시합을 하고 진흙탕 속에서 연탄을 구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무한도전은 초반 산만한 포맷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규정된 틀이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예능계 대세가 됐다. /MBC 무한도전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10년이란 시간 동안 강산은 물론 예능 생태계도 바뀌었다. 이제는 그들이 쫄바지를 입고 에어로빅을 하든 돈 가방을 두고 추격전을 벌이든 레슬링을 하든 아무도 '쟤네 뭐하는 거야?'라고 묻지 않는다. 방송 초기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다양한 캐릭터들과 고정된 틀이 없는 포맷은 이제 다른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다는 뜻.

비주류에서 주류가 된 현재는 어쩌면 '무한도전'에게 큰 도전이다. 지질하고 짠해 보이는 멤버들이 지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불러왔다. 프로그램과 멤버들이 모두 예능계의 '슈퍼 파월'로 성장한 지금 '무한도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류와 비주류의 나눔과 경계를 넘어 시청자와 소통하고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힘이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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