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히든싱어' 아류작 꼬리 벗은 이유 '섭외력'
걸그룹 EXID 하니는 멤버 솔지의 노래를 들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솔지는 5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축하 무대를 꾸몄다. 지난 설 연휴 파일럿으로 방송될 당시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뛰어 넘는 폭발적 가창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솔지이기에 그의 축하 공연은 뜻 깊었다.
솔지가 '마리아'를 부르며 가창력을 뽐내자 같은 그룹의 멤버이자 이날 연예인 판정단으로 출연한 하니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같은 그룹 멤버가 실력으로 평가받는 것에 대한 감동을 눈물로 표현한 것이다.
솔지 역시 "어르신들도 나를 알아봐주신다. 굉장히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장면은 파일럿에서 정규 편성된 후 첫 방송 오프닝으로 공개되면서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 콘셉트를 정확히 알리는 것은 물론 감동까지 선사했다.
'복면가왕'은 특수 제작된 가면을 쓴 8명의 스타들이 무대에 올라 정체를 숨긴 채 오직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 받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지난 설 연휴 파일럿 형식으로 방송된 후 호평을 받았고 '애니멀즈' 후속으로 정규 편성되면서 '일밤' 구원투수로 나섰다.
어느 프로그램이나 출연자 섭외가 관건이다. 섭외는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른다고 할 만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기획력도 중요하긴 하지만 많은 프로그램들이 출연자 섭외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도, 이렇다할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저물기도 한다.
'복면가왕'은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섭외가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일단 뚜껑이 열린 '복면가왕'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다. 솔지의 완성도 높은 무대와 그 무대를 보던 하니의 눈물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단편적으로 드러냈다.
일단 '복면가왕'은 참가자가 가창력을 무기로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MBC '나는 가수다' JTBC '히든싱어' 등 인기 프로그램의 아류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런 태생적 한계를 의미 없게 만들었다.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들의 정체를 철저하게 가린 채 목소리와 가창력 하나만으로 평가한다는 포맷은 신선하지 않더라도 섭외가 신선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경연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기에 출연자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노래 실력이 섭외 포인트가 되자 경연자를 가수들로 국한하지 않아도 됐고 덩달아 배우 개그맨 뮤지컬 배우 등 출연자들을 다양하게 섭외할 수 있었다. 실제 5일 방송에 등장한 반가운 얼굴들은 반전을 주며 온라인 포털 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하는 등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예능 대세로 떠오른 노을 강균성은 가발을 쓴 채 미성의 보컬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허스키한 목소리 연기를 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스타셰프 레이먼 킴의 아내이자 배우 김지우나 블랑카 캐릭터로 "사장님 나빠요"라는 유행어를 남긴 개그맨 정철규, 배우 박광현의 출연과 이들의 놀라운 라이브 실력은 추리하는 재미와 함께 반전 매력을 선물했다. 시청률 역시 '애니멀즈' 마지막 회가 남긴 3.5%(TNmS 수도권 기준)의 2배가 넘는 8.2%를 기록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복면가왕' 민철기 PD는 "각계각층의 유명하고 노래를 잘 하는 분들을 섭외하고 있다"며 "제작진이 그동안 쌓아왔던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섭외 비하인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제작진 역시 "끊임없이 동영상을 찾아보고 있다"며 "드라마 영화 뮤지컬 공연 등 노래를 직접 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실력이 입증되면 섭외를 시도한다. 이렇게 본 동영상만 천여 건이 넘는다"고 강조했다. 신선한 섭외를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앞으로 '복면가왕'이 일회성 이슈 생산이 아닌 오랜 생명력을 가지려면 반짝반짝 빛나는 섭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현실적 한계는 있겠지만 섹시 여자 아이돌인 줄로만 알았던 EXID 솔지가 숨겨왔던 가창력을 인정 받았던 것처럼, 신의 한 수가 된 섭외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을지가 프로그램 성패의 변수다. '복면가왕'의 돌풍은 고착돼 있는 일요 예능 프로그램 순위 경쟁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로 작용하게 될지 기대를 갖게 한다.
[더팩트 ㅣ 김한나 기자 han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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