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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순수의시대' '쎄씨봉' '미생'의 교집합
"인기는 마시다 보면 흠뻑 취하는 단 술과 같아요. 욕심내선 안되죠."
충무로 '대세' 배우 강하늘(25)은 "물거품과도 같은 '인기'"에 취하지 않으려 자신을 다잡으면서 본분인 연기에 매진하며 필모그라피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종영한 tvN '미생'에 출연해 장백기 캐릭터를 연기한 이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기대를 한몸에 받는 기대주로 떠올랐고 그를 원하는 곳도 현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관심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인기는 달아서 계속 마시면 취하는 단 술과 같다고 생각해요. 감사함에서 끝내야지 그게 마치 정말 모두 내 것인 양 가지려 하면 안 되죠. 나도 모르는 사이 인기에 취하는 나를 다잡으려 늘 노력합니다."
그는 인기에 취하는 연예인이 아닌 제대로 된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한다. '미생' 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연극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머무를 때 가장 행복한 곳, 강하늘을 가장 강하늘답게 만들어주는 곳에서 취기를 모두 털어냈다.
그래서일까. 강하늘은 '대세'라는 말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는 "사실 오글거린다. 감사할 일이지만 아직은 부담이 더 크다. 행동과 말 하나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다"면서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이제야 진짜 어른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도 들기도 한다. 대세라는 왕관은 곧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 '순수의 시대'와 '스물' '쎄시봉'은 지난 2월과 3월에 동시다발적으로 개봉했다. 2014년을 모두 투자해 영화를 찍었지만, 영화 개봉 시기가 겹치며 올해 초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우로서 이미지 소비가 우려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영화 촬영할 땐 개봉일이 정해지지 않잖아요. 고심해서 선택했고 열심히 촬영했는데 개봉일이 겹치면서 다작한다는 이미지가 생기는 건 참 아쉬워요. 아무거나 한 게 아닌데 말이죠. 오히려 그 작품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미안해지더라고요. 영화의 진정성이 나로 인해 흐트러지진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다작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을까. 강하늘은 극 중 캐릭터를 연구하고 분석하며 온몸으로 표현하려 애쓰지만 캐릭터에 흠뻑 취하는 것은 경계한다. 그는 캐릭터를 자신에게 가져와 상황에 맞게 표현한다. 그래서 모든 캐릭터에 스며들면서도 중심은 잃지 않는다. 덕분에 작품 사이 긴 휴식 없이도 세 작품과 '미생'을 모두 소화할 수 있었다.
"마음이 제일 먼저 준비돼야 해요. 몸은 마음을 못 이긴다고 하잖아요. 마음으로 캐릭터를 이해하면 절반의 성공은 이룬 거죠. 해석이 많아지면 스스로도 뭐하는 지 헷갈리게 되더라고요. 머리보단 마음으로 공감하는 편을 택하고 있어요."
이러한 기준은 강하늘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과도 이어진다. 강하늘은 "관객이 가진 가치관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좋은 생각을 심어주거나 힐링을 주는 것"이 좋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스물'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쎄시봉'은 음악으로 힐링을, '순수의 시대'는 역사가 가진 뒷이야기로 재미를 관객에게 선물하죠. (웃음)"
그런 이유에서 강하늘은 영화 '어바웃 타임'을 연출한 리차드 커티스(59) 감독,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63) 감독,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한물간 가수 빌리 맥을 연기한 배우 빌 나이(66)를 좋아한다.
"'어바웃 타임'을 보고 나와 1분 1초가 소중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어요. 평소 안 보이던 길가 네온사인, 잔잔하게 부는 바람까지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써야지'라고 되내였죠. 그런 영화에 보탬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15년 상반기 한국 영화가 부진하다. 밀려드는 외화 속에서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에게 분위기 반전이 선봉에 서달라고 부탁하자 이러한 대답이 돌아왔다.
"배우는 연기할 뿐,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어요.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경험과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가 배우에게 필요한 이유죠. 저는 열심히 연기하고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릴 뿐입니다."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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