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인격 연기…배우 지성의 가능성 입증했다
"대상이요? 좋은 말씀은 감사하지만 상이 지금 제게 그렇게 중요하진 않아요."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가 끝난지 5일째 되던 17일 오후. 지성(38)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상에 욕심이 없다는 건 작품이 잘됐을 때 많은 배우들이 하는 이야기다. 상보다는 좋은 작품에 출연한 데 만족한다거나 상을 받을 만큼 잘하지 않았다는 겸손의 표현이다. 하지만 같은 말이 17년차 배우 지성의 입에서 나왔을 때 진정성은 남달라진다.
"저는 지금까지 다른 배우들을 향한 찬사를 많이 봤어요. 그러면서 언젠가는 나도 저런 찬사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랐죠. 그리고 한참을 달려왔어요. 저에 대한 좋은 기사를 볼 때마다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킬미 힐미' 이후 지성은 가장 '핫'하게 소비되는 배우가 됐지만 연기 경력으로만 보면 그가 새삼 '핫'하다는 게 의아해진다. 지성이 1999년에 방송된 SBS '카이스트'로 데뷔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어쩌면 지성은 자신의 말처럼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한참을 달렸고, 또 조금은 돌아왔다. 시청률이 아쉬웠던 건 아니다. 다만 세간의 찬사를 받은 대작에 출연해도 스포트라이트는 늘 다른 이의 몫이 됐다.
SBS '화려한 시절'에서는 류승범 공효진이 '올인'에서는 이병헌 송혜교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서는 유진과 이보영이 각각 주목을 받았다. MBC '뉴하트' 역시 시청률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잡았으나 '김민정의 재발견'이란 말 뒤에 감춰져야 했고, '김수로'에서는 주인공 김수로를 맡았으나 화제는 나찰녀로 분한 김혜은에게 집중됐다. '로열 패밀리'와 KBS2 '비밀' 역시 각각 염정아-김영애, 그리고 황정음의 드라마라 불렸다.
이쯤 되면 '킬미 힐미'로 지성이 얻은 칭찬과 인기가 그저 한 작품 잘 만나 주어진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에서는 한 발 벗어나 있었지만 그는 한결같이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몫을 충실히 했고, 이런 내공이 축적돼 '킬미 힐미'에서 폭발한 셈이다.
"어떤 드라마는 잘되고 어떤 건 잘 안되죠. 저 역시 어떤 드라마를 하면서는 이 드라마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어떻게 끝났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을 못 받았어요. 그렇기에 '킬미 힐미'가 제겐 더 소중한 건지 몰라요. 작품에 공감해주시고 힘이 되는 얘길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8살이란 나이에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만 꾸준히 해도 지성은 계속해서 작품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7가지 인격을 어떻게 해. 우습게 보이기만 할 걸'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가득했던 작품에 뛰어들었고 보란듯이 진가를 입증했다.
"'킬미 힐미'를 하며 배우로서 계속 존재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던 지성. 계속 그렇게 배우로 브라운관에서 살아가 주기를.
지성은 지난 12일 종영한 MBC '킬미 힐미'에서 7가지 인격을 가진 재벌 3세 차도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한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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