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지, 실제로 봐도 영화같을까?
'아이언맨'이 사는 풀 빌라, '건축학 개론' 속 수지가 사는 집, 그리고 '해리포터'의 마법 학교.
<더팩트> 독자분들은 영화를 보다가 '어머, 저긴 꼭 가야 해!'라고 결심했던 장소가 있었나요? 자신의 '버킷 리스트'에 꾹꾹 눌러 적을 만한 그런 '핫 플레이스' 말이죠.
생각은 했지만,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어서 발걸음을 떼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더팩트>가 나섰습니다. 영화 속 그 곳을 전 세계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스트리트 뷰'의 도움을 받아 구석구석 둘러봤습니다.
◆ '국제시장' 꽃분이네, 부산 국제시장
지난해 개봉한 '국제시장'은 1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뜨거운 인기를 누렸는데요. 그만큼 영화 속 배경이 된 부산광역시 중구 국제시장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극 중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의 일터가 바로 국제시장입니다. 국제시장은 부산이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상업도시로 이름을 떨치게 해주었던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된 1950년대가 국제시장의 황금기였죠. 현재는 관광지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덕수는 시장에서 상점 '꽃분이네'를 운영합니다. 촬영 전 이곳은 의류·잡화를 파는 평범한 상점이었지만, '국제시장'이 인기를 얻은 뒤 상호를 '꽃분이네'로 변경하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꽃분이네'는 '국제시장'의 흥행 뒤 피해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꽃분이네'가 부산 여행을 가면 한 번은 들려야 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한 것은 확실하지만, 막상 물건을 사는 소비자는 없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권리금 인상 문제까지 더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부산시와 시민들의 도움으로 '꽃분이네'가 건물주와 재계약을 성사했다고 합니다.
◆ '킹스맨: 시크릿에이전트' 킹스맨 양복점, 런던 새빌로우
요새 가장 '핫'한 영화를 꼽으라면 영국 신사 콜린 퍼스의 멋진 슈트가 돋보이는 외화 '킹스맨: 시크릿에이전트'입니다. 지난 19일 국내에서 개봉한 청소년관람불가 외화 중 최초로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킹스맨'은 루저로 낙인 찍혔던 청년(태런 애거튼 분)이 전설적인 베테랑 요원(콜린 퍼스 분)에게 스카우트된 후, 상상초월 훈련에 참여하게 최면서 최고의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에게 맞서게 되는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극 중 스파이 패션을 완성했던 '킹스맨 양복점'은 영국 런던 새빌로(SAVILE ROW) 거리에 있습니다. 여기서 '영국신사'의 아찔한 패션이 탄생하는데요.
예전부터 새빌로우 거리는 고급 수제 양복점 거리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새빌로우 거리 양복점의 주요 고객은 세계 유명 인사들을 비롯해 영국 왕실 귀족입니다.
이 상점들은 베스포크(Bespoke) 슈트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베스포크란 대량 생산된 옷이 아니라 장인들이 고객 한명 한명에게 맞게 맞춤식으로 만들어 내는 정장을 의미하죠.
영화 속 등장하는 양복점의 진짜 이름은 '헌츠맨'(HUNTS MAN). 이번에 '킹스맨'이 흥행 덕에 '헌츠맨'은 '킹스맨'이라는 독립 브랜드를 출시했다고 하네요. 영화 속 공간을 재현한 팝업스토어는 지난 1월 13일부터 새빌로 거리에 오픈했습니다.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타이베이 지우펀
지난달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또한 실제 장소가 있는데요. 바로 '홍등거리'로 유명한 타이베이의 지우펀입니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제52회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 작품은 이사 가던 날, 우연히 수상한 터널을 지나던 치히로가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지난 2001년 개봉한 뒤 14년이 지난 지금도 지브리 스튜디오 최고의 걸작이라 호평받고 있죠.
영화 속 배경인 신들의 세계는 지우펀에서 모티브를 받았습니다. 지우펀은 타이완의 옛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인데요. 구불구불 이어진 비탈길을 따라 늘어선 옛건물과 홍등이 낭만적인 정취를 자아내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명소입니다.
웅장하거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미로처럼 엮인 골목과 계단을 느긋한 걸음으로 산책하면 마치 '센과 치히로'의 치히로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우펀 사람들이 즐겨먹는 취두부 향기가 물씬 풍기는 상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 '냉정과 열정사이', 피렌체 두오모
세계적인 명소에서 촬영해 덕을 본 작품도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11년 개봉한 '냉정과 열정사이'인데요. 이 영화를 빼놓고 유명 촬영지에 대해 논할 순 없을겁니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세상 모든 연인들을 위한 세기의 러브스토리란 수식어를 얻으며 소설과 영화 모두 국내 팬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미술 회화 복원 공부를 하고 있는 준세이(타케노우치 유타가 분)과 아오이(진혜림 분)의 이별과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극 중 준세이는 10년전 아오이와 "너의 서른번째 생일날, 연인들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인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 하나를 생각하며 두오모로 향합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이탈리아 피렌체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그 중 두오모는 대표적인 상징물입니다. 정식 명칭은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으로 '꽃의 성모 교회'.
1년 365일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준세이와 아오이처럼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연인들부터 가족단위 관광객, 사랑을 찾기 위한 이들까지 두오모를 찾는 발걸음은 끝이 없습니다. 덕분에 두오모 주변엔 거리의 화가들이 넘쳐나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