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처럼 편안하게 다가갈게요."
무대는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길게 남아 있다. 1월 3일 끝난 MBC '무한도전-토토가' 덕분에 김현정은 신곡을 냈고 김건모도 컴백을 준비하고 있다. S.E.S 슈는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들어갔고 지누션도 YG 엔터테인먼트 수장 양현석에게 컴백을 약속 받았다. 터보의 옛날 앨범들은 다시 제작돼 판매됐을 정도.
출연하지 않았던 1990년대 가수들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는데 그중 영턱스클럽의 원년 멤버 임성은(42)이 있다. 그는 '토토가' 열풍과 맞물려 올해 컴백 의지를 다지며 팬들 앞에 서고자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인터뷰 차 <더팩트> 사옥을 찾은 그는 취재진에게 되물었다. "저 나와도 될까요?"
-13년 만에 컴백 의지를 다지게 됐네요?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안 그렸어요. 예전에는 TV 보면서 아이돌이 나오면 입 벌리고 보다가 이젠 용기가 조금 생긴거죠. 지난해 '절친' 도원경 콘서트 무대에 게스트로 나갔다가 그 여운이 쉽게 안 가라앉는 걸 느꼈거든요. 그러다가 1월 7일, 한국에 오게 됐고 다음 날 영턱스클럽 최승민이 '빅쑈' 무대에 같이 서자고 제안했어요. 바로 '콜'했죠."
-지난달 21일, 영턱스클럽 멤버들과 19년 만에 무대에 섰잖아요!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예요. '무한도전'을 보고 우리도 원년 멤버들 다 같이 모여 보자 했는데 좋았죠. 송진아랑 오랜만에 통화하고 지준구랑도 연락했는데 아쉽게 각자의 일이 있어서 모두 함께 서진 못했어요. 하지만 꼭 약속했답니다. 저, 최승민, 한현남, 박성현, 송진아, 지준구 모두 함께 노래하자고요. 영턱스클럽으로요."
-연습하면서 마음도 많이 뭉클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안무를 다 잊어버렸을 줄 알았는데 몸이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정'의 트레이드마크인 '나이키 춤'도 연습하니까 신기했고요. 예전에는 어떻게 그렇게 춤을 췄을까 싶어요(웃음). 옆에 있는 멤버들이 많이 도와 주니까 가능한 일이죠. 역시나 무대가 참 좋더라고요."
-'빅쑈'가 열리기 전 포스터 촬영도 즐거웠겠어요.
"정~말 웃느라 시간이 다 갔어요. 사진 찍다가 틈틈이 수다도 떨면서 재밌게 시가을 보냈죠. 소찬휘는 제가 있는 보라카이에 자주 놀러와서 봤으니 괜찮은데 김원준 룰라 지누션 김현정 DJ DOC 등 다들 오랜만에 보니까 정말 반갑더라고요. 얼굴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았죠. 동문회 온 기분이었달까요."
-솔로 앨범은 언제쯤 기대하면 될까요?
"올해 안으로 나올 생각이긴 한데 고민이 많아요. 팬들이 원하는 걸 해야 할지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1990년대에 사랑 받은 노래들, 그 느낌 그대로 가야 될지 새롭게 변신해야 할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답니다. 그래도 컴백 소식 하나만으로 환대해 주는 팬들이 있어서 고맙고 감사하죠."
-'토토가'가 컴백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네요. 보면서 울컥했죠?
"그동안 보라카이에서 스파를 운영하며 한국 분들을 종종 만났어요. 그땐 '팬이에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토토가' 시즌에는 '왜 TV에 안 나오냐'며 화를 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웃음). 그리고서 한국에 와 '토토가'를 봤는데 결국 울었죠. 저랑 같이 활동하던 분들이 다 나왔잖아요. 정말 좋았어요."
-영턱스클럽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요.
"멤버들 몇 명은 회사에 다니고 저 역시 외국에서 사업하는 게 알려지면서 '다들 출연하겠어?' 이런 마음이었나 봐요. 아예 섭외조차 안 들어왔으니까요(웃음). 시즌2 출연 요청이 오면 당연 '콜'이죠. 그 시절 함께 활동했던 UP, 자자, 클론 등과 함께 '토토가'에 서고 싶네요. 아, H.O.T 젝스키스도요!"
-그 시절 인기가 정말 대단했죠?
"영턱스클럽 전성기엔 전국 안 가본 곳이 없었죠. 그리고 차문만 열면 어디든 '정'이 흘러나왔고요. 레코드가게, 리어카 길보드, 여러 매장 등 모든 곳에서요. 하루에 기본 13개의 스케줄을 소화했고, 바쁜 날은 19개까지 소화했어요. 대단했죠. 팬층도 다양해서 초등학생부터 4,5,60대 분들까지 팬클럽에 가입해 웃은 기억이 나네요."
-컴백하게 되면 조카뻘 혹은 아들뻘 되는 후배들과 활동하겠는데요?
"지금도 어색한데 만약 같은 무대에 서면, 어떡하죠?(웃음). 그래도 이젠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됐어요. 팬들과 호흡하는 무대도 꾸미고요. 바람이 있다면 중간층의 문화를 위한 무대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트로트 무대가 있고 아이돌 무대가 있는데 그 중간층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무대는 없잖아요. 제 작은 바람이에요."
-특별히 서고 싶은 무대가 있나요?
"사실 무대를 따지기보다는 많은 곳에서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너무 오래 쉬었으니까요. 떨어진 감을 줍고 있죠. 가요계가 참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제가 활동할 떄랑 달라져서 배우고 있어요. 봄 햇살에 눈 녹듯 편안하게 다가가겠습니다. 내조, 사업, 가수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요. 제겐 다 소중한 것들이죠."
[더팩트 │ 박소영 기자 comet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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