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해철 수술한 K원장 의료과실 인정"…신해철 측 "조사 결과 수긍"

고 신해철이 쓰러진 지 138일,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28일 만에 그의 수술을 담당한 S병원 K원장의 의료과실이 입증됐다.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가려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신해철 측의 주장은 경찰에 의해 사실로 인정됐다.

경찰은 3일 신해철 의료사고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자의 동의 없이 위 축소술을 병행 시술했고 소장과 심낭에 천공이 생겼다. 또 수술 이후 통증을 호소하는데도 K원장은 적절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송파경찰서는 K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끝이 보이지 않던 신해철 측과 S병원의 공방도 일단락됐다. 양측은 지난해 10월 27일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뒤 사망 원인을 두고 대립해 왔다.

10월 17일 신해철이 쓰러져 S병원에서 K원장에게 수술을 받고 10일 뒤 그는 하늘로 떠났다. 이 과정에서 신해철은 여러 차례 통증을 호소했지만 K원장은 적절히 대처하지 않았다. 사인은 저산소 허혈성 뇌 손상. 그러나 유족 측의 요청으로 진행된 부검에서는 심낭과 소장에서 천공이 발견됐고 복막염과 심낭염의 합병증으로 생긴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인의 아내 윤원희 씨는 K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 지난해 11월 K원장과 윤 씨가 연이어 경찰 조사를 받았다. K원장은 의료과실 자체에 대해 부인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며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의료과실 입증을 위해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에 감정을 의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2월 "K원장이 고인의 위 용적술을 줄이는 수술을 시행했으며 수술 후 복막염 증세에도 K원장의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과실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1월 12일 "의료과실을 입증하기 어렵지만 부분적인 위축소술이 시행됐다"고 전했다.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도중 사건 담당 형사가 바뀌기도 했다. 새롭게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결국 약 4개월 만에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자 동의 없이 위축소술을 실시한 점, 수술 과정에서 생긴 염증으로 천공이 발생했고, 통증 호소에도 제대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의료 과실 인정의 이유였다.

신해철의 소속사 KCA 엔터테인먼트는 "동의 없는 위축소술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정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에 대부분 수긍하며 남은 문제들은 앞으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가 남아있지만, K원장은 법정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의료 사고의 경우 과실을 입증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에 비춰볼 때 신해철의 사망을 둘러싼 이번 사건은 한고비를 넘긴 셈이다.

[더팩트 ㅣ 이건희 기자 canus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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