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블러드' 구혜선, 연기 12년 차의 너무 늦은 성장통

구혜선, 연기력 논란 KBS2 새 월화드라마 블러드의 여주인공 구혜선이 과장된 대사톤 등으로 연기력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IOK미디어 제공

"걸음걸이까지 고민"했다던 구혜선, 첫 단추부터 잘못

배우 구혜선(30)이 위기에 빠졌다. 정확히 말하면 KBS2 새 월화드라마 '블러드'의 위기기도 하다.

'블러드'는 '굿 닥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기민수 PD와 박재범 작가의 두 번째 메디컬 드라마다. 두 사람의 재회만으로도 이 작품은 큰 화제와 기대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굿 닥터'는 다소 동화 같은 내용과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낯선 소재에도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이어가는 등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블러드'는 시청률 5.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해 최저 4.7%까지 떨어졌다. 지난 23일 방송분이 6.0%를 기록하면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이르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데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특히 배우 외에 소설책 발간과 영화감독 음반 발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던 구혜선은 정작 자신의 '본업'인 연기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는 '블러드'에서 천재성에 실력까지 갖춘 의사 유리타 역을 맡았다. 뱀파이어 의사 박지상 역의 안재현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제 고작 4회가 방송됐을 뿐인데 '발연기' '로봇 연기' 등 다소 그의 연기를 희화한 수식어를 달고 있다.

녹아들지 못하는 대사톤? 구혜선은 하이톤의 목소리와 과장된 표정 등으로 블러드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BS 블러드 방송 화면 캡처

극 중 유리타는 태민그룹 유석주 회장의 조카이자 태민 암 병원 간담췌 외과 전문의다. 발랄 쾌활 명랑하면서 거침없는 성격으로 막말과 고집부리기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구혜선은 방송에 앞서 지난 11일 진행된 제작 발표회에서 "그동안 캔디 형 캐릭터만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꽃보다 남자' 영향으로 유사한 역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싸가지 없는 역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발음뿐 아니라 발성과 호흡까지 연습하고 있다"며 "눈 깜빡거림까지 신경 쓸 정도로 디테일하게 준비했다"고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그렇게 강조한 연기 변신은 방송이 나가면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과장된 표정과 하이톤의 말투는 도도하고 까칠한 유리타의 캐릭터를 그린다기보다 그저 '발연기'로 비치고 있다. 그가 연기 변신을 위해 특별히 노력했다는 발음이나 발성은 드라마의 분위기나 타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겉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종일관 한결같이 톤업된 목소리는 어색했고 과하게 넘치는 대사처리와 표정 연기는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해당 시청자 게시판에는 구혜선의 연기력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부조화스럽고 맥이 끊기는 연기" "구혜선, 캐릭터 설정을 잘 못 맞춘 듯" "좀 더 연기에 힘을 쏟아야 할 듯, 아쉽다" 등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모델 출신으로 데뷔 1년만에 주연을 맡은 탓에 아직은 부족한 안재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었지만 오히려 구혜선은 자신의 분량 만으로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연기력 논란, 도움됐다 구혜선은 과거 자신에게 불어닥친 연기력 논란에 대해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논란을 딛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지 기대를 모은다. / KBS 제공

구혜선은 지난 2004년 시트콤 '논스톱5'를 시작으로 연기자에 발을 딛은 지 벌써 12년 차다. 연차로만 보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은 베테랑 배우라고 봐도 무방하다.

데뷔 이후 '열아홉 순정' '왕과 나' '최강칠우' '꽃보다 남자' '부탁해요 캡틴' '엔젤 아이즈' 등 주요 작품에서 줄곧 주연을 맡아왔다. 간간히 과장된 표정 등으로 연기력 논란이 일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불과 4회만이 전파를 탄 까닭에 논란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제 갓 연기를 시작한 신인 배우가 아닌 적어도 10년 이상의 내공을 가진 배우에게 쏟아진 논란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구혜선은 제작 발표회에서 "20대 초반에는 연기력에 대한 비판을 받으면 매 맞은 것처럼 아팠다. '나는 잘 한 것 같은데 왜 그런 말을 할까' 싶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그 후 항상 귀를 열어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덧붙여 "내 연기에 관심을 두는 것이 감사하다. 어릴 땐 몰랐는데 이런 관심과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첫 단추는 잘 못 끼워졌지만 총 20회 중 16회 분량이나 남아 있다. 이제라도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캐릭터 설정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항상 귀를 열어 두고 있다'는 구혜선 이기에 앞으로 변화도 기대해 본다.

[더팩트ㅣ김한나 기자 han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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