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리지의 해, 더 가까이 즐겨 주세요!"
지난해 가을, 샤이니 태민으로부터 시작된 아이돌 멤버들의 홀로서기. 이후 슈퍼주니어 규현, 샤이니 종현, 씨엔블루 정용화, 틴탑 니엘에게까지 흥행불패의 공식이 됐다. 걸그룹은 없냐고? 있다. 그런데 장르가 파격이다. 세미 트로트란다. 걸그룹 멤버로선 쉽지 않을 선택이었지만 리지(23)에게는 딱 맞는 옷이다.
섹시한 애프터스쿨로 시작해 통통 튀는 오렌지캬라멜로 인기의 정점을 찍더니 이젠 솔로 리지로 변신했다. 고운 한복을 입고 무대 위에서 홀로 "나 그런 쉬운 여자 아니에요~"라고 노래하는 그다. 설 연휴 시작 전 리지를 <더팩트> 가산동 사옥에서 만났다. 어느새 사무실에는 리지의 해피 바이러스로 가득했다.
◆"내 노래에 할아버지가 춤을 추시다니, 감격이죠."
사실 리지는 트로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원래 좋아하는 장르여서 소속사 플레디스 오디션을 볼 때에도 트로트를 불렀던 그다. 솔로 가수로서 댄스나 발라드로는 승산이 없다는 걸 자신이 가장 잘 알아 트로트를 내세웠다. 젊은 트로트 가수 하면 떠오르는 장윤정 홍진영 라인에 살짝 이름만 껴도 감사한 일이라며 리지는 활짝 웃는다.
"멤버들이 더 좋아해요. 제가 트로트를 부르니 물만난 물고기 같대요. 그리고 처음으로 예쁘다고 해 줬어요(웃음). 나나 언니가 만날 못생겼다고 했는데 '쉬운 여자 아니에요' 부를 땐 예뻐 보인대요. 팀과 유닛 활동 때엔 시끌벅적해서 좋았는데 혼자 다니니 심심해요. 하지만 분명 좋은 건 있죠. 원샷이요 하하. 차트에도 리지 이름으로 오르니 신기하고 좋아요."
"정형돈 오빠가 랩 피처링을 맡아 주셨어요. 처음 제안했을 땐 부담스러워 하셨는데 저희 어머니가 음성메시지를 남겼거든요. '형돈 씨~ 수영이 엄마입니다. 부탁드려요. 사랑합니다' 라고 하니 오빠가 부산 의리로 랩을 해 주신 것 같아요(웃음). 같이 무대에 서면 좋겠지만 피처링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랍니다."
리지의 솔로 데뷔 무대는 더욱 파격적이다. 지난달 17일 KBS1 '전국 노래자랑'에서 '쉬운 여자 아니에요' 무대를 처음 공개한 것. 리지는 "지난 연말에 여기에 나왔던 오렌지캬라멜은 세 명인데 그중 한 명이 트로트 솔로로 전향했다"는 송해의 소개로 등장해 구성진 무대를 펼쳤다. 노래 부르는 리지 앞에서 노인 여러 명이 어깨춤을 추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보통 음악 방송 무대는 긴장감이 넘치는데 '전국 노래자랑' 무대는 뭔가 구수한 흥이 올라오는 느낌이에요. 제대로 열정을 받았죠. 트로트를 부르니까 팬층이 다양해졌으면 했는데 그 무대가 딱이었죠. 제가 노래 부르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앞에서 춤을 춰 주시니까 신기하고 좋았어요. 가족들까지 총출동해 현장에서 지켜 봤는데 눈물 날 뻔했죠."
◆"'싼티' 아닌 '대중적'인 거죠."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본인은 쉬운 여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새침한 표정을 짓던 그는 "어머, 저 그런 쉬운 여자 아니에요"라며 애교를 부린다. 그러더니 대뜸 "고민이 있어요. 제가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던 때엔 대시를 많이 받았는데 이젠 이미지 소모가 많이 돼 그런지 인기가 떨어졌어요"라며 울상을 짓는다. 이 친구, 정신없이 참 귀엽다.
"제가 예능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꼬시기 쉬어 보이나요? 훗, 전 아니다 싶으면 확 끊는 화끈한 스타일이랍니다. 그렇다고 먼저 고백해 본 적은 없고요. 고백하게끔 만드는 거죠(웃음). 2012년엔 남자들한테 인기 참 많았는데 이젠 대시 받을 일이 거의 없네요.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워요(웃음)."
"웃긴 캐릭터, 굳혀져도 상관없어요. 오히려 편한 걸요. 방송에서 가식적으로 굴 필요 없으니까요. 어딜 가도 제 성격대로 하면 되니 좋죠. 누군가는 그러잖아요. '선병맛 후중독이다' 'B급이다'고요. 대중적인 이미지라는 거니까 좋아요. 편하게 다가와 주시니 더 좋고요. '싼티'라고 생각하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코드를 찾은 거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리지의 해가 될 것 같아요."
리지는 다음 달부터 전파를 타는 MBC 새 드라마 '앵그리 맘'에서 '일진' 여학생 역을 맡았다. 지난달 개봉한 이승기-문채원 주연의 영화 '오늘의 연애'로는 스크린 데뷔 신고식까지 치렀다. 가수 활동에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까지 걷게 됐다. "너무 잘 나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니 "삼재가 지나가고 연초부터 일복이 터져서 행복해요"라며 웃는 리지다.
"'일진' 연기 때문에 레슨까지 받고 있어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 아니냐고요? 하하,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웃음). 영화 촬영도 좋은 경험이었죠. 러브라인은 모두 편집됐지만 제 생일에 외간 남자를 덮치는 연기를 언제 해 보겠어요. 이불킥하고 싶을 정도로 오글거리는 경험이지만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테이스티로드'도 마찬가지에요. 사실 지금은 욕을 많이 먹고 있죠. 아직은 보시기에 어색한가 봐요. 하지만 박수진 언니랑 호흡은 정말 좋아요. 점점 더 나아질 테니 기대해 주세요. 원래는 맛있는 걸 그저 맛있게 먹기만 했는데 이젠 음식 공부도 하고 식당 이름도 다 외워보려고요. 저, 계약 기간 많이 남았으니 열심히 해 볼게요(웃음)."
"어느새 데뷔 6년 차, 올해는 리지의 해가 되지 않을까요? 연말까지 바쁘게 1년 농사를 지을 생각이에요. 솔로 활동, 연기 활동, 오렌지캬라멜, 애프터스쿨로요. 더 바라지 않고 이대로 꾸준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소원이 있는데요. 소주 회사 광고주분들, 저 술 잘 마시는데 이왕이면 마실 줄 아는 사람을 모델로 써 보시는 건 어떠세요? 저 진짜 딱이거든요!"
[더팩트 │ 박소영 기자 comet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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