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연의 연예人 돋보기] '오래된' 현빈,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팔짝!'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주연배우 현빈. 현빈이 예상과 달리 최근 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하이드 지킬, 나 공식페이스북

'익숙한 것=편하다'

익숙한 신발은 오랜 시간 신고 걸어도 발에 무리가 없지만, 새로 산 신발은 길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새 신발을 기분 좋게 신고 나갔다가 발에 물집이 잡혀 절뚝거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다.

하지만 평생 낡은 신발 한 켤레만 고집할 순 없는 법. '길들임'의 시간이 지나면 '새 것'은 시나브로 '내 것'이 된다. 변화는 새로움을 내것으로 만드는 선물을 주지만, 그만큼 쓴 맛을 감수하는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신발 한 켤레만 고집한다면? 낡아빠진 신발이 해지고 구멍이 나 유행을 따라가긴커녕 발까지 아플거다. 현재 배우 현빈(33·본명 김태평)은 오래된 신발에 위태롭게 발가락막 끼워 넣은 모양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톱스타반열에 오른 배우 현빈. 현빈은 내 이름은 김삼순부터 그들이 사는 세상 시크릿 가든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KBS, MBC, SBS 제공

현빈은 '톱스타'다. 지난 2005년 방영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이후 출연하는 드라마 '눈의 여왕' (2006년) '그들이 사는 세상'(2008년) '시크릿 가든'(2010년)까지 연달아 인기몰이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톱스타'도 대한민국 남자의 숙명인 '국방의 의무'는 피할 수 없었다. 현빈은 지난 2011년 해병대 1137기로 입대했고 2년 가까이 팬들 곁을 떠났다. 그 가운데서도 현빈은 해병대를 지원했고 병역비리 문제로 구설이 많은 연예계에 모범이 됐다.

문제는 현빈이 제대하고 나서부터 생겼다. 그가 제대 후 차기작으로 선택한 120억 대작 '역린'(감독 이재규)은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는 굴욕적인 스코어(영진위 기준 누적 관객 384만 9435명)를 기록했다. '왕의 귀환'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역린. 현빈의 제대 후 복귀작 역린은 120억 규모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기며 기대만큼 관객을 모으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영화 포스터

이어 현재 출연 중인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가 같은 시간에 전파를 타는 KBS2 '킬미, 힐미'보다 눈에 보일 정도로 시청률에서 차이를 보이며 안방 시청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주 방송분인 5일 시청률(닐슨코리아 제공)만 비교해 봐도 '하이드 지킬, 나'의 전국 시청률은 5.3%, '킬미, 힐미'의 전국 시청률은 11%를 기록, 5.7%포인트 차이를 냈다.

현빈이 제대 후 소위 '감' 떨어진 연기를 할 만큼 경력이 부족한 배우도 아니고 그의 스타성이 모자란 것도 아니다.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 작품을 선택한 실수도 아니다. 그의 복귀작 '역린'은 드라마 '더킹 투하츠' '베토벤 바이러스'를 만든 이재규 감독의 스크린 연출작이고 '하이드 지킬, 나' 또한 '잘 키운 딸 하나' '야왕'을 연출한 조영광 PD와 '청담동 앨리스'를 집필한 김지운 작가가 함께한 역량있는 작품이다.

하이드 지킬, 나에서 구서진을 연기하는 현빈. 구서진은 테마파크 상무로 이중인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다. 그간 현빈이 연기한 까칠 매력남과 크게 다르지 않다./SBS 제공

다수의 연예 관계자들은 가장 큰 문제로 현빈이 내놓을 카드가 무엇인지 대중이 이미 꿰뚫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투명한 포장지로 쌓인 선물과 비슷한 이치다. 많은 작품, 다양한 배역을 연기한 현빈이지만, 그는 예전부터 줄곧 '까칠하지만, 내 여자에겐 다정한 남자' 혹은 '백마 탄 왕자님'이란 틀에서 벗어난 적이 드물었다.

'하이드 지킬, 나' 또한 그를 '로코킹' 반열에 오르게 한 '시크릿 가든' '내이름은 김삼순' 속 '까칠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그와 경쟁하는 '킬미 힐미'의 지성은 파격이란 말이 적합하다. 지성이 젠틀한 이미지를 벗고 여고생으로 분해 교복을 입을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두려움이 앞선다. 잃을 것이 많은 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현빈이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내공'을 발판삼아 '변화'라는 새 신발을 신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설령 새 신발이 맞지 않아 길들이는 과정에 상처가 생기더라도 괜찮다. 그를 사랑하는 '2030 삼순이'들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든든한 응원이 함께 할테니 말이다.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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