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신해철사건2막②] 환자 없는 S병원, 名 바꾸고 영업 재개

고 신해철의 장협착 수술을 진행한 A병원. 신해철의 수술을 집도한 K원장이 병원 이름을 변경해 정상 영업하고 있다. /오세훈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K원장, 상호 바꾼 A병원 원장직…사건 후 환자·직원들 급격히 줄어

지난해 전국을 긴 슬픔에 몰아넣었던 고 신해철의 사망 사건이 해를 넘기고도 종결되지 않은 채 비통함만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곧 경찰이 고 신해철의 장협착 수술을 진행한 S병원 K원장의 의료사고 과실 여부에 관한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인 가운데 6일 직접 찾아간 병원은 그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고요할 뿐이었다.

'A병원 종합검진센터'로 병원이름을 변경한 서울 송파 S병원은 여전히 위와 장 관련 치료를 주로 하고 있다. 외관에는 S병원 간판이 그대로인 가운데 'A병원 종합검진센터'라는 간판이 부착돼 있었다. 또 'S병원이 A병원 종합검진센터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비만체형수술 복강경술 하지정맥류 유방갑상선'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국가 암 검진(5대암) 실시'라고 적힌 적힌 현수막이 추가로 걸려있었다.

일반적인 병원은 금요일 오전 주말을 넘기지 않으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기 환자들이 병원 로비를 가득 채워야하겠지만, S병원은 그렇지 않았다.

오전 9시에 진료를 시작해 약 2시간 동안 10명 남짓한 손님이 병원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으며 약 6~7명의 환자가 병원을 나섰다.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50대 이상인 듯했다.

S병원에서 A병원 종합검진센터로 상호 변경. A병원 종합검진센터에 환자의 발길이 끊겼다. /오세훈 기자

직접 들어가 본 병원은 밖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었다. 외부 온도와는 달리 따뜻했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두 명의 환자가 접수하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간호복을 입은 네 명의 간호사가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병원에는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간호사실과 마주한 로비에 앉아 주변을 살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 후 건물 뒤편으로 자리를 옮기자 10대 남짓한 차량이 주차돼 있었고 병원 응급차는 가장 앞자리에 세워져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자 병원에서 나오는 일부 환자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내 간단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큰 사건이 있었던 후에도 변함 없이 병원을 찾은 이유와 환자들이 느끼는 병원의 변화를 직접 듣고 싶어서다.

문정동에 사는 60대 여성은 "2년 정도 이 병원에 다녔다. 오늘 일찍 온 편이 아닌데 사람이 없어서 금세 치료를 받았다. 지난번에 병원을 찾았을 때 담당의가 병원을 그만둬 못 볼 수도 있다고 했는데 오늘 가니 담당의가 바뀌어 있더라"라며 "지난해 고 신해철 사건이 있었지만, 병원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내 몸을 잘 아는 병원을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난 갑상선 환자다. K원장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큰일이 없는 한 병원을 옮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A병원 종합검진센터 앞. A병원 종합검진센터 곳곳에는 S병원 시절의 광고 판넬과 현수막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오세훈 기자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사는 노부부 역시 "K원장에게 진료를 받은 게 10년은 된 것 같다"면서 "지난해 K원장이 뉴스에 나오고 그랬지만 변함없이 친절하고 웃으며 치료를 잘해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자는 "K원장에게 진료를 받았다. 지난해 사건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아직 병원을 옮기진 않고 있다. 많은 사람이 병원을 떠났다. 의사, 간호사, 환자들이 많이 줄었다. 실제로 함께 병원에 다니던 지인도 뭔가 무섭고 싫다며 병원을 옮겼다. 그래서 이젠 기다리다 치료를 받는 일이 없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는 "의사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으면 좋겠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아니라면 용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지켰다.

주변의 한 가게에 들어가 병원에 관해 물었다. 가게 주인은 "누구시냐"고 물었고 기자라 신분을 밝히자 이내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 이전에는 병원에 사람이 얼마나 적고 많은지 몰랐다. 뉴스를 보고 이 병원이 그 병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병원이 가수 신해철 죽음과 관련이 있는 건 맞는 것이냐. 이 병원이 유명한 병원이긴 한 거냐"고 반문했다.

A병원 종합검진센터의 새로운 홈페이지. A병원 종합검진센터는 신해철 사망 사건 후에도 여전히 위와 장을 전문으로 환자를 맞이하고 있다. /A병원 종합검진센터 홈페이지 화면 캡처

같은 날 서울 송파경찰서에 만난 전우관 형사과장은 "고인의 사건을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 지난주 후반부터 이번까지 정규 인사이동이 있었다. 새로 부임했고 담당자도 바뀐 만큼 신중히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 자세한 시기는 미정이지만 이르면 다음 주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신해철은 지난해 10월 17일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았다. 이후 가슴과 복부 통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같은 달 22일 심정지로 쓰러졌다.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뇌사상태에 빠져 5일 만인 27일 저산소 허혈성 뇌 손상으로 눈을 감았다. 고인의 아내 윤원희 씨는 송파서에 S병원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국립과학수사원연구원과 의사협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각자 사인 및 의료과실 여부 감정 결과를 내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찰과 검찰,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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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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