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다. 할 때마다 말이 많은데 참 황소 고집이다. MBC 명절 특집 프로그램 '아이돌 육상 양궁 농구 풋살 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가 올 설 연휴에도 안방을 찾는다. 이미 지난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됐다. 팬들은 폐지를 외치는데 아이러니하게 할 때마다 화제를 모으니 MBC로서도 별 수 없는 모양이다.
'아육대'는 운동 좀 하는 아이돌 멤버들이 모두 모여 달리고, 쏘고, 던지고, 차는 포맷이다. 이번 녹화 때는 200명이 훌쩍 넘는 아이돌 멤버들이 참가했다 하니 북적북적 신선한 볼거리가 기대된다. 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상자는 이번에도 생겼지만 여느 녹화 때보다 큰 문제없이 대회가 잘 끝났다.
'아육대'는 한 번 열릴 때마다 이틀 정도 녹화를 진행한다. 지난 1일에는 풋살 경기를 먼저 가졌고, 2일 개막식과 함께 육상 양궁 농구 경기가 열렸다. 비스트 엑소 샤이니 인피니트 등 '대세돌'부터 B.I.G 에이션 러블리즈 여자친구 등 신인 그룹까지 총출동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현장을 지켰다.
스타들이 있는 곳에 팬들이 빠질쏘냐.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팬들은 출전하는 스타를 위해 응원을 준비했다. 센스 있는 현수막과 응원 문구 등은 팬덤 간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됐다. 블락비 팬들이 만든 "번호 따지 말고 메달 따라"는 현수막 문구는 오래도록 진한 여운을 남겼다.
주최 측은 공평성을 위해 팬클럽 당 50여 석을 배정했다. 선택받은 자들은 지정된 구역에서 종일 스타들을 응원했다.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 없는 까닭에 꼼짝없이 하루를 '아육대'와 참가한 스타들을 위해 바쳤다. 둘째 날 녹화가 오전 9시쯤부터 밤 11시 넘어 끝났다 하니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강행군이다.
그런 팬들을 위해 스타들이 나섰다. 이전에는 팬들이 들이대는 카메라에 포즈를 취하거나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이들에게 환한 눈웃음을 선사하는 게 팬서비스였다면 이젠 좀 더 적극적으로 발전했다. 종일 응원하느라 지칠 팬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 것. 비싸고 '으리번쩍'한 게 아닌 정성을 담은 '역조공(팬들에게 선물하는 일)'이다.
포미닛 비스트 비투비 노지훈이 속한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합동 '역조공'을 펼쳤다. 이름하야 '큡버거'. 특별 제작한 스티커를 붙이며 스타들이 직접 포장한 햄버거 450세트를 녹화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종합 우승을 거둔 챔피언 집단의 귀여운 팬서비스에 팬들은 더 큰 목소리로 응원했다.
B1A4는 손편지로 정성을 보탰다. 스테이크 도시락, 밥버거와 과자 음료수 등 선물과 함께 멤버들이 직접 쓴 엽서를 덧붙여 두 배의 감동을 선사했다. 편지마다 멤버들이 쓴 문구가 다 달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빠 오늘 각오했다"며 파이팅을 외친 산들, 하트를 무려 두 개나 붙인 진영까지. "나 안 보고 싶었어요?"라는 막내 공찬의 다소 오글거리는 손글씨마저 팬들에게는 '때땡큐'다.
에이핑크는 주말 콘서트를 마치고 바로 '아육대' 현장으로 달려갔다. 팬들 역시 이를 알기에 준비한 현수막은 "에이핑크 콘서트 끝나고 기운없냐 ㅋㅋㅋ". 그러자 에이핑크 멤버들은 "콘서트 끝나도 기운 있음! 팬더들 이거 먹고 힘내!"라며 '조공'으로 받아쳤다. 센스 만점 핑크팬더 팬들과 더 센스 만점 에이핑크 멤버들이다.
이들 외에도 대다수의 아이돌 멤버들이 현장 팬들을 챙겼다. 엑소를 대표해 '아육대'에 출전한 타오는 치킨 과자 음료수를 선물했고 시우민은 진귀한(?) 셀카 사진 방출으로 '폭풍 팬서비스'를 했다. 마이네임 인수는 자신이 출전한 농구 경기를 보러 온 팬들에게 "인수가 쏜다"며 도시락과 햄버거를 건네는 매너를 보였다. 블락비 멤버들은 팬들이 있는 객석에서 같이 사진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쯤 되니 '아육대'에서 (상대적으로)종일 굶은 팬들에게는 동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팬들은 스타들을 원망하지 않지만 배부른 팬덤의 눈에는 안쓰러운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배려를 받은 AOA 여자친구 EXID 팬들의 어깨는 절로 으쓱거리고 있다.
아이돌 스타들의 '역조공' 팬서비스는 최근에 생긴 트렌드가 아니다. 그러나 '아육대' 녹화장에서 유난히 두드러지고 있는 게 요즘이다. 이러다 '아육대'에서 스타들의 '역조공' 대결이 벌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스케줄 소화하다 와서 뛰고, 뛰다가 팬들 챙기고, 이젠 선물까지 준비해야 하니 참 바쁜 스타들이다.
ps. Y : 옆집 친구랑 비교당하는 건 슬픈 일. 그런데 B1A4 팬들이 부럽긴 하죠?
[더팩트ㅣ박소영 기자 comet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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