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상반기 트렌드가 된 복고풍
'국민 예능'이라 불리는 MBC '무한도전'과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향수가 만나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가 막을 내린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주변엔 그 여운이 가득하다. 방송계 가요계는 물론 일상적인 문화생활에서도 '토토가'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출연 가수들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터보는 팬들의 빗발치는 요청에 예전 음반을 새로 제작해 판매하고 있으며 조성모 역시 이들과 판매량 톱 1~2위를 두고 다투고 있다. 소찬휘는 '토토가'와 맞물려 신곡 '글래스 하트'를 발표했고 지누션 역시 11년 만에 긍정적인 컴백 신호탄을 쐈다.
방송계도 '토토가' 스타들이 잡고 있다. 터보 김정남은 예능 블루칩으로 떠올랐고 이본 김건모 김현정 김성수는 지난달 2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 녹슬지 않은 입담을 자랑했다. S.E.S 슈 역시 SBS '오 마이 베이비' 고정을 꿰찼고 소찬휘는 '토토가'에 이어 MBC '나는 가수다'까지 접수했다.
MBC에서 분 복고풍은 타방송사에까지 번졌다. 지난달 27일 전파를 탄 SBS '인기가요'는 800회 특집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1990년대 아이돌 신화를 초대해 히트곡 메들리를 선사했다.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창렬의 올드스쿨'은 기존의 색깔을 더 강화하며 박미경 지누션 김현정 김정남을 불러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음원 차트에선 엄청난 '역주행'이 일어났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터보의 '러브 이즈', S.E.S의 '아임 유어 걸', 소찬휘의 '티얼스', 김현정의 '멍', 지누션의 '말해줘' 등이 까마득한 후배들의 신곡을 제치고 상위권 벽을 뚫었다. '토토가'가 종영한 뒤 방송된 '뮤직뱅크' K차트에선 터보의 '화이트 러브'가 12위에 올라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쯤 되면 신드롬이다. '토토가'를 탄생시킨 '무한도전'은 정작 덤덤하게 굴지만 분명 대한민국은 지금 1990년대에 푹 빠졌다. 여기도 '토토가' 저기도 '토토가' 열풍이다. 거리에선 1월 신곡들보다 1990년대를 수놓은 그 시절 노래들이 더 많이 들린다. 그래서 누군가는 '과유불급'을 외친다.
너도나도 '토토가'의 후광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방송사 간 경쟁은 물론 '토토가'와 비슷한 상호로 어부지리 효과를 얻으려는 꼼수도 수차례 적발된 상태다. 무엇보다 대중이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유행처럼 번진 1990년대 문화에 오히려 쉽게 질릴 수 있다.
그렇다면 '토토가' 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쉽게 꺾이진 않을 듯하다. 벌써부터 '토토가' 시즌2를 목놓아 외치는 팬들도 많다. DJ DOC 박미경 베이비복스 핑클 등 가수들 역시 '토토가' 시즌2에 대한 바람을 품고 있다. 대중가요의 르네상스 시대로 불리는 1990년대에 대한 갈증이 서서히 풀리고 있는 시점에서 당분간 '토토가'는 트렌드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이러한 신드롬은 '무한도전'이라는 '국민 예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1년 전파를 탄 SBS 플러스 '컴백쇼 톱10'에도 이본 이주노 구피 R.EF 리아 클레오 등이 나왔지만 '토토가' 정도의 관심은 얻지 못했다. 1990년대를 향한 향수는 '무한도전'을 만났기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토토가'에서 시작된 복고풍은 여전히 세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뭉클한 열기가 변색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1990년대를 향한 향수는 바람직한 문화현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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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박소영 기자 comet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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