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니메이션, 디즈니-지브리 견주는 '르네상스'올까
국내 극장가가 또 한번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푹 빠졌다. 디즈니 영웅 '빅 히어로' 덕이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는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3위권을 벗어나지 않고 순항 중이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부수적인 상품도 화제를 모으고 있어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렛 잇 고'열풍을 일으켰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비슷한 느낌이다. 매년 참신한 스토리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작품으로 관객을 찾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명가'란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다.
그리고 다음 달, 또 하나의 애니메이션 명가인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가 지난 2002년 개봉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리마스터링(remastering:화질과 음질을 향상하는 작업)버전으로 만들어 국내 팬들을 다시 한 번 찾는다.
2002년 국내 개봉한 '센과 치히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하며 부가산업으로 톡톡한 수입을 올린 바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센과 치히로'는 개봉 전부터 영화는 관객들의 기대를 반영하듯 영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월 1주차 개봉작 중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선정됐다.
겨울방학 시즌인 1, 2월을 맞이해 또 한번 불고 있는 애니메이션 바람. '빅히어로'의 새로운 캐릭터 베이맥스의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와 다시 재회하는 '센과 치히로'의 치히로-센은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물건너온' 화려한 작품에 가린 국내 애니메이션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국내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뽀통령'으로 이름을 알린 '뽀롱뽀롱 뽀로로'와 대한 민국 만세 '삼둥이'가 좋아해 유명세를 탄 '로보카 폴리'정도다. 이마저도 TV 시리즈로 방영된 애니메이션이다. 스크린 애니메이션을 거론하자면 지난 2011년 개봉한 창작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 정도가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이라 꼽을 수 있다.
그간 국내 애니메이션의 열악한 제작 상황은 여러 번 거론됐지만, 이와 관련해 개선된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CJ엔터테인먼트가 애니메이션 사업부를 새로이 출범하고 시장을 확대한 정도가 그나마 위안을 찾을 부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험부담이 적은 TV 사업 부문부터 발걸음을 뗀 정도다.
CJ 애니메이션 사업부에 따르면 올해 자체 제작한 첫 번째 애니메이션 '로봇트레인 RT'를 다음 달 25일부터 SBS와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를 통해 방영할 계획이다. CJ는 애니메이션 사업을 스크린까지 확대할 계획이지만, 이와관련해 정확한 시기를 확답할 순 없다.
자본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은 모든 영화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는 특성 상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어린이 영화'란 편견어린 시선과 창작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한 사례가 적은 탓에 해당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2일, 창작 애니메이션 '생각보다 맑은'이 개봉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소규모 제작비로 만든 영화는 2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전국 17개 상영관에서 관객을 만났고 2165명의 초라한 관객 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겨울왕국' 신드롬 가운데 엘사 캐릭터를 연기했던 목소리 연기자 소연과 인터뷰가 기억나는 대목이다. 그는 당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국내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희망한다는 꿈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영화계 관계자들이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호황을 기대하곤 있지만, 황금기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기만 하다.
국내외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홍보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더팩트>에 "국내의 열악한 애니메이션 제작상황이 지속하는 한 우수한 창작 애니메이션이 발굴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꿈같은 이야기 아닌가"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TV 애니메이션의 '뽀롱뽀롱 뽀로로'를 모범사례로 봐야한다. 스크린 애니메이션 시장 또한 참신한 캐릭터 발굴과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