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오세훈 기자] 같은 듯 같지 않은 서로 다른 둘의 협연. 영화 '허삼관'은 서로 다른 둘이 본래의 하나보다 단단한 전부가 돼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하정우식 드라마다.
총 제작비 100억 원의 대작인 '허삼관'(감독 하정우, 제작 두타연, 배급 NEW)은 감독 하정우와 원작을 집필한 세계적인 작가 위화의 감성이 하나가 되며 탄생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지만 '허삼관 매혈기'를 중심에 두고 가족과 사랑이라는 같은 이야기를 대중에게 들려준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되고 다시 셋을 더해도 여전히 하나인 허삼관의 가족은 기막힌 사건이 밝혀지며 산산조각이 난다. 물보다 진한 피로 나가 됐던 이들이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을 통해 하정우는 위화와 같지만 조금은 다른 자신만의 '허삼관'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가족'이라는 식재료와 '사랑'이라는 양념을 버무린다.
가진 건 쥐뿔 없는 허삼관은 절세미녀 허옥란을 보고 한눈에 반해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부어 그의 마음을 얻어 행복을 맛본다.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 하나만은 진국인 허삼관과 현모양처 허옥란은 슬하에 아들 셋을 두고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족을 꾸리지만 장남 일락이가 하소용(민무제 분)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위기를 맞이한다. 하루아침에 '종달새의 왕'(남의 아이를 모르고 키운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 돼 괴로워하며 치졸하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지질남이 된다.
가장 믿고 아끼던 일락이를 한순간에 잃은 허삼관은 하소용의 가족에게 불어닥친 위기 때 일락이를 하소용에게 보내려 하지만 굿판이 벌어지고 오열하며 '아버지'를 찾는 일락이를 보고 억지로 모른 체하던 부성애가 들끓는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극의 전환점이기도 한 굿판 신을 지나며 본격적인 가족애를 그린다.
전환점을 돌기 전 영화는 하정우식의 유머 코드와 등장인물들이 빚어내는 웃음으로 채워진다면 후반부는 하정우가 신체 일부와 피를 팔아서 가족을 지키는 부모의 사랑으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조합과 조화가 눈에 띄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정우 하지원의 조합, 충무로 대표인 이들이 만들어내는 신뢰는 누가 뭐래도 영화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전해진 장광 주진모 성동일 이경영 김영애 정만식 조진웅 김기천 김성균 민무제 등 신스틸러와 1600대 3 경쟁을 뚫고 출연한 아역배우 남다름 노강민 전현석이 심(心)스틸러로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의 눈을 스크린에 고정시킨다.
'군도:민란의 시대' '범죄와의 전쟁' '황해' '국가대표' '추격자' 등 영화를 체득화시켜 영화 팬들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배우가 감독까지 겸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하정우는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로 대중과 만난 지 약 1년 3개월 만에 차기작을 선보이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원작이 허삼관이 자신의 피를 팔면서도 가족을 지키는 감동과 블랙코미디로 채워져 있다면 하정우는 제목에서 '매혈기'를 뺀 것처럼 피를 파는 부분과 문화대혁명 부분을 상당 부분 도려내며 가족 이야기에 집중한다. 감독 하정우가 '허삼관'을 새롭게 그리고 배우 하정우가 특징을 살려 구현해냈다.
하지원은 늘어난 옷과 화장기 없는 얼굴로 스크린을 채웠지만 역대 어느 작품에 뒤처지지 않는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운 연기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여기에 큰 아들 이락이를 연기한 남다름의 연기는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영화 '군도'에서 강동원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남다름은 '허삼관'에서도 애절한 눈빛·감정 연기로 관객의 눈시울을 사정없이 적신다.
기대가 커서였을까. 배우 하정우의 강점만큼 강하지 못한 감독 하정우의 임팩트,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는 부자연스러운 전개, 감동의 깊이만큼 촘촘하지 못한 스토리 구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로 배우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했다는 하정우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영화계에서 '독보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몇 안 되는 배우인 그가 배우와 감독을 모두 경험한 뒤 뿜어낼 에너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영화 '허삼관'은 14일 개봉해 현재 영화 팬들을 만나고 있다.
◆ 하정우의 두 번째 연출작 '허삼관' 예고편 (http://youtu.be/ZuHBUR5HBV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