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경민 기자] tvN 드라마 '미생'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요즘, 패러디 '미생물'이 등장해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패러디', 특정 작품의 소재나 문체를 익살스럽게 흉내 낸 수법이나 작품을 이르는 단어다. 드라마 '미생'이 원작 만화를 얼마나 제대로 표현했느냐로 시청의 재미를 선물했다면 그 패러디 '미생물' 은 '미생'과 싱크로율로 또 다른 화제를 낳았다.
2일과 3일 2회분으로 방송된 '미생물'은 '미생'의 캐릭터, 원인터내셔널 배경을 똑같이 다뤘지만 장그래(장수원 분)를 비롯한 주인공들을 개그맨으로 캐스팅해 색다른 패러디를 시도했다.
'미생물'은 '미생'의 시작이자 직장인들의 24시간을 표현한 오프닝부터 똑같았다. 임시완 강소라 이성민 등의 얼굴이 자리했던 사진란과 ID 카드에 장수원 장도연 황현희의 얼굴이 새겨졌다.
1회에서는 장그래(장수원 분)가 덩치보다 훨씬 큰 양복을 입고 출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오상식(황현희 분) 차장 김동식(이진호 분) 대리와 어색한 만남, 안영이(장도연 분)와 한석율(이용진 분)의 첫 등장, 박 과장(유상무 분)의 새 투입까지 빠르게 그려졌다.
장그래의 어머니로 성병숙 대신 투입된 개그우먼 정명옥은 장수원에 "누굴 닮아서 이렇게 로봇 같아"라는 면박과 함께 거친 욕을 하고 장수원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는 장면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장수원이 정명옥의 애드리브에 웃음을 참지 못해 NG를 낼 뻔한 상황에서도 정명옥은 "웃어? 왜 웃어"라고 받아치며 코믹하게 무마했다.
김동식 대리가 옥상에서 장그래의 호구조사를 하며 실망하는 장면에서는 장수원이 로봇 춤을 추고 어색한 표정과 대사 처리로 '발연기'를 펼쳤다.
'미생'에서 안영이 역의 강소라가 'S라인' 몸매를 자랑하며 당당하게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날씬한 몸매로 유명한 개그우먼 장도연이 따라 했다. 각선미와 몸매는 비슷했지만 그는 안영이의 매력을 과장되게 강조하는 코믹 연기로 전혀 다른 느낌을 연출해 시청자를 '빵' 터뜨렸다.
그 예로 장도연은 안영이가 머리카락을 묶다가 머리끈을 떨어뜨리는 장면을 그대로 재현했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아하게 뒤를 돌아봤지만, 그가 떨어뜨린 것은 머리끈이 아닌 보정 속옷 '뽕'이었다.
특히 '미생'에서 장그래가 영업3팀에 걸려오는 전화를 안영이에게 연신 부탁하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던 강소라의 러시아 실력은 장도연의 '외계어' 애드리브로 대체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흘려 듣기에는 유창해 보이는 외국어 발음을 자랑했지만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면 "두루두루 파스꾸찌 그 시키들 썅노무시키그노무시키그시키가시키" "아이 원트 투 보이스피싱 투 힘" 등 엉터리 문장이어서 보는 이들을 배꼽 잡게 했다.
통화를 해결하기 위해 안영이를 계속 붙잡았던 장그래의 상황이 '미생물'에서는 장수원이 여자 화장실까지 들어가 용변을 보는 장도연을 끌어내는 것으로 과장돼 패러디 특유의 유머를 넣었다.
개그맨 황현희는 오상식 차장의 무표정과 빨간 눈, 이성민의 대사톤이나 목소리까지 따라 해 감탄을 자아냈다. 유상무 또한 박 과장 역 김희원의 야비하고 뻔뻔한 표정을 극적으로 표현해 때리고 싶은 재밌는 분노를 유발했다. 중간에는 장그래가 외국 바이어와 시간을 보내는 게 바둑이 아닌 현아 사진이었다는 반전, 강 대리 역 오민석의 깜짝 등장 등이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생물'은 '미생' 1회부터 8회까지 분량을 한 회로 압축해 캐릭터를 살리고 에피소드를 집약해 보여줬다. 여러 이야기와 상황이 '미생'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적절히 섞은 센스도 또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됐다. 패러디란 압박에서 벗어나 오히려 '미생'을 있는 그대로 그리되 전혀 다른 사람들이 표현했다는 것이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흥미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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