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진영 기자] 장수원은 조미료였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개그맨들이 '미생물'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2일 방송된 tvN 패러디 드라마 '미생물'이 신선한 설정과 출연진의 특색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들의 활약이 컸다.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물'의 주인공은 춤과 노래가 전부였지만 연예계 데뷔에 실패한 장그래다. KBS2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 아이돌 특집에서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라는 대사로 '로봇 연기'라는 수식어를 얻은 장수원이 장그래 역을 맡았다.
방송 전부터 '미생물' 관련 기사는 장수원으로 도배됐다. 그가 장그래 역을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로봇 연기를 연마하고 있는지가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미생물'은 장그래만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개그맨들의 캐릭터 분석이 빛났다. 직업 특성상 캐릭터의 포인트를 잡아내고 성대모사를 하는 능력이 뛰어난 이들은 실제 드라마 '미생'을 보는 듯 원작 캐릭터와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였다.
오상식 역의 황현희는 고함치는 것 같은 말투부터 머리를 흐트러뜨리는 손길까지 '미생' 이성민을 거의 그대로 화면에 재현했다. 박 과장 역의 유상무 역시 등장부터 김희원을 연상시키는 표정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독특한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는 개그맨 이진호와 이용진도 자신들의 특징을 많이 걷어내고 그 자리에 김동식 한석율 캐릭터를 입혔다. 원작과 비슷한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대사 중간에 유행어 "좋으다"나 "개똥같은 소리 하고 있네"를 넣는 이용진 이진호의 센스는 작은 웃음까지 놓치지 않았다.
안영이 역의 장도연은 '코미디 빅리그' 인기 코너 '썸앤쌈'에서의 뻔뻔한 연기로 안영이를 재해석했다. '썸앤쌈'에서 장도연은 출중한 미모와 몸매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망가지는 연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도 그는 오피스룩으로 도도한 매력을 뽐내는 한편, 외국어에 서툰 장그래를 대신해 외국 바이어들과 통화를 할 때는 H.O.T. 노래 '전사의 후예' 영어 랩을 뻔뻔하게 구사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난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진지하고 원작과 똑같이 흘러가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서 다른 재미를 발굴해내며 '미생물'은 잘 만든 패러디물의 힘을 보여줬다. 1회에서 시동을 건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2회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생물'은 춤과 노래가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연예계 데뷔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3일 오후 9시 50분 2회가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