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프리즘] 놀란 감독도 놀랄껄?, 76년 로맨스 '다큐버스터' 열풍

올해 극장에서 개봉한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왼쪽부터), 만신, 의궤, 8일 간의 축제/영화 포스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공식 예고편(http://www.youtube.com/watch?v=R-bY0S0RjAY)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16일 만에 42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큐버스터'(예상 외의 흥행돌풍을 불러일으킨 다큐멘터리)의 새바람이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11일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 제작 아거스필름, 배급 CGV아트하우스, 대명문화공장)는 전국 465개 스크린에서 1692번 상영돼 관객수 6만 5613명을 불러모아 누적관객 42만 120명을 기록,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정도면 '기적'이다.

독립 다큐멘터리의 깜짝 기적에 날벼락을 맞은 건 수백억 제작비를 자랑하는 할리우드 대작들이다. 같은날 외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과 '인터스텔라'는 독립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밀려 각각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인터스텔라'는 각각 전국 665개 스크린에서 2369번 상영, 600개 스크린에서 2015번 상영돼 더 많은 극장수와 상영 횟수를 자랑한 것.

하지만 관객들의 '표심'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란 작은 영화로 기울었다. 놀랄 만한 일이다. '다큐버스터'란 이름이 아깝지 않을 만큼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을 타고 소리없는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다큐멘터리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89세 강계열 할머니(오른쪽)와 지금은 세상을 떠난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의 76년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영화 스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강원도 횡성 작은 마을에 사는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의 76년째 이어온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장성한 자녀를 도시로 떠나보내고 오랜 시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노부부의 진정한 사랑과 아름다운 이별을 담담하게 담았다. 앞서 제6회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2회 모든 자리 매진에 힘입어 관객상을 받았다.

이번 흥행은 다양한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달부터 꾸준히 외화 강세를 보인 극장가에서 '인터스텔라'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등 소위 빵빵한 영화 뒤에 국내 영화가 당당히 제 이름을 올렸다는 게 그렇다.

또 지난달 27일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개봉 2주차를 맞은 지난 주말 53.9%라는 압도적인 좌석점유율과 전주 대비 122.9%의 관객 상승세를 보이며 흥행 '역주행'을 이어간 부분이 눈길을 끈다. 특히 개봉 3주차에 접어드는 8일 일주일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는 월요일에도 26.1%라는 좌석 점유율과 함께 전체 박스오피스 3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다큐멘터리영화로 워낭소리 이후 흥행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영화 스틸

하지만 무엇보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장르적 특성이다. 다큐멘터리는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극적인 허구성이 없이 그 전개에 따라 사실적으로 그린 것을 의미한다. 그간 대중들에게 생소하게 여겨진만큼 대부분 독립영화로 제작됐고 관객 수도 미미했다.

하지만 올해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외에도 국내 다큐멘터리 작품 중 눈여겨볼 만한 성과를 얻은 작품들이 또 있다. 바로 지난 3월 개봉한 박찬경 감독의 '만신'이다.

영화는 개봉 당시 3만 6303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집계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선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였지만, 국외 영화제에 우리 영화를 알리는 좋은 계기를 만들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큰 무당 김금화의 인생을 다룬 영화 만신/영화 만신 스틸

'만신'은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적절히 섞은 신선한 시도로 무주산골영화제 대상, 미국 뉴욕아시안영화제-스페인 시체스국제영화제-벨기에한국영화제-파리한국영화제-런던한국영화제 초청, 토론토 릴 아시안 국제 영화제 최우수 장편 영화상 수상의 쾌거를 이뤄냈다.

영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큰 무당이자 세계가 먼저 인정한 '굿의 천재' 김금화 만신의 삶을 담아냈다. 배우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가 3인 1역을 소화해 화제를 모았으며 무녀 김금화도 직접 출연했다.

신기를 타고난 아이(김새론 분)에서 신 내림을 받은 17세 소녀(류현경 분), 그리고 모진 세월을 거쳐 최고의 만신이 된 여인(문소리 분)을 통해 무녀 김금화의 삶을 조명하고 이와 통시에 한국 현대사와 치유의 이야기 또한 담았다. 박찬욱 감독과 공동 연출한 영화 '파란만장'으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 금곰상을 받았던 박찬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의궤, 8일간의 축제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여진구/KBS미디어 제공

지난 4월 개봉한 '의궤, 8일간의 축제 3D' 또한 올해 관객을 찾은 다큐멘터리 영화 중 눈에 띄는 작품이다. KBS에서 전파를 타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대통령 표창에 빛나는 작품을 스크린에 옮긴 것으로 배우 여진구가 내레이션을 맡아 직접 제작보고회를 갖고 열띤 홍보를 펼쳐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는 세계 유일의 기록양식이자 조선 왕실의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국가공식기록 서적 '의궤'의 기록을 기초로 제작했다. 제작진이 참고한 의궤는 '원행을묘정리의궤'로 모두 8권으로 구성된 것. 당시 정조가 벌인 '8일간의 축제'가 글과 그림으로 섬세하게 적힌 기록물이다.

제작을 맡은 KBS 미디어는 2년에 걸쳐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담긴 이야기와 그림을 3D 입체영상으로 복원하고 아름다운 영상미와 배우의 연기를 더했다. 최초의 3D 역사다큐멘터리란 타이틀이 의미를 갖는다. 이에 걸맞은 우수한 콘텐츠 생산을 위해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힘을 합쳤고 제작진의 이런 노고는 작품 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제작진은 영화를 위해 2년에 걸쳐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담긴 이야기와 그림을 3D 입체영상으로 복원하기위해 힘썼다./영화 의궤, 8일간의 축제스틸

궁중 행렬이 '배다리'를 건너는 장면과 정조가 수원 화성제작을 결심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건축물 구조와 관련한 설명을 3D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여진구의 중저음 내레이션과 곁들여 쉽게 풀었다.

이러한 제작진의 배려는 건축과 관련한 기초지식이 없는 어린 관객 또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하고 자세해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호평받았다. 덕분에 영화는 개봉 당시 CGV 3D 단독 관에서 한정 상영되는 아쉬움에도 관객들에게 높은 평점을 받아냈다.

최근 제작비와 장르, 출연배우를 차치하고 탄탄한 작품성으로 무장한 '웰메이드' 영화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새로운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소비국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영화산업이 날로 발전하는 한국에서 좀 더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돼 이번 열풍을 이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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