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경민 기자] "'노비와 사극'하면 상상하는 것, 절묘하게 배반하겠다."
종합 편성 채널 JTBC가 새 드라마 '하녀들'로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시간대를 공략한다. 연출을 맡은 조현택 PD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노비라는 소재와 사극 장르를 새롭게 꾸미겠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KBS2 드라마 '추노'를 겨냥한 것으로 들린다.
이때까지 브라운관에 등장한 사극 장르물을 보면 시청률 가뭄 속에서 '평균'의 흥행은 거뒀다. 고정 시청자층을 잡기 쉬운 장르에 사극 자체가 가진 특별한 배경과 설정이 흥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하녀들'과 같이 조선 시대 노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추노'는 지난 2010년 주인공 장혁을 KBS 연기대상 수상자로 만들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녀들'도 조선 초기 노비 계층의 속살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추노'의 그림자를 안고 있다. 더군다나 '추노'에 출연했던 배우 오지호가 다시 주연을 꿰차 '추노'와 비교선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하녀들'은 '추노'와 다르지만 '추노'의 인기를 재현하겠다고 나섰다. 어떤 차별화로 승부수를 띄울까.
먼저 '하녀들'의 초점은 '추노'보다 다양한 노비들에 맞춰져 있다. '추노'는 주로 남자들의 액션, 신분 상승의 꿈,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가 긴박하게 전개됐다. 반면 '하녀들'은 남자들의 거친 이야기를 벗어나 로맨스, 노비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추노'와 시대적 배경이 달라 노비들의 상황적인 조건도 다르다. '하녀들'의 노비는 신분 상승의 장치 자체가 없어 해방구를 꿈꾸지 못한다.
노비가 꽉 막힌 상황에 놓인 설정은 인물간 갈등을 더욱 심화하는 장치가 됐다. 극 중 국인엽(정유미 분)은 세도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지만 한순간에 양반집 규수에서 하녀로 전락한다. 그에게는 정혼자로 호판 아들인 김은기(김동욱 분)가 있다. 두 사람은 신분의 벽 앞에서 관계가 흔들릴 위기에 처한다. 여기에 무명(오지호 분)이 국인엽의 새로운 남자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갈등을 만든다.
시대가 다른 점은 사극의 보는 재미를 더하는 복장이나 배경 구현에 있어서 새로운 영상미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고려의 잔당들이 남아 있는 조선 초기의 이야기여서 시대적으로 혼란한 분위기도 그린다. 남녀 로맨스물에서 벗어나 노비이기 때문에 다룰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전개를 놓치지 않았다.
신분과 계급에 맞서 피할 수 없는 운명에 거침없이 나아가는 청춘남녀들의 이야기는 현시대와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하녀들'만의 은밀하고 발칙한 노비들의 삶 뒷이야기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2일 오후 9시 45분에 첫 방송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