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일 드라마 '사랑만 할래' 제작진은 제작 발표회에서 스스로를 '착한 드라마'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종영을 10여 회 남긴 상황에서 '사랑만 할래'는 막장이라는 예상 외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률 10%대 초반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초반 각오와는 다른 평가다.
지난 6월 2일 첫 방송된 '사랑만 할래'는 큰 기대를 모았다. MBC '오로라 공주'에서 설설희 역으로 이름을 알린 서하준과 신예 임세미가 주연을 맡았다. 또 남보라의 미혼모 연기 도전 등도 이색적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착한 드라마'라는 대대적인 홍보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첫 방송 전 5월 28일 진행된 제작 발표회에서 '사랑만 할래' 제작진은 "자극적인 막장 요소가 없다"를 강조했다. 김영섭 책임 프로듀서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때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사랑만 할래'는 가족의 사랑과 젊은이들의 로맨스가 잘 녹아있어 온 가족이 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막장 요소를 최대한으로 배제했다"고 얘기했다. 최윤정 작가 역시 "더 밝게 대본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더팩트> 5월 28일 ('사랑만 할래', '착한 드라마는 뜨기 힘들다' 징크스 깰까?) 기사 참조
제작진의 말처럼 드라마 초반에는 김태양과 최유리(임세미 분)의 풋풋한 만남, 가족 몰래 딸 수아를 낳고 살아가던 김샛별(남보라 분)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극이 진행되는데도 시청률은 올라가지 않았다. '사랑만 할래'가 변하기 시작하자 시청률도 오르기 시작했다. 자극적인 일일 드라마가 통한다는 공식이 또 한번 들어맞은 시점이었다.
김태양의 친모 이영란(이응경 분)은 사람을 시켜 태양을 납치하고 폭행했다. 이후 출생의 비밀이 거의 밝혀질 때쯤에는 영란의 남편 최동준(길용우 분)이 이영란을 상습적으로 때리는 등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가정 폭력이라는 새로운 막장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이는 자신을 낳은 어머니의 잘못을 용서하는 남자 주인공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사랑만 할래'의 시청률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시청률 10%를 돌파하자 중반부터 100회를 넘긴 시점까지 최동준과 그의 이중적인 태도, 가정폭력을 밝히고 친어머니를 지키려는 태양의 대립이 계속됐다. 그러나 자극적인 내용이 시청률은 끌어올렸을지 모르지만, 완성도는 훨씬 떨어졌다. 태양과 최유리(임세미 분)의 러브라인은 태양과 동준의 대립에 밀려 더욱 진부하게 흘러갔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112회에서는 태양과 동준의 싸움으로 힘들어하던 유리가 실어증이 걸리는 등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내용 전개가 계속됐다. 이제는 '사랑만 할래'가 착한 드라마라고 판단할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을 정도다.
착한 드라마를 기대한 시청자들은 방송사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됐다. 사실 기만당한 건 시청자들만은 아니다. 일부 출연진 역시 기획 의도와 달라진 스토리 전개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극의 흐름이 김태양과 최동준의 싸움으로 전개되면서 다른 캐릭터들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 또 따뜻했던 가족들의 이야기를 막장으로 급 전환하기 위해 일부 캐릭터들은 성격 마저 처음과 많이 바뀌었다.
'혈육과 입양, 부유와 가난, 연상 연하의 편견을 이겨낼 상큼 발랄 여섯 남녀의 로맨스와 그들을 둘러싼 어른들의 따뜻한 가족 이야기'라는 '사랑만 할래' 소개 문구가 무색해진다. 도무지 따뜻한 부분을 찾을 수 없게 된 작품에 속은 시청자들과 출연자들은 누가 위로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