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경민 기자] "사랑하지만 떠나는 남자의 모습이 좋았죠."
배우 이준혁(30)이 지난달 30일 종영한 MBC 드라마 '내 생애 봄날'에서 맡은 강동욱 역에 대해 여유롭게 말했다. 극 중 강동욱 역만 놓고 보자면 형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두 번이나 뺏긴 남자다. 참 잔인한 짝사랑을 앓았지만 이준혁은 오히려 강동욱의 사랑에 백 번 공감하고 이해했다.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더팩트> 사옥을 방문한 이준혁의 입으로 강동욱의 짝사랑을 연기한 소감, 나아가 30대가 된 후 달라진 사랑에 대처하는 자세 등에 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내 생애 봄날'은 이준혁의 제대 후 복귀작이다. 그는 드라마 첫 방송 전 열린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전작들과 달리 따뜻한 캐릭터라는 점에 끌렸다"고 선택 이유를 꼽았다. 이 말처럼 그는 그에게 차별화 된 도전이자 새로운 변신을 위한 시도였던 강동욱을 보내면서 애틋한 감정을 놓지 않았다.
◆ "짝사랑은 '서브남주'의 비애, 더 애착이 가"
"많이 설레기도 했고 아쉬운 것도 많지만 결과적으로는 따뜻한 드라마로 기운을 받았어요. 미묘한 감정선을 세밀하게 표현하려고 집중할 때 힘들었어요. 강동욱을 보면 한 가지 감정으로 정리된 장면이 없거든요. 이중적인 면이 담겨서 굉장히 어려웠어요. 사실 이 작품에서 좋았던 건 멜로물이고 사랑 이야기지만 달콤하지 않더라도 보내줄 수 있는 강동욱의 모습이었어요. 현실적으로 저도 공감이 가고요."
그는 강동욱이 완전한 사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짝사랑이 강동욱이란 캐릭터를 완벽하지 않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괴리감 없이 공감했단다. 짝사랑에 참 초연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고 보면 그의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작품들 '시크릿 가든' '시티헌터' '적도의 남자' 등에서 이준혁의 러브 라인은 외로웠다.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안고 가는 캐릭터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는 이것을 스스로 '서브남주'의 비애라고 꼬집었다.
"꼭 무겁고 심각한 캐릭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적도의 남자' '시티헌터' 모두 느낌이 좋았고 그때 인연이 돼서 했죠. '시티헌터'는 만화 팬이기도 했고요. 짝사랑은 '서브남주' 두 번째 캐릭터의 비애죠. 그런데 전 아픔 갈등 같은 걸 푸는 이야기에 애착이 가요. '시티헌터'의 영주는 정의를 사랑했고, '적도의 남자' 장일이는 욕망을 사랑했죠. 이번 작품으로 봄이, 사람을 사랑한 건 처음이에요. 다 다른 상황에 놓여 있고 다른 캐릭터죠."
◆ 20대보다 성숙한 30대의 사랑관 '집착보단 이해'
'사랑해서 널 보내준다'는 말은 선뜻 공감을 부르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런데 강동욱이 그랬다. 이봄이(수영 분)를 사랑하지만 결국 그의 행복을 위해 떠나보냈고, 그 뒤에도 키다리 아저씨 역을 자처했다. 바보 같은 사랑, 애처로운 짝사랑이라는 시선이 다분했다. 하지만 정작 이준혁은 강동욱의 행동을 이해했다. 30대의 관록이 비결이 됐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마음이 어릴 때와는 달라졌어요. 강동욱으로서 이봄이를 보면 우울하긴 했죠. 그런데 꼭 봄이가 죽을 때 마지막까지 함께 해야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최선을 다했고 그때 절 본 사람도 봄이 밖에 없으니까 된 거죠. 물론 저도 예전엔 사랑은 영원해야한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소유하거나 집착하는 건 내 감정만 생각한 거니까 그 사람의 행복도 생각해야죠. 어려운 길 같아요."
두 자리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뀐 건 그의 연기관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책임감과 부담감에 휩싸여 버겁기만 했던 20대와는 달리 '3'이라는 숫자 하나가 여유와 앞을 더 나아가고자 하는 욕심까지 선물했다.
"20대 때와는 일을 받아들이는 게 달라요. 지금은 한 캐릭터를 맡았을 때 부담스럽기보다는 제가 했던 캐릭터를 바탕으로 다른 캐릭터를 감당할 수 있죠. 여전히 무섭기도 하지만 강에서 더 큰 바다로 나간 기분이에요. 좋은 방향으로 즐거운 욕심이 생겼어요."
◆ 천생 배우 이준혁 "고민할수록 연기 좋아져"
연기가 어려워서 고뇌가 많았던 20대는 그에게 지나간 '슬럼프'가 됐다. 동시에 그 덕분에 연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힘든 만큼 애정은 더욱 커졌다.
"제 장점을 꼽자면 일에 애정을 가진 점이요. 배우가 아니더라도 이 업계에서 일했을 것 같아요. 정말 힘든 순간도 있었죠. 아침마다 '나 왜 이렇게 연기를 못하지, 도대체 어떻게 하지' 죽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게 정말 좋았어요. '내가 이렇게 집중하면서 고민을 계속 할 수 있구나, 그만큼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 느꼈죠."
이준혁은 이제 연기와 제대로 된 쌍방향 러브 라인을 그리기 시작했다.
"매 작품에 임할 때마다 더 잘하고 싶죠. 최선을 다해도 아쉬움이 남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엄청난 후회가 남겠죠.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희망을 품어요. 연애랑 비슷하죠. 연애하면서도 좋을 때도, 힘들 때도 있잖아요?"
◆ [영상] '내 생애 봄날' 이준혁, 감우성에 독설 "봄이 뺏지 마"(i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