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도쿄=스포츠서울미디어재팬 안병철 기자] 아직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 걸그룹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스페셜 앨범을 제작 중이고, 일본에서는 발매도 되지 않은 첫 싱글에 이미 3만 장이라는 선주문이 들어와 있는 상태. 소위 말하는 메이저 회사 소속도 아닌 신인 걸그룹이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데뷔 전부터 그것도 해외에서 이처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일까.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하는 그녀들의 비상에 음악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6인조 걸그룹 ‘에이데일리(A-Daily)’가 12월 3일 멜론을 통해 첫 싱글을 발표하고 정식으로 데뷔한다. 소속사인 DK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매일 마다 다른 매력과 최상의 모습을 보인다’는 의미에서 에이데일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멤버는 세나, 윤설, 채이, 디아나, 지유, 제이드 여섯 명의 멤버로 구성됐으며 특히 제이드는 베트남 출신으로 팀에 합류했다. 에이데일리가 데뷔하면 베트남 출신 아이돌이 소속된 국내 첫 걸그룹이 된다. 베트남 출신의 아이돌이라는 화제성도 있지만, 에이데일리의 데뷔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있는 걸그룹이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에이데일리는 지난 11월 1일, 2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2014 GOOD TO GREAT CONCERT’에 참가해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베트남 한류 팬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이번 콘서트에는 씨스타, 이루, 마야, 적우, 휘성, 엠블랙 등 K-POP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해 화려한 무대로 베트남을 뜨겁게 달궜다.
이런 무대에 생초짜라 할 수 있는 에이데일리가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K-POP과는 다른 독특한 음악 세계를 보여줬다는 점과 현지 프로모션 전략이 주요했기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먼저 그녀들의 음악부터 살펴보면, 3일 발표되는 첫 싱글 앨범에는 ‘말을 해야 알지’, ‘둘이서 둘이서’가 담겨있다. 타이틀 곡인 ‘말을 해야 알지’는 최근의 추세인 자극적이고 일편적인 후쿠성의 음악을 과감히 버린 점이 눈에 띈다. 심플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 있는 힙합 비트에 세련된 피아노 선율이 녹아있고, 후쿠를 버린 대신 귀에 익은 멜로디와 공감할 수 있는 가사에 힘을 주고 있다. 요즘의 추세와는 정반대인 베이직한 음악으로 볼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DK엔터테인먼트은 “복잡하고 어려운 설정 상황이 아닌 방금 일어난 듯한 이야기야말로 에이데일리가 이번 노래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다”고 설명한다. 후속곡인 ‘둘이서 둘이서’는 상큼 발랄한 일렉트로 펑키곡으로 에이데일리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음악이지만, 그 속에 감춰진 강렬함과 섹시함은 과감한 댄스로 표현하고 있어 더욱 기대되는 곡이기도 하다.
에이데일리만의 음악세계와 함께 진행된 것이 현지 매니지먼트의 강화다. 소속사 DK엔터테인먼트는 신흥국의 선두주자로 매년 경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베트남을 주요 거점으로 한 현지화 전략을 에이데일리의 주요 목표로 잡고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최근 현지 최대의 매니지먼트사인 보국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쉽을 체결하게 된다. 파트너쉽의 주요 내용은 에이데일리의 정기적이고 적극적인 베트남 활동. 이를 위한 베트남 출신 멤버의 영입이 계획됐으며 베트남 아이돌 출신의 제이드가 최종 낙점됐다. 제이드는 이미 실력과 외모를 인정받아 베트남에서 각종 광고 모델과 가수 활동을 병행하면서 다수 팬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 아이돌로 에이데일리의 베트남 활동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을 기대되고 있다.
내년 1월에는 베트남어 버전의 스페셜 앨범 발매를 통해 본격 진출을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베트남어 교육을 통해 현지 방송활동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숙소와 현지 매니지먼트 계획이 이미 마련돼 추진 중이다. 보국 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류에 열광하는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진정한 K-POP 뮤지션의 음악을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베트남에서의 성공을 자신했다.
에이데일리의 다음 목표는 일본진출이다. 한류가 많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정치적 화해가 이뤄진다면 언제든 다시 불붙은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데뷔 앨범에 3만 장의 선주문이 들어 왔다는 것은 에이데일리에 있어 더 없는 찬스이다. 초짜 신인들의 데뷔 싱글에 과감히 투자한 곳은 일본에서 한류 관련 상품과 앨범을 유통, 판매하고 있는 중견 모 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는 한류의 재도약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던 중 데뷔 준비 중에 있는 에이데일리의 연습과정을 보고 투자를 결심한다.
거대 음반시장을 보유한 일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3만 장은 초특급 아티스트들도 소화하기 힘든 물량. 로또와 같은 행운이 없다면 고스란히 재고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 음반 시장의 분위기다. 게다가 에이데일리는 거대 기획사를 끼고 진출하는 것이 아니기에 홍보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에이데일리는 메이저보다는 마이너리그에 집중한다는 계획. 투자한 기업 측은 “일본에서도 거대 기획사들이 기획한 걸그룹이 음악 시장을 리드해 오고 있다. 노기자카46나 AKB48가 대표적으로 현재 일본 음반시장의 최강자이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다양한 시장을 가진 일본에서는 지방이나 소규모 무대를 중심으로 한 마이너 걸그룹들이 대활약하고 있다”고 일본 공략 전략을 밝혔다.
이런 걸그룹들은 일본에서는 ‘지하 아이돌’이라고 칭한다. 방송노출이나 대규모 프로모션이 없는 대신 도쿄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한 소형 무대나 팬들과 직접 호흡할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공연을 개최해 나름의 팬덤을 확보하고 확장해 간다. 물론 마이너리그에서 기반을 확보해 톱스타로 자리 잡는 경우도 흔하고,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 에이데일리 역시 이 같은 방법을 취해 다양한 무대와 이벤트로 착실하게 인지도를 쌓아간다는 계획이다.
수많은 걸그룹들이 탄생하는 ‘걸그룹 전국시대’에 에이데일리는 데뷔전부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그 가능성을 어떤 식으로 무대로 이어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지이다. 해외에서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K-POP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이상 국내에서의 기반 확보는 필수적인 요소다. 과연 어떤 매력과 어떤 퍼포먼스로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