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가연 기자] '인터스텔라'와 '퓨리' '헝거게임:모킹 제이' 등 외화가 점령한 극장가에 한국 영화 자존심을 높일 영화가 개봉한다. 26일 전야 개봉하는 '빅매치'다. 올겨울 스크린 전쟁의 포문을 여는 '빅매치' 뒤를 이어 '국제시장' '상의원' '기술자들' 등 대형 영화들이 줄이어 개봉하면서 잠시 외화에 내줬던 자리를 한국 영화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빅매치'의 가장 큰 장점은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팝콘 무비'라는 것. 영화 전개는 박진감 넘치고 화면이 화려해서 눈과 귀가 즐겁다. 영화에 담긴 심오한 메시지도 없어 생각 없이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다만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서 관객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이 모자라다는 것. '빅매치'는 오락 무비로 손색없지만, 관객의 마음을 끄는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빅매치'는 도심 전체를 무대로 천재 악당 에이스(신하균 분)로부터 납치된 형 영호(이성민 분)를 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익호(이정재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이종격투기 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익호의 시선에서 시작한다. 뛰어난 격투기 기술과 빼어난 몸매, 화려한 쇼맨십까지 모든 것을 갖춘 익호는 유례없는 인기로 이종격투기 선수로서 최고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의 원동력은 자신과 함께 평생을 동고동락한 형 영호. 하지만 영호는 갑자기 사라지고 이를 찾아 경찰이 들이닥친다. 졸지에 익호는 영호의 살해 용의자로 몰리고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는데, 경찰서 철창에서 의문의 남자에게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그는 바로 듣기에도 묘한 웃음을 흘리는 에이스다. 영호를 자신이 데리고 있다고 말하는 에이스는 형을 구하려면 여러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고 꼬드기고 익호는 에이스와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에 뛰어든다.
영화는 한 편의 컴퓨터 게임을 보듯 빠르게 전개된다. 경찰서부터 도박장, 월드컵 경기장, 옛 서울역 건물에 이르기까지 서울 도심을 전체로 5판의 경쾌한 게임이 진행된다. 게임을 여는 주체는 에이스, 미션을 수행해야하는 이는 익호, 두 사람의 물러설 수 없는 팽팽한 대결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힘이다. 다행히 영화는 이정재와 신하균의 균형이 잘 맞는다. 영화 속 절대적인 분량은 익호 역을 맡은 이정재가 조금 더 많지만, 서로 연기를 주고받으면서 끝까지 극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빅매치' 속 이정재는 내외적으로 고생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이종격투기 선수로 탄탄한 몸매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격투기도 직접 배웠다. 영화 촬영 전 격투기 연습 도중 이미 어깨 부상으로 촬영하는 데 여의치 않았다고 하니 그의 노력이 예상된다. 부상을 당한 이정재는 촬영 중에도 손가락 골절이나 타박상 등 부상을 온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러나 영화를 위한 이정재의 노력이 장면 곳곳에서 고스란히 배어나니 다행이다. 더불어 꾸준히 몸매 관리를 한 덕에 속옷 한 장만 입고도 20대 못지 않은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니 '빅매치'는 이정재 팬들을 위한 '이정재 종합 선물 세트'다.
이정재가 몸이 힘들었다면 신하균은 표정으로 고생했다. 익호를 뛰게 하는 뛰어난 악당 에이스를 연기한 신하균은 차 안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익호를 게임판에 몰아 넣는다. 손짓과 얼굴 표정 하나하나로 악역을 소화한 신하균은 섬세한 심리묘사로 이정재와 대비되는 역으로 극의 균형을 맞춘다. 더불어 '빅매치'로 스크린에 처음 도전한 보아는 제 몫을 소화하면서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보아의 분량은 오히려 풍성한 재미를 준다.
라미란 이성민 김의성 배성우의 감초 연기가 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을까. 이들은 적은 분량이지만,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다해내면서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익호의 형과 형수 역의 이성민과 라미란은 티격태격하는 부부로, 김의성은 감초 형사로, 배성우는 어리바리한 악당으로 출연해 관객의 재미를 돋운다. 이정재와 신하균의 연기 대결로만 비칠 수 있는 부분을 여러 배우의 감초 연기로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영화에는 많은 배우가 나오지만, 겉돌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과감한 액션 장면과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볼거리로 112분을 채우지만, 반복되는 싸움과 미션을 완성하는 장면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이 여기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한 번에 녹일만한 '결정적 장면'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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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와 신하균의 쫄깃한 연기 대결이 돋보이는 '빅매치' 예고편(http://youtu.be/NaT7XbHZC0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