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건희 기자] 세상을 떠난 김자옥의 연기 인생은 그가 맡았던 캐릭터처럼 다양했다.
김자옥은 16일 오후 폐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지난 2008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이겨냈지만 최근 암이 재발해 입원했다. 그러나 끝내 서울성모병원에서 세상과 이별했다.
김자옥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성우로 활동했던 그는 1970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듬해 서울중앙방송(현 KBS) 드라마 '심청전' 주인공으로 발탁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74년 김수현 작가의 '수선화'에 출연한 그는 다음 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차지하며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1980년대에도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한 번의 결혼 실패 이후 가수 오승근과 재혼으로 안정된 가정을 유지한 그는 청순가련한 '눈물의 여왕' 자리를 지켰다. '산유화' '유혹' '배반의 장미'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1990년대 중반 그는 새로운 변신에 도전한다.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에서 만든 '공주병' 이미지를 노래로 만든 것이다. 그의 노래 '공주는 외로워'는 당시 60만 장 이상이 팔렸다. 이후 그는 조금 더 친숙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2000년대 김자옥은 푸근한 국민 엄마였다. 부잣집 귀부인부터 억척스러운 아줌마 역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던 그는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프린스 1호점' '오작교 형제들' 등 인기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배우였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홍길동의 후예' 등 스크린에서도 맹활약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세 번 결혼하는 여자'였다. 그는 극 중 오은수(이지아 분)의 두 번째 시어머니 손여사 역을 맡아 감초 구실을 톡톡히 했다.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시청자들과 만난 건 tvN '꽃보다 누나'였다. 출연 당시 김자옥은 투병 사실을 밝히며 "여행 전 두려움이 컸지만, 나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여행 계속 다닐 자신 있다"고 얘기했다. 출연 이후 '국민 누나'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김자옥의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상태 악화로 입원한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눈물의 여왕'에서 '외로운 공주'로, 다시 친근한 엄마이자 '국민 누나'로 이어진 그의 연기 인생은 아쉽게 여기서 멈췄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14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8시 30분에 이뤄지며, 장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1984년 결혼한 남편 오승근과 아들, 딸, 그리고 막내 동생인 김태욱 SBS 아나운서가 있다. 특히 김자옥의 아들이 내년 3월 결혼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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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옥 '공주는 외로워' 무대 영상 (http://youtu.be/-kTpmrrSiX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