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성지연 기자]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 하차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지난 8일 방송인 노홍철(35)이 난데없이 자신이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이날 새벽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것이 이유다. 연예인 한 명이 방송에서 하차하는 일은 비일비재했지만, 노홍철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느낌이 다르다.
데뷔 이후 성실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자신의 이미지를 굳힌 그였기에 '음주 적발'과 노홍철의 이름이 나란히 놓힌 것은 생경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올해로 9년째,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MBC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의 초창기 멤버인 그가 음주 사건으로 하차한다면 프로그램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노홍철의 음주운전 적발 사건이 보도된 후 인터넷상에는 당시 상황을 목격한 누리꾼들의 제보부터 당시 현장에서 그에게 음주 단속을 한 경찰의 인터뷰 기사까지 수많은 기사가 시간을 앞다퉈 쏟아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목격담과 기사 대부분이 그의 음주운전 적발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인 것.
노홍철은 당시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근처 병원에서 채혈 검사로 음주측정을 대신했다. 당시 노홍철에게 음주 측정을 한 경찰은 "운전자가 음주 측정을 세 차례 이상 거부해야 음주 거부라고 할 수 있지만, 노홍철은 채혈 검사로 측정을 요구한 것"이라며 방법을 달리 한 것이지 '거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몇몇 누리꾼들은 전문가와 경찰의 말을 인용하며 "채혈 검사로 음주측정을 하면 기계로 검사할 때보다 높은 수치의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노홍철은 채혈 검사 결과가 기계로 검사하는 것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무한도전' 녹화 분량에 타격을 주지 않으려 속 깊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누리꾼 또한 SNS를 통해 노홍철의 음주운전이 다소 확대된 사안임을 강조했다. 현장에 있던 누리꾼은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이다. 노홍철은 불법주차가 된 자신의 차량을 인지하고 잠시 주차위치를 이동하려 운전하던 중 음주단속에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발됐을 때 노홍철은 굉장히 공손하게 채혈을 요구했고 표정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반성하는 목소리였다"고 덧붙이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앞서 '무한도전' 멤버로 활동한 리쌍 길 또한 음주운전 문제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지만, 당시 상황과는 다른 온도차다. 그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만한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심지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노홍철 하차 반대'를 주제로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노홍철은 '무한도전' 제작진을 통해 직접 전달한 글에서 자신의 하차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힌 바 있다. 그는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저를 아껴주셨던 많은 분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한 마음 뿐이다"며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선택한 방송 하차란 결정이 오히려 시청자에게 더욱 불편함을 주고 있는 꼴이 돼 버렸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분명하다. 대중들이 노홍철의 방송하차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음주운전을 한 노홍철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은 것인지, 그가 출연 중인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이례적인 위기에 '면죄부'를 주고 싶은 것인지 말이다.
노홍철이 방송인으로서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그의 성실한 태도나 방송을 사랑하는 열정도 크게 자리했지만, '국민 예능'이라 불리는 '무한도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때문에 '방송인'을 직업으로 삼는 노홍철이 현재 수많은 이들의 방송출연 요구에도 방송 중단을 선언하고 침묵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국민 예능이란 타이틀을 짊어진 '무한도전'의 멤버라면 곤장 한 대로 끝나선 안 될 일 아닌가.
'나는 다른 방송인보다 대중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자숙하지 않아도 된다'며 말쑥한 표정으로 "무한도전!"을 외치는 노홍철을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노홍철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그가 이번 일을 통해 책임과 의무의 무게를 깨닫고 더욱 성숙해진 면모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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