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커스] '일대일' 남규홍 PD의 자기복제? 독특한데 낯익은 토크쇼

SBS 파일럿 프로그램 일대일은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이지만 짝과 인터뷰 게임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 SBS 제공

[더팩트ㅣ이건희 기자] 분명 처음 보는 토크쇼인데 어디서 본 듯하고 익숙하다. 12일 오후 파일럿으로 방송되는 SBS '일대일-무릎과 무릎 사이(이하 일대일)' 이야기다.

누가 '일대일'을 만들었나 봤더니 답은 금방 나온다. '일대일'은 '인터뷰게임'과 '짝'으로 교양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남규홍 PD가 1년 만에 만든 작품이다. 그런데 '일대일'에는 그의 전작에서 볼 수 있던 색채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일대일'은 두 사람이 정해진 형식이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에게는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다는 뜻으로 '군주'라는 칭호가 붙는다. 두 명의 군주들은 '일대일 궁'에서 정해진 일정에 따라 잠도 함께 자고 솔직한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애정촌을 떠올리게 하는 일대일 궁에서 벌어지는 두 출연자의 이야기는 새롭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준다. / SBS 제공

11일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일부 공개된 '일대일'에는 농구 선수 서장훈과 만화가 강풀이 출연한다. 마흔 살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삶을 살았다. 한 명은 정상을 찍고 은퇴했고 다른 한 명은 정상을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게스트 선택은 나쁘지 않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는 MC도 없다. 여행은 아니지만 스튜디오를 벗어나 토크쇼의 틀을 깬다.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토크쇼다.

그러나 분위기는 익숙하다. '일대일 궁'은 '짝'의 애정촌 같고, 성우의 내레이션도 '짝'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남규홍 PD가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짝'과 '일대일'의 내레이션을 담당한 성우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몰랐을 정도로 비슷하다.

남규홍 PD는 일대일에 대해 전작 짝과 인터뷰게임을 염두에 두고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 SBS 제공

MC 없이 인터뷰하고 싶은 대상과 직접 이야기하는 건 남 PD가 2008년 연출했던 '인터뷰 게임'과 닮았다. '인터뷰 게임'은 시청자들이 인터뷰 대상을 직접 선정하고 인터뷰하며 오해와 갈등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남규홍 PD는 '인터뷰 게임'으로 21회 한국PD대상에서 실험정신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두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에 남규홍 PD는 발끈했다. "그는 제작 능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됐을 수 있지만, 절대 두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만들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보통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이라 조명하고 싶었다. 소통이 주제기 때문에 비슷할 수 있지만 '인터뷰 게임'과는 분명히 다른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얘기에도 파일럿 방송이 나가면 시청자들은 '짝'과 '인터뷰게임'의 조합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남규홍 PD의 색깔이 짙다. 새롭고 독특하지만, 시청자들에게 통할지 의문이 생기는 이유도 자기복제에 가까운 익숙함에 있다.

짝 등과 비슷하다는 지적에도 SBS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일대일의 정규 편성 가능성은 높다. / SBS 제공

'일대일'은 파일럿 편성이지만 정규 편성 가능성이 높다. 기자 간담회에서도 제작진은 정규 편성 불발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SBS 관계자는 "'일대일' 편성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일럿 프로그램에 취재진을 불러 시사회와 기자 간담회를 여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SBS가 '일대일'과 남규홍 PD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의미한다.

'일대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기대만큼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정규 편성될까. 아니면 새로운 시도는 좋았으나 '짝'과 '인터뷰게임'이 혼합된 그저 그런 토크쇼로 1회 만에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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