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임시완(27)은 연기하는 아이돌, 즉 '연기돌'이다. 하지만 임시완을 그저 '연기돌'로 수식하기엔 밋밋한 느낌이다. 그간 연기하는 아이돌이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던 '연기력 부족'이란 색안경을 확실하게 벗겨준 주인공이 바로 임시완이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던 아이돌 가수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경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최근 스타들에게 '만능엔터테이너'의 자질을 요구하는 경우는 더욱 많아졌고 '연기돌'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굳어졌다.
드라마나 스크린에서 주인공으로 나서는 아이돌 멤버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작품을 만드는 이들도 강력한 팬층을 보유한 아이돌 멤버를 캐스팅해 시청률 혹은 관객 수 상승을 꾀하기도 한다. 그만큼 '연기돌'은 많지만, 정작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만은 않다.
과거 몇몇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준비되지 않은 설익은 연기력, '스타성' 하나만 믿고 아이돌을 캐스팅한 이들 덕에 실력 있는 배우가 설 기회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를 두고 배우 최민수는 '연기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열린 MBC드라마 '오만과 편견' 제작발표회에서 "아이돌이 연기하는 것이 싫다.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도 벅찬데 개나 소나 연기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장난처럼 느껴진다"고 비판을 가했다. 대중들 또한 마찬가지다. 유독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 엄격한 평가지를 제시한다. '연기돌'이란 단어 자체에 이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함축하고 있는 뉘앙스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임시완은 '연기돌'이란 부정적인 이미를 벗은 예외의 '연기돌'이다. 4년 차 아이돌 제국의아이들 멤버로 튼튼한 팬덤을 보유한 그는 지난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허염(송재희 분)의 아역으로 처음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당시 연기자로 첫 발걸음을 뗀 그는 제국의아이들 멤버 중에서 인기있는 멤버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한 명의 신인배우로 평가받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는 '해를 품은 달'에서 그간 '연기돌'의 문제점으로 끊임없이 거론된 설익은 연기가 아닌, 되려 신인배우보다 섬세한 표현력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수려한 외모는 보너스였다.
임시완의 활약은 지난해 가장 두드러졌다.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을 통해 '연기돌' 최초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어낸 것. 그는 지난해 12월 개봉한 '변호인'에서 지난 1981년 부림사건 당시 용공 조작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문을 당하는 대학생 진우로 분했다.
'한국의 3대 연기파'로 꼽히는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임시완은 당시 '대선배' 송강호에게 직접 연기 지도를 받으며 눈물 쏙 빠지는 호된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신인치곤 과분했고 다른 의미에선 버거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변호인'은 임시완에게 지난해 가장 빛나는 연기를 보여준 신예란 타이틀과 평단의 호평, 영화전문사이트 맥스무비가 선정한 '최고의 남자 신인배우상'이란 영예를 안겼다.
무대로 돌아온 임시완은 가수 활동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멤버들과 미니 앨범 'FIRST HOMME'로 활동하며 팬들을 만났다.
이후 임시완은 지난달 1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 채널 tvN '미생'을 통해 또 한번 배우로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쌓아가는 중이다. '미생' 속 '연기자 임시완'을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변호인'에서 대학생 진우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했던 그가 '미생'을 통해 신입사원 장그래로 직장인의 애환을 녹여낸다.
'연기돌'이 아닌 오롯이 한 명의 배우로 평가받고 있는 임시완은 여러 '연기돌'에게 모범 사례이자 좋은 '롤모델'로 비춰지고 있다. 초반 '스타성'에 힘입어 캐스팅된 경우가 더더욱 아니었기에 그의 탄탄한 필모그래피는 의미를 더한다.
최근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는 '연기돌'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중들이 '연기돌'을 향한 색안경을 완전히 벗고 그들을 연기하는 가수, 노래하는 연기자, 혹은 '만능엔터테이너'로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제2의 임시완' '제3의 임시완'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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