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연의 연예人 돋보기] 신해철, '진정한 어른'이었던 그를 추억하며

가수 신해철이 27일 46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가운데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가 음악인 아닌 또 다른 의미로 팬들에게 남긴 의미를 추억해봤다./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가수 신해철이 46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와의 이별에 가요계는 물론 그를 사랑했던 팬들은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한궤도, 넥스트, 그리고 신해철이란 이름으로 26년간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명곡을 남긴 뮤지션. 그가 대단한 혹은 존경받아 마땅한 음악인이란 사실은 그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는 것만으로도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대단한 뮤지션' 신해철을 뮤지션이 아닌 또 다른 의미로 기억하는 이들 또한 많다. 그룹 god, H.O.T를 우상으로 생각하고 서태지를 '가요계 조상님'으로 여기며 자란 20대 초중반이 그렇다. 기자 또한 그 안에 속하는 'N세대'다.

신해철의 히트곡 하나 완벽하게 읊조리지 못하는 기자에겐 '신해철이 음악적으로 얼마나 혁혁한 공을 세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그와 시대를 공유하지 못했고 그의 음악을 즐겨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자에게, 'N세대'에게도 신해철의 죽음은 유난히 서글프다. 신해철은 음악 말고 또 다른 의미로 우리 세대와 소통한 '큰 형님'같은 존재였기에 그렇다.

MBC 시사프로그램 백분토론에 출연했던 신해철은 파격적인 의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MBC 방송화면 캡처

신해철을 떠올리면 처음 생각나는 것은 '백분토론'이다. 2005년 손석희 앵커가 진행자로 있던 MBC 시사프로그램 '백분토론'에 패널로 출연한 신해철의 파격적인 패션은 당시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당시 그는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던 패션인 선글라스에 후드 티셔츠, 가죽장갑을 끼고 출연했다. '간통죄 폐지 논란'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로커의 모습은 그 풍경만으로도 생경한 느낌을 자아냈다. 로커가 '백분토론'에 출연해 사회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도 그랬지만, 록가수다운 소품을 그대로 유지한 그의 당당한 면모는 더욱 파격이었다.

이후에도 신해철은 '백분토론'에 꾸준히 출연했고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가 참여한 주제는 주로 학생 체벌 금지, 영어 공교육 정책 반대 등 청소년들을 위한 주제였다. 그는 자신이 내세운 주장에 부합하는 사회 운동참여 또한 게을리 하지않았다. '소셜테이너'로서 활동하며 말 뿐아닌 행동을 보여주는 '큰 형님'의 존재는 당시 청소년이었던 'N세대'를 대변했다. 'N세대'에게 신해철이란 '어른'은 든든하고 멋진 존재였다.

신해철은 동물애호가로 팬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인물이다./MBC 제공

신해철은 '애묘인'사이에서도 유명한 인물이다. '신해철'하면 두 번째로 연상되는 것은 고양이다. 지금은 그의 개인 블로그와 미니홈페이지가 문을 닫아 그가 올린 수많은 글들을 찾아볼 수 없지만, 과거 기자는 그가 운영했던 블로그에서 고양이에게 적합한 사료를 고르고 고양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기도 했다.

신해철은 오랜 시간 고양이 두 마리 레오와 슈라를 키우며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며 팬들과 소통했다. 당시 그는 고양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고 유기동물 입양 등에도 기부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길고양이 입양하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 애호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많은 사람이 사랑했던 신해철의 노래 '날아라 병아리'의 가사는 그의 고운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작고 약한 존재들을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사랑했기에 아름다운 노랫말로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던 그였다.

신해철 측은 팬들이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도록 조문을 허용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8일, 신해철의 빈소가 마련된 날이다. 그의 '절친'으로 알려진 가수 김창렬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SBS 파워 FM '김창렬의 올드스쿨'을 녹화방송으로 대신하려 했지만, 당초 계획을 취소하고 '신해철 추모특집'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신해철에게 무언가 특별한 선물을 선사하고 싶었다던 김창렬은 오프닝 멘트부터 울음을 터뜨렸지만, 그의 첫 마디는 많은 이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됐으리라. 김창렬의 오프닝 멘트를 조금 틀어 그를 향한 마지막 애도의 글을 대신하려 한다.

"누군가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가수를 꿈꿨고 누군가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작가를 꿈꿨습니다. 누군가는 그의 음악을 목이 터져라 부르며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의 이야기에 작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어른'이 아직 존재한다는 것에 작은 희망을 품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N.EX.T '날아라 병아리'(http://www.youtube.com/watch?v=-X41UVzR1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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