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어떤가요] 얌전한 개코, 비주류 힙합으로 정상에 먼저 오르다

다이나믹듀오 개코가 16일 오직 나 혼자만의 생각과 이야기가 담긴 앨범이라고 밝힌 첫 솔로 앨범 레딘그레이를 발표했다. /아메바컬쳐 제공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결국엔 실력이다. 좋은 음악만이 답이다. 가수의 진정한 힘은 음악이라는 것을 그는 다시 한번 입증했다. 힙합 듀오 다이나믹듀오 개코(33·본명 김윤성)가 오랜시간 공들여 만든 곡으로 채운 첫 솔로 앨범 '레딘그레이'(REDINGRAY)로 힙합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개코는 지난 2004년 발매한 '택시드라이버' 이후 10년 만에 처음 솔로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10년 내공이 모두 담긴 것은 물론 개코 자신의 경험과 즐겁게 만들어낸 상상을 더해 자신만의 음악 세상을 펼쳤다. 그는 음악 중심의 주인공이자 전혀 다른 관찰자로 자신과 그 주변의 환경을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멜로디로 완성했다.

다이나믹듀오 개코(왼쪽)은 지난 여름 한국 가수 최초로 전 세계 힙합 대부 디제이 프리미어(가운데)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더팩트DB

'솜방망이 농락하는 나의 묵직한 돌직구 플로우 / 시대의 흐름을 흡수하는 솜 이지만 꽉 쥐면 흐르는 건 노력의 땀이야 / 빼빼 마른 몸매에서 깊게 뿜어 나오는 강단 / 행동발달 상황은 근면성실 / 성적표는 매번 차트에서 상단'

지난해 2월 '개코 애틱스'라는 이름으로 내보인 솔로곡 '될 대로 되라고 해'의 가사처럼 개코는 노력과 돌직구 플로우, 근면·성실한 음악으로 이번에도 차트 정상을 탈환했다.

개코는 16일 낮 12시에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레딘그레이' 음원을 발매한 이후 불과 몇시간 만에 타이틀곡 '화장 지웠어'로 10개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문화 대통령' 서태지를 비롯해 '대세' 걸스데이 빅스, 음원 강자 악동뮤지션 등이 이미 차트를 꽉 쥐고 있는 상황에서 개코는 조용히 그리고 강하게 차트를 뒤흔들었다.

이는 24시간이 흐른 뒤인 17일 오후 1시에도 여전했다. 멜론 엠넷 소리바다 네이버뮤직 지니 몽키3 올레뮤직 등 7개 음원 차트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다. 서태지마저 제압한 개코의 힘은 상상 그 이상이다.

개코는 힙합이 비주류 음악에서 주류음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음악 팬들의 선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아메바커쳐 제공

'레딘그레이'는 내 음악을 정리하는 색깔을 뜻한다. 그레이는 세상을 보는 중간의 관점을 표현하는 색이고, 붉은색은 앨범 전반에 흐르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남자의 회색 마음 속 붉은 욕망을 직선적으로 표현했다.

'화장 지웠어'는 '오빠 나 화장 지웠어'라는 문장에서 시작된 호기심과 개코의 경험이 섞인 곡이다. 뜨뜻미지근한 남자에게 마음이 떠난 여자의 심경을 표현했고 동시에 알 수 없는 남녀의 관계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계절감도 돋보인다. 개코는 가을과 어울리는 17곡의 노래를 두 장의 CD에 담았다. 나머지 타이틀곡인 '장미꽃'은 개코가 래퍼에 이어 보컬로 나서 깊은 여운을 안긴다. 또한 상반기 힙합 열풍과 하반기 에픽하이와 MC몽으로 이어질 분위기의 교두보 구실을 하는 동시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개코는(오른쪽)은 지난 2004년 친구 최자와 만든 팀 다이나믹듀오로 활동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힙합 가수로 성장했다./아메바컬쳐 제공

음악으로 팬들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정상급이다. 개코는 '레딘그레이'를 17일부터 24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신사장에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전시회를 연다. 음악과 예술적 영감의 연결해 스토리와 주제의식을 공간 구성과 설치, 영상과 음악 등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여기에 의류·향수 등을 음악과 콜라보레이션해 팬들과의 교류를 확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매우 놀랍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개코의 음악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언더 신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치와 마니아와 대중성에 대한 고찰,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 묵직하면서도 자유분방한 플로(flow)와 뇌리에 꽂히는 라임, 틀에 갖히지 않는 마음을 흔드는 목소리까지 한국 힙합 신의 정점에 선 래퍼라는 말과 팬들의 '리스펙트'(respect)는 과찬이 아니다.

시원한 바람에 시리도록 파란 하늘, 풍부해지는 감정까지. 올가을 감성은 발라드 대신 힙합(개코)로 채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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