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상반기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는? 소녀시대? NO! 투애니원? 글쎄. 엑소? 그럴 리가. 상반기 메가 히트송 '썸'을 부른 소유X정기고가 바로 이 물음의 정답이다. 2월에 나온 이 곡은 지니 차트 기준 총 688시간 동안 1위를 차지하며 음악 팬들을 사로잡았다.
'썸'이 대단한 인기를 얻자 '제2의 썸'을 노리는 이들이 생겨났다. 너도나도 짝을 이뤄 신곡을 발표했다. '의외의 콜라보레이션'과 '달콤한 목소리 앙상블'이 키 포인트였다. 나오는 곡마다 음원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신인 그룹 하이포는 지난 4월 '음원 깡패' 아이유를 등에 업고 '봄 사랑 벚꽃 말고'를 발표해 각종 차트 1위를 휩쓸며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다. 6월엔 리쌍 개리가 멤버 길이 아닌 정인과 달콤한 듀엣곡 '사람 냄새'로 차트를 접수했다. 산이와 레이나는 '썸'을 위협하는 러브송 '한여름밤의 꿀'로 여름 내내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반기라고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콜라보레이션을 이루는 가수들은 더 다양해졌다. 딕펑스는 7월 포미닛 전지윤을 콜라보레이션 파트너로 선택해 밴드 결성 이후 처음으로 아이돌 멤버와 호흡했다. 지난해 5월 '짧은 머리'를 발표한 허각과 정은지는 '이제 그만 싸우자'로 러브송 분위기를 이어갔다. 8월에는 가수 린이 빅스 레오와 입맞춤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들은 상반기 곡들처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자 '원조'가 출동했다. 씨스타 소유의 소속사는 지난달 16일 "'썸'2~~? 가을바람에 어울리는 설레는 노래로 26일 출동! 기다려 주세용^ㅇ^♡"이라는 메시지를 공식 트위터에 올려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썸2'라는 수식어와 "소유의 새로운 피처링 파트너로 역대 최고급 뮤지션이 참여한다"는 소속사 측의 홍보 문구는 가요계를 들끓게 했다. '봄=썸, 가을=썸2'로 2014년이 완성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컸다. '역대급 뮤지션'이라는 표현에 대단한 인물들이 소유의 피처링 파트너로 언급됐다.
그런데 뚜껑이 열린 일명 '썸2', '틈'은 어딘가 2% 아쉬웠다. 소유의 짝꿍은 어반자카파 권순일-박용인으로 밝혀졌고 지난달 26일 음원 공개 직후 '틈'은 차트 1위를 따냈지만 얼마 뒤 컴백한 김동률에게 정상을 내주고 말았다. 며칠째 2위에 머물러 있거나 10위권 내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썸'이 한 달 이상 음원 차트 1위를 장악하고 방송계 트로피까지 싹쓸이했던 걸 생각하면 '틈'의 성적은 더욱 씁쓸하다. 대박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려다 과거의 명성에까지 스크래치를 남길 위기에 처했다.
'문화 대통령' 서태지마저 아이유를 앞세워 '소격동'을 먼저 공개한 요즘. 콜라보레이션은 분명 가요계를 접수한 유행 코드다. 휘성X긱스의 '친구로 남아줄게', 지아X환희의 '폴링 인 러브', NS윤지X 기리보이의 '설렘주의' 등 차트 상위권에 있는 곡들 중 듀엣곡은 더 많다.
한 곡에 둘의 목소리가 담기니 일석이조 느낌이지만 무턱대고 흥행 공식을 따르려는 모양새는 '글쎄올시다'다. 냈다 하면 차트를 장악하는 '음원 강자'들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지만 듣는 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음악을 해야 진정한 가수가 아닐까.
이런 점에서 오롯이 자신의 음악으로 일주일간 차트 1위를 싹쓸이 하고 있는 김동률은 더 빛나 보인다.
ps. Y : 듀엣, 콜라보레이션, 뻔한 공식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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