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루시' 최민식-뤽 베송, 두 베테랑의 '겸손은 쉬워요'

배우 최민식(왼쪽)과 뤽 베송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CGV 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루시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김슬기 기자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최민식을 존경한다.", "뤽 베송과 작업은 처음 경험한 짜릿함."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겸손을 의미하는 위 속담을 떠오르게 한 두 '베테랑'이 있다. 바로 '제5원소' '테이큰' '레옹'을 만든 프랑스의 거장 뤽 베송 감독과 '올드보이' '명량'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배우로 거듭난 최민식이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선 영화 '루시'(감독 뤽 베송, 수입·배급 UPI 코리아)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뤽 베송 감독과 영화의 주인공 최민식이 함께 했다.

영화 '루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여자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와 지하 세계에서 극악무도하기로 유명한 미스터 장(최민식 분)의 대결을 그린다. 루시가 미스터 장에게 납치돼 몸속에 강력한 합성 약물을 운반하다가 체내에 퍼지는 사고로 예상치 못한 힘을 얻은 후 과정을 박진감있게 담는다. 뤽 베송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스칼렛 요한슨 모건 프리먼 최민식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최민식이 악역 미스터 장으로 출연하는 영화 루시/영화 루시 스틸

거장과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의 만남, 특히 최민식의 첫 외화 진출작인 '루시'가 처음으로 베일을 벗는 날이기에 이날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행사 2시간 전부터 입장권을 배포했고 밀려드는 질문 공세에 주어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 연출됐다.

무대에 오른 뤽 베송 감독과 최민식은 수많은 스포트라이트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뤽 베송 감독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취재진과 눈을 마주치며 "헬로"를 연발해 웃음을 자아냈다.

뤽 베송 감독은 "최민식을 미스터 장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오롯이 그의 재능 때문이다. 국적이나 외부적인 요인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최민식에게 러브콜을 보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최민식이란 배우를 오래 전부터 존경했다. 아마 그가 캐스팅 제의를 거절했다면 그를 죽이고 다른 배우와 작업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 최민식(왼쪽)과 뤽 베송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CGV 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루시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김슬기 기자

뤽 베송의 말에 최민식 또한 "죽지 않기 위해 '루시'에 출연했다"고 말해 웃음 폭탄을 터트렸다. 그간 외화에 출연하지 않던 그가 '루시'를 첫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결정한 이유를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을 이어갔다.

최민식은 "나는 알다시피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다.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데 언어가 자유롭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다. 자연스럽지 않은 연기를 하면서까지 외화에 출연하고 싶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 "하지만 '루시'는 한국어로 연기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거장'으로 불리는 뤽 베송 감독이 한국으로 직접 와서 작품에 대해 2시간이 넘게 설명해 줬다. 통상 유명한 감독은 거만하거나 허세가 넘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의 면모에 감동했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배우 최민식이 20일 오후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CGV 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루시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슬기 기자

그는 자신의 연기를 자평하며 "실망스럽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최민식은 "이번 작품을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한 건 맞지만,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내 연기가 부끄러울 만큼 실망스럽다"고 고백했다. 이어 "촬영 내내 뤽 베송 감독을 많이 괴롭혔다. 아쉬운 부분을 채우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덧붙였다.

최민식의 말에 뤽 베송 감독은 "괴롭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배우가 감독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찍고 싶다' '이런 방법은 어떠냐'고 제안하는 건 굉장히 감동적인 부분이다"며 "이 자리를 빌려 열정적으로 영화에 참여해준 최민식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두 '베테랑'은 간담회 내내 서로의 재능을 극찬하며 다음 작품에서 또 한번 재회하길 조심스럽게 약속했다. 뤽 베송 감독은 '명량'으로 새로운 신기록을 세운 최민식에게 "다음 작품에선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로 함께 하자"는 유쾌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배우 최민식이 20일 오후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CGV 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루시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김슬기 기자

10년 간 '루시'를 구상하고 만든 거장 뤽 베송 감독, 오랜 시간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최민식. '내공 100단' 두 남자의 겸손함은 '90도 인사'로 마무리 됐다. 그들의 향한 뜨거운 박수갈채가 극장 안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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