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가연 기자] 영화계 관계자들이 예측한 '해무'(감독 심성보, 8월 13일 개봉)의 성공 관건은 김윤석도 김상호도 이희준도 아니었다.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박유천(29)이다. 박유천이 영화에 얼마나 잘 녹아드느냐에 따라 영화의 완성도가 갈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작자(감독 봉준호)와 시나리오(감독 심성보)가 있다고 해도 이를 풀어내는 능력은 100% 배우의 몫이다.
몇 편의 작품으로 안방극장에서 '중박'을 친 그였지만, 스크린에서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려웠다. 지난달 28일 언론시사회, 그리고 지난 13일 영화 개봉 후 작품에 대한 호평은 박유천에게 쏟아졌다. 부담이 오히려 득이었을까. 박유천은 작품 시작 전부터 마칠 때까지 영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털어놓는다. 동식으로 스크린에 다시 태어난 박유천을 직접 만나 들어본다.
"언론시사회와 VIP시사회로 영화를 두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어리둥절했어요. 사실 언론시사회에서는 심판을 받는다는 느낌이 있어서 조금 어려웠는데 VIP시사회에서는 그나마 편하게 본 것 같아요. (느낌이 어땠는지?) 어리바리하죠 뭐. 제가 어떻게 연기했는지는 볼 틈이 없었어요. 선배들의 연기를 보느라 작품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스크린 첫 작품이다. 게다가 상대역은 김윤석 문성근 김상호 유승목 등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박유천은 이 영화로 첫 연출을 맡은 심성보 감독과 "우리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며 웃는다.
"심성보 감독님도 처음 하는 감독이라서 '너하고 나만 잘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감독님을 믿고 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첫 영화라 그런지 촬영하는 순간 버려야 하는 것도 많고 놔야 하는 것도 많더라고요. 심성보 감독님을 믿고 간 것 같아요. (촬영 후엔 어떤 느낌인지?) 소주 한잔 하고 싶은 감독님이에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어. 따뜻하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있어요. 통화도 자주 하고 그랬는데…. 통화를 하면 연애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죠. 감독님의 순수한 모습이 동식과 창욱(이희준 분)의 모습에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이야기하다 보니 갑자기 감독님과 소주 한 잔을 하고 싶네요.(웃음)"
'해무'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국내 대표 감독인 봉준호가 제작을 맡았다. 봉준호는 한 영상에서 "충무로는 박유천이라는 보석을 발견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연기력을 높이 평가했다. 박유천이 본 봉준호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에 봉준호 감독님 같은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떤 의미인지) 굉장히 다재다능하고 천재적인 느낌이 들어요. 특별한 무언가가 존재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말 한마디를 해도 다르고 어떤 사물을 보는 시선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튀지 않죠. 자연스럽고 또 정도 많아요. 봉준호 감독님이 동식 캐릭터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었어요. 봉준호 감독님과 또 하고 싶어요."
영화 속 동식은 밀항자를 실어나르게 된 '전진호'에 탄 막내 선원이다. 배와 선장 철주(김윤석 분) 밖에 모르는 순수한 소년인 동식은 '전진호'에서 만난 조선족 여인 홍매(한예리 분)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동식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힘겨운 선택을 해야 한다. 뱃사람으로 분한 박유천은 말끔한 정장과 잘 빗어넘긴 머리는 던져버리고 손질되지 않은 더벅머리에 후줄근한 옷을 입고 나온다. 항상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던 박유천에게선 좀처럼 상상이 안 되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깔끔한 게 워낙 불편해요.(웃음) 오히려 정장을 입고 딱딱한 옷을 입는 게 힘들어요. 오히려 작품에서 깔끔하게 나와야 하고, 멋있게 나와야 하는 불만이 있었어요. '해무' 속 동식은 그런 역할이 아니잖아요. 상황에 맞게 해야죠. 오히려 더 새카맣게 태웠어야 했는데…. 오히려 막내 선원이라 다른 선배들보다는 흰 얼굴이었던 것 같아요. 전혀 거부감은 없어요."
'해무'는 여수와 거제 마산 등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 촬영지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 한 척. 몇 달 동안 배 한 척에 의지해야 했다니 쉽지 않았을 거다. "원래 뱃멀미가 약간 있었어요. 그런데 연기할 때는 오히려 잊어버리니 괜찮은데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뱃멀미가 오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 배우도 고생하시니까 제가 뭐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죠.(웃음) 인상 깊었어요."
KBS2 '성균관 스캔들'(2010년) MBC '미스 리플리'(2011년) '보고 싶다'(2012년) SBS '옥탑방 왕세자'(2012년) '쓰리데이즈'(2014년) 등에 출연한 박유천은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이상을 기록하면서 가수와 연기활동을 겸업하는 성공적인 '연기돌'로 평가받는다. 30대를 바라보는 박유천에게 이제는 '연기돌'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부담스럽다.
"우선 작품을 선택할 때는 시나리오가 좋아야 해요. 궁금한 시나리오가 있어요. 연기해보고 싶은 영화가 있죠. '해무'가 정말 좋았기도 했고 JYJ 공연이 예정돼 있으니 섣불리 차기작을 선택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10대 후반부터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박유천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고 내년에는 30살이 된다. 자신의 20대에 대해서 어떻게 자평할까 궁금해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군대도 가야 하고(웃음)…. 일적인 것을 벗어나 대인관계만 보면 제가 연예인 친구들이 많지 않아요. 함께하는 재중이나 준수 외에는 그렇게 친한 연예인이 없는 것 같아요.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초반에는 더욱 심했는데 그나마 요즘은 조금 나아졌어요. 중간점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오랜 시간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늘 안고 가야 하는 부분도 있고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부분도 있죠. 하지만 좋은 것이 더 많았다는 것은 자부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