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한나 기자] "외국인끼리도 기수가 필요해."
호주인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국인 스타들의 서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만큼 외국인 스타들의 역사(?)가 깊어 졌다는 뜻.
'글로벌 예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외국인 스타들이 활약하기에 가능한 주장이기도 하다. 이젠 국내 스타들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는 외국인 스타들의 계보를 따라 올라가 보면 199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까지만 해도 방송에 외국인이 출연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1980년대에는 외국인들의 TV 등장이 제한된 적이 있을 정도다. 때문에 방송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은 EBS 속 원어민 강사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출신 로버트 할리, 프랑스인 이다 도시, 독일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이참 등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의 영역은 넓어지기 시작했다.
1세대 외국인 방송인이라고 볼 수 있는 이들은 한국인 같은 입담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걸출한 사투리(로버트 할리) 속사포 한국말(이다 도시) 젠틀한 이미지(이참) 등은 또 다른 매력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중국인 보챙과 독일인 브루노도 이 때 등장했다. 1999년 남희석 이휘재가 진행한 KBS2 '한국이 보인다-외국인 도보체험 한국 대장정'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이들이 구가한 인기는 최근까지도 이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이들은 외국인이라는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하며 친숙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외국인들은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에 한정됐던 영역도 넓혔다. 일본인 유민은 영화와 CF를 통해 한 때 국내 여자 연예인들을 물리치고 가장 많은 회원수를 보유한 팬카페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 2000년대 초반에는 아이돌 그룹에 외국인 멤버들이 하나씩 포함되기도 했다. 슈가의 재일 한국인 3세 아유미는 어눌한 한국어와 발랄함으로 가요계와 예능계를 주름 잡았다.
외국인 스타의 방송 진출에 분수량이 된 것은 단연 2006년 KBS2 '미녀들의 수다'다. 최근 방송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JTBC '비정상회담'의 전신이 된 이 프로그램은 2006년에서 2010년까지 장기 방송을 이어가며 외국인 스타들의 저변을 무한대로 넓혔다.
영국인 에바, 중국인 손요, 이탈리아인 크리스티나, 핀란드인 따루, 일본인 사유리 등 '미녀들의 수다'가 내 놓은 외국인 스타들은 손에 꼽기도 힘들다. 이들은 모델 연기자 리포터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그 이후 잠시 뜸했던 외국인 스타의 계보는 샘 해밍턴이 혜성처럼 떠오르며 명맥을 이었다. 각종 방송에서 종횡무진 맹활약하며 외국인 스타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기 때문.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나 JTBC '마녀사냥' 등에서 초반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하며 현재 이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누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어눌한 말투로 외치는 '다나까'나 외국인 남자의 시선으로 본 연애는 폭풍 재미를 선사했다. 그런 그에게는 "외국인 코스프레하지 마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을 정도.
물론 그 중간에 배우 다니엘 헤니 데니스 오 등 외국인 스타가 드라마나 영화 등에 출연하면서 이들이 익숙해 지는 것의 터를 닦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샘 해밍턴이 등장한 이후 방송에는 MBC '나 혼자 산다' 파비앙 tvN '섬마을 샘'의 가나인 샘 오취리 JTBC '비정상회담' 에네스 카야, 장위안 등이 '제2의 샘 해밍턴'을 노리며 외국인 예능 주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hanna@tf.co.kr
연예팀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