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김윤석 "'해무' 남다른 동료애, 최고의 호흡"

영화 해무에서 선장 철주로 분한 김윤석./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김가연 기자] 배 한 척 '전진호'에 자신을 맡긴 철주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남편이 돈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며 아내는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났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철주는 배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오직 배 하나에 의지해 살았던 철주는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오직 선장 철주만을 바라보는 아기새 같은 선원을 위해 철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바닷속 안개라는 뜻을 담은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 개봉 8월 13일) 선장인 철주의 상황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인다. 그런 철주를 관객이 더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철주를 연기한 배우 김윤석(46)의 영향이 컸다. 국내 대표 배우 김윤석. 어떤 작품에서든 120%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는 '해무'에서도 특별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지난달 28일 시사회 후 바로 만난 김윤석은 완전히 '해무'에 젖어있었다.

김윤석은 해무에서 배를 지키려고 광기에 사로잡히게 된 철주를 120% 소화한다./영화 스틸

김윤석은 철주를 두고 "무너져 가는 가장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선장은 배가 집이고 선원들이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배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쓰러져 가는 집을 버티고 있다. 이 기둥이 빠지면 아이들이 깔려 죽는다. 이 가장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고 말한다.

김윤석 자신은 철주의 마음을 100% 이해했을까. "선장의 판단이 가장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배는 땅을 딛지 않으면 망망대해에 떠 있다. 조업을 나가려면, 즉 먹고 살려면 이 사람에게 배는 꼭 필요했다. 그런데 배가 없어진다니 얼마나 끔찍했겠는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시대와 배경이 죄이지, 사람이 죄인은 아니다."

영화의 선장이었던 김윤석을 포함해 선원으로 나오는 김상호 문성근 이희준 유승목 박유천 등은 앞도 뒤도 보이지 않은 바다 위, 배 한 척에 의지하면서 촬영했다. 마산부터 여수 거제까지 몇 달 동안 배 위에서도 촬영했다. 힘들었을 법도 한데 김윤석은 장단점이 명확했다며 후기를 털어놓는다.

"힘들긴 정말 힘들었다. 육지에서 얼마 정도 배를 타고 나가면 촬영용 배가 있었다. 그곳에서 몇 달 동안 촬영하니 정말 몸이 지치더라. 하지만 배우와 스태프 등 우리끼리만 있으니 정말 촬영에 몰입이 잘 됐다. 도시에서 찍으면 주변에 사람들도 많고 팬도 많고 구경꾼도 많아서 NG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몰입도는 최고였다. 하지만 얼마나 배 위에서 촬영했는지 육지 멀미가 나더라.(웃음) 오히려 육지에 발을 디디면 멀미가 났다."

해무의 주인공들은 함께 무대 인사 외에도 쇼케이스를 통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NEW제공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점점 배에서 함께할수록 이곳보다 편한 곳은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배에서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도 있고 낮잠을 잘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힘들었는데 어느 정도 함께하다 보니 적응이 되더라. 배에서 뒹굴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웃음)"

힘든 생활을 함께 오래 해서 그런지 이들은 남다른 동료애를 느꼈다. 특히 김윤석을 포함해 김상호 이희준 유승목 등 극단 출신 배우들이라 김윤석은 이번 촬영은 '최고의 앙상블'이었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비중 면에서도 한 사람이 도드라지지 않았고 캐스팅도 정말 적역이었다. 적재적소에 배치됐고 모두 제 역할을 정말 잘 해줬다. 배 위에서 동고동락하면서 힘들었지만, 위로도 됐다. 파도가 심하다 싶어서 힘든 생각이 들면 '나만 하는 것이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다잡아지더라. (배 위에서 음주도 잦았다는데?) 맞다. 워낙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술을 좋아한다. 나중에는 (박)유천이도 함께했다. 촬영 후반부에는 소주도 모자라서 와인을 나눠 먹기도 했다."

작품에서 젊은 배우와 호흡을 많이 맞추는 김윤석은 이번에는 JYJ의 박유천, 한예리와 함께했다./배정한 기자

'도둑들'(2012년)에서는 김수현, '완득이'(2011년)에서는 유아인 등 작품에서 젊은 배우와 호흡을 많이 맞추는 김윤석은 이번에는 스크린에 첫발을 내디딘 JYJ의 박유천 그리고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 불리는 한예리와 함께했다. 김윤석은 한참 후배인 두 연기자와 호흡한 소감을 솔직하게 건넨다.

"박유천은 데뷔작인데 굉장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가수,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하지만 아이돌이 배우를 한다고 하면 선입견을 품는 경우가 있다. 박유천은 온전히 이 영화에 젖었고 뛰어들어서 모든 것을 보여줬다. 한예리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친구다. 배우라는 직업인로서의 자세가 완벽하게 되어 있다. 두 연기자 모두 기대된다."

모든 것을 버리고 새 옷을 입는 것처럼 연기한다는 김윤석./배정한 기자


김윤석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겹치는 캐릭터는 거의 없다. 같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해무'를 비롯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년) '황해'(2010년) '추격자'(2008년) 속 김윤석의 캐릭터는 모두 다 다르다. 이는 '모든 것을 버린다'는 김윤석의 연기 지론이 있기 때문이다.

"배우 김윤석이란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리고 새 옷을 입는다. 그렇게 하려고 굉장히 애를 쓴다. '해무'를 찍었고 이제 '쎄씨봉'을 촬영하고 있으니 지금은 완전히 '쎄시봉'이다. (관객이 '해무'를 어떻게 봤으면 좋겠는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의 입장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문학과 영상을 동시에 느끼려면 '해무'를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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