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음원사재기④] "의심받는 성실한 아이돌은 억울해"

[더팩트│박소영 기자] 의혹은 끊임없이 불거지는데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는 없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고 국회에서는 법을 바꿔 잘못을 근절하겠다는데 이렇다 할 결과물은 1년째 깜깜무소식이다. 음원 사재기 논란의 직간접 당사자들은 답답한 속을 달랠 길이 없다. 누군가는 더딘 수사에 화가 나고 또 다른 이는 억울한 오해를 받고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더팩트>가 들어봤다. 음원 사재기, 어떻게 생각하세요?

2012년 방송된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브로커가 음원 사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SBS 한밤의 TV연예 방송 캡처

#관계자 A: "막연하게 오해받는 선의의 피해자들은 어쩌나요?"

분명 음원 사재기는 근절돼야 하죠. 그런데 지난해 4대 소속사의 고발이 벌어진 것 자체가 공정하게 경쟁하려는 이들을 좌절하게 만든 부분이 없지 않은 듯해요. 저희가 볼 때 다른 팀이 의심스럽기도 하고 또 저희 역시 많은 의심을 받았거든요.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가짜 인기를 얻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통합 차트에서 1위하거나 실질적으로 곡에 대한 인지도가 차트 1위와 밸런스가 맞아야 '아 이게 정말 인기 있는 노래구나' 싶은데 밑도 끝도 없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노래들을 보면 말 그대로 '갑툭튀'죠. 차트 내 전체 청취자 유입률 그래프는 떨어지는데 그 노래만 훅 치고 올라가면 또 의심스럽기도 하고요.

사재기를 어떻게 하는 건지 방법은 모르지만 다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거잖아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만 거죠. 저희가 컴백하고 음원 차트 1위를 할 때마다 의심의 눈초리를 많이 받았는데 그럴 여력이 어디 있겠어요. 사재기로 순위를 조작할 거였으면 그들보다 차라리 후속 팀을 띄우는 데 썼겠죠.

단순한 음원 사재기를 비롯해 유통 전반적인 것들에 개선될 게 많아요. 유통하는 이들이 가수를 제작하지 않는 게 중요하고요. 공정성에 문제가 생기잖아요. 기술적으로 사재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파악해서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가장 시급해요. 잘못한 사람을 색출하든 어떻게든 이번 사건을 마무리해서 앞으로 어떤 방법을 써도 차트는 절대 조작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죠.

그런데 솔직히 경찰에서 이번 수사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가요계에서는 이런 음원 사재기 자체랑 관련된 수사가 치명타인데 말이에요. 가수들은 오랫동안 공들인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전쟁이잖아요. 수익 문제보다 중요한 게 있거든요. 냉정한 평가를 받는 현장인데 이런 곳에서 장난질이 이뤄지고 있고 그걸 또 못 막고, 심지어 묵인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JYP엔터테인먼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가 음원 사재기를 뿌리 뽑아 달라고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회사 로고


#관계자 B: "대형 기획사의 차트 독점에 따른 소규모 기획사들의 궁여지책"

지난해 대형 기획사들이 힘을 합쳐 유니언을 만들었고 음원 사재기에 대한 고발을 한 거잖아요. 그런데 음원 사재기를 떠나 유통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저희가 볼 땐 5~6개의 대형 음원 유통사들이 대형 기획사들과 짜고 노래를 밀어주는 일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형 기획사들의 타이틀곡이 유통사 덕에 차트 상위권을 선점하기 쉽죠.

대형 기획사와 대형 유통사가 손을 잡고 상위권 차트를 선점하면 소규모 기획사들은 힘들게 되잖아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신인을 띄우기 위해 그들이 궁여지책으로 만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보면 음원 사재기라는 게 안타까운 점도 있는 거죠. 이런 현상 때문에 가수들이 양질의 정규 앨범을 낼 수 없고 단타성 음원이나 디지털 싱글을 내는 게 우리 가요계의 씁쓸한 현실이고요.

솔직히 웃긴 부분도 있어요. 구조상 대형 기획사와 유통사 때문인 것도 있는데 본인들이 음원 사재기에 대해 고발하겠다고 하니 '좀 더 차트 상위권을 독식하지 못해서 그런 액션을 취하나?'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요.

영화 분야 같은 경우에는 영진위(영화산업진흥위원회)가 있는데 가요에는 통합 차트가 없이 여러 음원 차트가 존재하니 투명하게 순위 집계가 이뤄질 수 없죠. 음원 사이트의 추천 프로모션은 투명한 시스템이 아니라 유통사의 재량껏 진행되니 이런 사재기 같은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았나 싶어요.

가요계를 전체적으로 투명하게 관리하는 유니언이 출범하든가 공정한 차트가 신설되면 우리 가요계에도 핑크빛 미래가 보이겠지만 현재로는 대형 유통사의 음원 차트가 지상파 음악 방송의 차트로 이어지기도 하니 누군가는 힘든 일일 테죠.

대형 유통사와 기획사가 굳건하게 기형적인 시스템을 지키고 있다면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깨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음원 차트에 영향을 받지 않고 기존 팬덤이 탄탄하게 있는 곳이 아니면 더 힘들 거고요.


#관계자 C: "사재기 의혹? 잘못된 팬덤의 악용 사례"

팬덤 사이의 오해로 사재기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지켜보면 안타깝죠. 실재가 아닌 악성 루머인 일이 많으니까요. 스타를 위한 팬들의 넘치는 사랑은 잘 알겠지만 이게 과하니까 차트나 방송 순위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상대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오해가 불거지기도 하거든요.

음원 사재기를 할 만한 자본이 없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요. 팬덤이 잘못 움직인 사례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멤버들이 직접 곡을 만든 경우라면 본인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소속사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만큼 차트에 영향력을 끼칠 정도로 성장했다고 좋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안타까울 때가 많죠.

KBS2 뮤직뱅크 앞 수많은 팬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1위를 따내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음원 사재기라는 삐뚤어진 방식으로 가짜 1위를 만드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다. /박소영 기자

#팬덤 D: "나올 때마다 1위, 솔직히 의심스럽죠"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노래는 다 다르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도 유난히 고른 사랑을 받는 노래도 있고요. 사실 어떤 곡은 괜찮은데 어떨 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곡도 있어요. 그러면 사재기 의심을 하게 되는 거죠. 저희들끼리 얘기도 종종 해요. '누구 작곡가가 사재기를 한다더라' '어떤 아이돌이 의심스럽다' 등요.

요즘 팬들은 '호구'가 아니랍니다. 인터넷 블로그 같은 걸 보면 똑똑하게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놓은 팬덤이 많아요. 그런데 이건 순전히 의심일 뿐이지 사재기의 증거는 아니잖아요. 저희로서는 의심하면서 속쓰릴 바에는 열심히 우리만의 방식으로 오빠들을 응원하는 게 편해요.

#팬덤 E: "외국에서는 이해 안 되는 사재기"

음원 차트 순위가 음악 방송 순위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니까 일부 소속사에서 음원 사재기를 하는가 봐요. 그런데 외국인 친구는 이런 범죄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만 있는 문화인가 창피하기도 했어요. 솔직히 속상하기도 하죠. 우리 오빠가 열심히 만든 곡이 누군가의 비리로 빛을 못 보게 된다면요. 실력 있는 가수들이 피해를 보는 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팬덤 F: "팬들끼리는 1위 가수 만들기 방법 공유하는데 그것도 안 돼요?"

내가 사랑하는 가수가 1위하는 건 팬들이 모두 바라죠. 물론 음원 사재기는 해선 안 되지만 저희 같은 팬들은 솔직히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대신 저희는 1위 가수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며 열심히 생방송 문자 투표를 보내고 SNS 점수도 올리고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 재생 횟수도 높이죠. 라디오 프로그램에 신청도 열심히 하고 태그도 꼬박꼬박 걸며 SNS 홍보도 빼먹지 않고요. 간혹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유튜브 반복 재생하는 친구들도 있던데 그것도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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