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다원 기자] "양아치 연기요? 주위에서 딱 저라던데요. 하하!"
가뜩이나 큰 눈에 핏발이 섰다. 첫 주연작을 끝낸 후련함과 노곤함이 역력하다. 하지만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룹 JYJ 김재중(28)의 얼굴엔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 주연으로서 3개월을 이끌어온 뿌듯한 마음이 가득 묻어났다.
김재중은 30일 오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전날 종영한 '트라이앵글' 촬영 뒷얘기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놨다. '연기돌'이 아닌 '배우'로서 한 발 디뎠다는 자부심이 곳곳에서 베어 나왔다.
◆ "첫 주연, 망사 팬티라도 입을 수 있었어요"
'망.사.팬.티...?'
정말이냐고 반문하니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장난기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농담은 아닌 듯하다.
"드라마 초반에 속옷을 입고 길거리를 달리는 장면도 찍었는데 그게 뭐 대수였겠어요? '벗으라면 벗고 울라면 울어야지'라는 생각뿐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스스로 가진 편견도 깼던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건 보여주기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요."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진행된 촬영 현장이었지만 정신줄을 놓으면 모든 게 엉망이 될 것 같아 기를 쓰고 버텼다며 촬영 고충을 털어놓는다. 실제 마지막회 방송 직전 후시 녹음을 겨우 마친 후 집에 돌아와 기절해버렸다고.
"마지막회는 꼭 보려고 차가운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면서 정신을 차리려 했어요. 그런데 그 뒤 기억이 없어요. 매니저가 절 깨우러 왔는데 방바닥에 아이스크림이 흥건하게 녹아 있고 전 기절해서 자고 있더래요. 진짜 오랜만에 11시간 동안 잔 것 같아요."
심할 경우 4박 5일간 1시간도 안 자고 촬영에 임해야 했단다. 체력적 부침이 심했을 텐데 극 중 사북 양아치 '허영달'이 마치 제 옷인양 잘 어울렸다고 하니 주위에서도 그런 얘길 많이 들었다고 한다.
"멤버나 주위 친구들이 '트라이앵글' 보면서 '딱 너네, 연기 아닌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진짜 양아치였던 건 아닌데. 하하. 사실 함께 연기한 신승환이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특히 리허설할 땐 서로 비속어나 욕을 섞어가면서 연습했죠. 물론 방송에선 욕을 할 순 없었지만 표정이나 입모양이 더 살아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러웠던 것 아닌가."
연기 점수를 물으니 멋쩍은 표정으로 뜸을 들인다.
"어떻게 제가 점수를 매길 수 있겠어요. 아쉬운 점도 많았는걸요. 없는 시간을 쪼개며 촬영해야 해서 깊이 연구하지 못하고 연기해야 했어요. 더 좋은 장면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래도 현장에서 건강하고 활기차게 잘 견뎠다는 점에서 '재중아 수고했어' 이러고 싶어요."
스스로 어깨를 토닥이는 너스레에 주위에서 웃음이 쏟아진다.
◆ '내 동생' 임시완 & '내 자기' 백진희
'트라이앵글'로 얻은 건 사람이었다. 그 가운데 임시완 백진희는 그에게 소중한 '내 사람'이 됐다고.
"임시완은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마음을 정말 많이 열었더라고요. 저랑 집도 가까워서 가끔 '형 소주 한잔 해요'라고 먼저 연락하기도 하는 '친동생' 같은 친구예요."
극 중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두 사람이라 '케미(케미스트리 준말)'가 누구보다도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사적인 친분이 오히려 도움되지 않았을까.
"그럼요! 연기 호흡도 굉장히 잘 맞았어요. 임시완은 대본 숙지와 암기를 완벽하게 해야 만족하는 스타일인데 저는 현장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터라 서로 잘 통했죠. 임시완이 준비한 것에 제가 리액션하는 식이었거든요."
두 사람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이뤘던 백진희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형제애를 중점적으로 다룬 남자 드라마라 멜로신이 없었던 게 다소 아쉬웠지만 실제 연인처럼 보이기 위해 저만의 방법을 활용했다고.
"평소에 서로 '자기'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리허설 때나 대기할 때 뿐만 아니라 문자로도 '자기'라고 했죠. 실제 연인들이 커플 연기를 하면 진정성 있어 보이니 호칭이라도 그렇게 해서 멜로 분위기를 만들어보자고요. 근데 도중에 다른 분과 열애설이 나서. 아이고~! 진희가 의기소침해 할까 봐 제가 일부러 더 장난치며 놀리기도 했어요."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동생들을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사람을 얻은 것만으로도 배부른 표정이다. 혹시 얻은 것 말고 잃은 건 없느냐고 물으니 대답이 걸작이다.
"수명이요! 한 2년은 준 것 같아요. 하하. 농담이고요. 체력적으로 힘든 것 외에는 좋았어요. 얻은 게 훨씬 많은 작품이었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