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다원 기자] "사랑을 해보세요. 여러분 인생에 잭팟을 터지는 행운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수십 년 만에 만난 동생이 무뢰배에 무참하게 죽었다. 형은 이에 대한 복수를 성공했고 동생의 회사를 맡아 부도 누리게 됐다. 여기에 동생과 삼각관계를 이뤘던 여인의 사랑도 얻게 돼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모든 걸 이룬 그는 해맑게 웃으며 산에 올라 이런 마지막 대사를 읊었다. 응? 대체 이 상황이 이해가 되는가?
29일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은 약 3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종영을 맞이했다. 뜨거운 형제애는 막내 윤양하(임시완 분)의 죽음으로 끝내 이루지 못했고, 날건달 허영달(김재중 분)은 동생을 죽게 한 윤회장(김병기 분) 세력을 무너뜨려 대정 카지노를 차지했다. 그리고 사랑도 이루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문장만 놓고 봐서는 해피엔딩이지만 정작 브라운관에 펼쳐진 상황은 절대 행복하지 않았다. 윤회장 세력에 피습당해 숨이 사그라드는 동생을 안고 피눈물을 토해내던 허영달이 악의 무리를 처단하고 동생이 경영하던 카지노의 대표로 올라섰다 한들 그 허망함을 채울 수 있었을까. 또 오정희(백진희 분)와 해피엔딩을 이뤘다 한들 사랑타령에만 취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트라이앵글'은 이런 상식에 역주행하는 엔딩을 선사했다. 26부작을 이끌어온 주제 '끈끈한 형제애'는 장동수(이범수 분)가 허영달을 끌어안으며 "내 동생인 게 자랑스럽다"는 한마디로 짧게 보여준 반면, 마지막 5분을 오정희에 대한 허영달의 세레나데로 장식하며 작품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오글거림'을 펼쳐놨던 것.
허영달은 오정희에게 "내 마음 속에 정희가 있는 이상 다이아몬드는 필요 없다"는 때에 맞지 않는 고백을 펼치는가 하면 산에 올라 막장 인생을 논하다가 "막장을 벗어나고 싶다면 사랑을 해보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놔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특히 주제를 함축하는 허영달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형제애가 아닌 사랑으로 끝을 맺었다는 점에서 물음표가 더욱 커졌다. 어릴 적 뿔뿔이 흩어진 삼형제가 권력의 암투 속에서 뜨거운 우애를 되찾는다는 기획의도와도 어긋난 결말이었다.
처음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한 이런 결말을 두고 '용두사미'라고 했던가. 중편드라마를 이끌어오는 힘이 한순간에 상쇄되는 느낌이었다. 더불어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옛 말이 반어적으로 와닿은 순간이기도 했다. 희대 히트작 SBS '올인' 제작진의 의기투합, 이범수 김재중 임시완 등 화려한 스타 캐스팅, 카지노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잘 살리지 못한 '트라이앵글'의 결말에 쓴웃음이 절로 났다.
한편 '트라이앵글' 후속 '야경꾼일지'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귀신을 쫓는 야경꾼의 얘기를 다루고 있으며 정일우 유노윤호 서예지 고성희 등이 출연한다. 다음 달 4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