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건희 기자] 공감 가는 군대 이야기로 많은 마니아 팬들을 양산했던 tvN '푸른거탑'이 농촌으로 배경을 옮겨 '황금거탑'으로 돌아왔다. 첫 회에서는 '푸른거탑'과 다른 캐릭터 설정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섰지만, 큰 사랑을 받은 전작의 그림자가 곳곳에서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23일 오후 방송된 '황금거탑'은 '푸른거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대거 다시 등장했다. '푸른거탑'에서 어리바리 신병으로 출연했던 이용주는 제대 후 영농 대출을 받기 위해 귀농을 결심하는 형태로 전작과 똑같이 등장했다. 최종훈 김재우 백봉기 정진욱 김호창은 물론이고 행보관 송영재와 이수정 등도 그대로 출연했다.
캐릭터나 인물 설정은 달랐지만, 대체로 '푸른거탑'의 성격과 많이 닮았다. 말년 병장이었던 최종훈은 결혼도 못 하고 형제자매 뒷바라지에만 매달린 희생의 아이콘 최종훈으로 등장했다. '푸른거탑'에서 실세 병장이었던 김재우는 마을 이장의 아들이자 아내가 집을 나간 마을 청년회장 송재우로, 정진욱은 송재우에게 아부하는 소작농으로 나타났다.
악마 상병이었던 김호창은 10년 넘게 고시에 도전했다가 떨어지고 귀농해 과학 영농에 힘쓰는 캐릭터였고 백봉기는 돈에 민감한 슈퍼 주인이자 미모의 우즈베키스탄 아내 구잘을 둔 인물이었다. 설정은 배경에 맞게 바뀌었지만 인물 간의 계급이나 성격 등은 한눈에 봐도 '푸른거탑' 때와 비슷했다.
새롭게 합류한 인물이 활력을 불어넣기도 버거웠다. 워낙 전작의 인기 캐릭터들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 지도자 역의 황제성이나 백봉기의 아내 구잘, 1회 마지막에 등장한 외국인 영농 유학생 샘 오취리 등이 투입됐지만 최종훈 김재우 김호창 등에 가렸다.
전작을 떠올릴만한 대사들도 신선한 매력을 주지 못했다. 최종훈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이런 젠장"을 반복했다. '푸른 거탑'의 말년 병장 최종훈 역시 같은 말을 자주 사용하곤 했다. 제목부터 인기 시리즈의 후속편임을 짐작할 정도지만, 개성이나 독창적인 매력이 부족했다.
그나마 농촌 배경이라는 점은 캐릭터가 아닌 에피소드로 웃음을 줄 가능성을 열었다. 첫 회에서는 귀농한 이용주가 농촌 사람들의 푸짐한 인심에 감동하다가 최종훈이 잃어버린 운석(사실은 그냥 돌이었지만) 찾기에 온 마을 사람들이 혈안이 되는 걸 보고 환상이 깨지는 내용이 그려졌다. 큰 웃음이 빵빵 터지지 않았지만 농촌에 어울리는 에피소드로 앞으로 이야기에 기대감을 갖게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속편은 원작의 인기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황금거탑'이 그 길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독창성이 필요하다. 전작의 장점을 살리며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내는 게 최고의 방법이지만 쉽지 않다면 최소한 인기를 얻은 전편의 이름에 기대 그대로 따라 하는 건 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