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오세훈 기자] 힙합 듀오 다이나믹듀오(개코 최자, 이하 다듀)가 디제이 프리미어(48·DJ Premier)를 만난다고? 지난달 처음 들은 이 이야기에 반신반의했다.
다듀야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실력파로 이견이 없겠지만, 상대가 갱스타에 소속된 미국 동부를 대표하는 래퍼이자 디제이라는 점은 충격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디제이 프리미어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디제이 겸 프로듀서로 그동안 나스 제이지 카니예 웨스트 블랙아이드피스 마룬파이브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세계적인 뮤지션과 작업한 살아있는 힙합 전설이다.
수소문을 해보니 이러한 소식은 사실이며 7월 신곡을 발매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말 못할 혼자만의 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7월 초, 소속사로부터 다듀와 디제이 프리미어의 활동 및 신곡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됐고 이는 곧 기사화되며 국내 힙합 팬들을 들뜨게 했다. 충격인 동시에 국내 힙합 팬들에게는 경사인 이번 콜라보는 한국 힙합계는 물론 한류에도 '기념비적이다'고 해도 무방하다.
개코의 정박을 딱딱 찍어내는 파워풀한 랩에 최자의 꿀떡 같은 랩이 더해지며 다듀는 쫄깃쫄깃한 플로(flow)를 구현해 낸다. 여기에 검증된 디제이 프리미어의 프로듀싱과 디제잉이 콘트롤 타워가 돼 듣는 것만으로도 귀가 즐겁고 마음이 행복한 멜로디가 탄생했다.
특히나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디제이 프리미어가 선택한 팀이 다듀라는 점에 가산점을 주고 싶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힙합 팬들이 디제이 프리미어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 그들의 파트너가 '다듀'라는 것은 쌍수를 들어 축하할 일이다.
디제이 프리미어는 올해 초부터 다듀와 온라인으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곡을 만들었다. 소속사는 세 사람만이 사용하는 웹메일을 열어 그들이 터놓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즉각적인 소통은 곡의 중심적인 힘이 됐다. 지난달에는 직접 한국을 찾아 공식적으로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예스24무브홀에서 열린 다듀와 디제이 프리미어 콜라보레이션 싱글 '어 자이언트 스텝'(A Giant Step) 발매 쇼케이스 현장에서 직접 들은 다듀의 랩과 프리미어의 디제잉은 상상 그 이상이다. 디제이 프리미어와 다듀는 계절감이 돋보이는 유연한 힙합곡 '에이아오'(AEAO)와 강하고 센 비트에 공격적인 멜로디의 '애니멀'(Animal) 두 곡을 작업했다. 첫 비트는 디제이 프리미어가 찍고(만들고), 여기에 멜로디와 가사를 다듀가 빚어내며 비로소 곡이 됐다.
현장을 찾은 수십 명의 팬은 시종일관 온몸으로 플로를 타며 손을 위아래로 휘저었다. 감은 눈에 올라간 입꼬리는 그들의 만족감을 대변했다. 다듀 당사자들은 듣는 우리보다 더욱 흥분했다. 최자는 "프리미어를 만지면 내 꿈을 만지고 있는 것 같아 떨리고 행복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개코는 "힙합에 빠져 살 때 우리의 교과서인 그의 음악을 이젠 함께 하다니 믿을 수 없다. 우리는 요즘 꿈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말하는 그들은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분주했고 떨리는 눈빛과 손길을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노래 2곡을 마친 다듀는 "태어나 가장 열심히 랩을 했다. 2곡을 불렀는데 탈진할 거 같다. 땀이 매우 난다. 언제 또 이 형(디제이 프리미어)와 랩 할지 모르니까…"라고 사랑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처럼 연실 속내를 드러냈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쇼케이스를 직접 관람하자 디제이 프리미어의 존재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디제이 프리미어는 다듀와 함께 한 곡에서 "메이크 썸 노이지" "다이나믹듀오"라고 외치며 30년 관록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또 때로는 "두 유 썸 모어?"라고 물으며 방대한 양의 디제잉을 한국 힙합 팬들에게 선사했다. 가만히 있으려 해도 몸이 반응해 움직이는 기현상을 체험하고는 저절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힙합 전도사의 강림을 현장에서 목격한 취재진들과 팬들은 앞다퉈 "대박"이라고 말했다. '살아 있는 전설'은 소탈했다. 귀엽기까지 해 매력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디제이 프리미어는 이번 주 초에 입국해 오는 20일까지 한국에 머물다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 사이 프리미어는 한국의 음주 문화를 체험하고 서울 이곳저곳을 여행했다. 특히 치킨과 된장찌개, 불고기를 즐겨 먹고 한국식 중국 요리에 빠졌다. 만나는 팬들의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은 웃으며 모두 받아주며 대부분 시간을 다듀와 보냈다.
디제이 프리미어는 미국에서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먼저 다듀에게 협업을 제안하고 곡을 만들 때도 열정적으로 임했다. 힙합 음악을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설과 같은 사람이 한국 가수와 협업한 것은 다듀와 한국 힙합계에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장을 찾은 한 남성 힙합 팬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의 음악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직접 듣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 네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팬은 "다듀와 프리미어의 콜라보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오늘을 기다려 왔다. 이러한 무대를 계속 보고 싶다. 프리미어 진짜 대박"이라고 공연 관람 소감을 밝혔다. 팬들의 말에 절대적인 공감이 가슴 속에서 피어올랐다. 간단하게 질문을 하려던 대화는 서로의 느낀 점을 나누며 긴 대화로 이어졌고 "음악 하나로 이렇게 하나가 된다"는 말로 끝이 났다.
다듀는 프리미어와의 공연으로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다듀는 쇼케이스 현장에서 "미국 힙합계와 힙합 음악 팬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켰다고 들었다"고 소개했다. 쇼케이스 뒤에는 다듀와 프리미어가 미국에서 신곡을 발매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힙합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색안경을 끼지 말고 디제이 프리미어의 디제잉과 이번 다듀의 신곡 '에이아오' '애니멀'을 꼭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디제이 프리미어가 한국을 떠나기 전 가지는 무대를 꼭 찾아가라. 그리고 꼭 느껴보길 바란다. 디제이 프리미어와 그의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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