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좋은친구들' 주지훈, 똑같은 '광대 짓'은 지루하니까

영화 좋은 친구들의 주연배우 주지훈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더팩트>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했다./김슬기 기자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배우 주지훈(33)은 자신을 '광대'라 부르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광대'든 '딴따라'든 자신이 '연기로 벌어먹는 사람'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자유분방한 언행으로 유명한 주지훈에겐 배우란 무게감 있는 타이틀보단 '광대'가 오히려 더 잘 어울릴지 모르겠다.

지난 1일, 영화 '좋은 친구들'로 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주지훈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이 직접 만났다. 수척한 얼굴, 다크 서클이 그의 바쁜 스케줄을 짐작하게 했다. 하지만 187cm의 큰 키로 소화한 푸른색 슈트 덕에 다크 서클은 그저 '애교'로 변한다.

"드디어 마지막 인터뷰!"라며 기지개를 쭉 펴던 주지훈이 취재진과 눈을 마주치자 특유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성큼성큼 다가와 악수를 건넨다. '자유로운 광대' 주지훈과 나눈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 주지훈이 만난 '좋은 친구들' "즐겁고 즐겁고 즐거웠다"

주지훈은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보험 설계사 인철 역을 맡아 연기했다./김슬기 기자

지난해 '결혼전야'로 관객들을 만났던 주지훈은 1년 만에 범죄 드라마 '좋은 친구들'(감독 이도윤, 제작 오퍼스픽쳐스,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을 통해 스크린에 컴백했다. 영화는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는 세 명의 친구 인철(주지훈 분) 현태(지성 분) 민수(이광수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작품은 세 명의 친구 사이에 우발적인 사건을 통해 의리와 의심 사이에 갈등하는 남자들의 우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주지훈은 이들 중 적당한 속물근성을 가진 보험사 직원 인철 캐릭터를 맡아 극에서 가장 비중 있는 연기를 소화했다. 시사회 후 소감을 물었다.

"사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조금 놀랐어요. 영화 시나리오랑 완성된 작품이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경우가 없었거든요. 촬영하면서 바뀌고 편집하면서 방향이 변하고 그러는게 영화니까요. 그런데 영화가 시나리오랑 100% 가까이 똑같이 나온 거에요(웃음). 그냥 그거 하나에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번 영화를 연출한 이도윤 감독님이요. '좋은 친구들'이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원한대로 작품을 끌고 나갔다는 의미에요. 굉장히 무서운 형이에요(웃음). 그만큼 배우 및 스태프들이 감독을 믿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는 거죠."

주지훈이 좋은 친구들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운 연기력은 언론시사 후 평단의 호평을 이끌었다./영화 좋은 친구들스틸

그는 언론 시사회가 끝난 뒤 '주지훈의 재발견' '주지훈의 인철' '주지훈의 영화' 등 쑥스러울 정도의 호평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보험설계사 인철을 만나 겉보기엔 불량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친구를 아끼는 '껄렁한' 캐릭터를 특유의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녹여냈다.

"기술 시사회 후엔 스태프랑 배우들 다 초상집 분위기였어요(웃음). 모두 긴장한 탓에 서로 잘 한 건지 못 한 건지 구별이 안 됐거든요. 내심 '큰일 났구나' 싶었죠. 그런데 언론 시사회 후에 예상하지도 못한 호평을 해주시니까 굉장히 감사해요.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에요. 저도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 반응이 있어야 안심이 되거든요."

주지훈(왼쪽)은 영화를 통해 만난 배우 지성과 이광수를 회상하며 좋은 인연이라고 추억했다./김슬기 기자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활동을 해왔던 주지훈이었지만, 그에게도 남자들만 뭉친 작품은 생소했다. 선배 지성과 후배 이광수는 '좋은 친구들'로 처음 만난 인연이다. 이름만 들었을 때 물음표로 다가오는 세 남자의 조합. 초반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주위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했어요. 안 어울린다고. 나도 그림이 안 그려졌고요. 지성-주지훈-이광수. 이상하잖아요(웃음). 그리고 지성 형 같은 경우는 경력도 오래된 분이라 어려운 선배고요. 현장 분위기가 배우에겐 굉장히 중요하고 서로 연기할 때 원하는 배우가 있고…. 그들이 주지훈이란 배우를 원할지도 두려웠어요. 그런데 예상은 깨지기 마련이라고(웃음). 즐거웠고 행복했어요. 지성 형은 엄마였고 광수는 화낼 줄 모르는 모자란 동생이었죠(웃음). 감사하죠. 지성 형 어머니로 출연한 이휘향 선배님도 드라마 '궁' 이후로 오랜만에 재회했어요. 마른오징어 100마리를 사오셔서 스태프들이랑 나눠주셨죠(웃음). 다 추억으로 남아요."

◆ 주지훈, 그는 왜 '악동'을 자처했을까

주지훈은 스스로 악동을 자처한 이유에 대해 거짓으로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김슬기 기자

주지훈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절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솔직하고 거침없지만, 예의 없는 사람은 아니다. 과감하고 당황스럽지만, 그 자체로 유쾌하고 신선하다. 보통 스타들과 대화를 나눌 때 느껴지는 '형식'이나 '틀'을 찾아볼 수 없는 '탓'에 혹은 '덕'에 그는 연예인이 됐다.

"평소에 재미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혼자 궁금했어요. '왜 저렇게 말하지?' '왜 저런 표정을 짓지?' 재미없잖아요. 연기할 때 연기하는 게 배우고 사람과 사람이 대화할 땐 대화를 해야죠(웃음). 연기하는 건 재미없어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하고 대화를 하고 싶어요. 성숙하지 못한 건가요? 그렇다면 더 배워야 하겠죠. 저는 물론 연예인으로 인터뷰하고 '일'을 하는 거지만, 대화를 나누는 게 제 '일'이라면 거짓으로 대답하고 싶진 않아요. 그게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면 그건 스스로 감수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주지훈에 대한 편견은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거침없는 말투에서 비롯된다./김슬기 기자

주지훈에 대한 '편견'은 누구나 있다. 매서운 눈매와 과감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껄렁함'이 이미지를 만들고 그를 상상하게 했다. 막상 만나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그에게 사과해야 하나 싶었다. "미안하다 할까요"

"그걸 물어봐요(웃음)? 편견은 누구나 가져요. 나도 편견이 있어요. 그건 내가 만든 거고 나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나 알고 보면 이런 사람이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라고 하나하나 말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자신 있어서, 당당해서가 아니라 그냥 누구나 편견을 믿고 사니까. 그리고 편견은 편견이니까. 언젠가 이런 만남이 생겨 서로를 안다면 굉장히 즐겁잖아요(웃음)."

충무로 '악동'으로 꿋꿋하게 살아온 주지훈에게 스스로 응원 한마디 해주라고 말하니 뜻밖에 부끄러운 표정으로 뜸을 들인다. 앞으로는 더 열심히 살 거라며 주먹을 불끈 쥔다.

"아프지 말자. 건강하자. 지훈아."

주지훈은 스스로에게 건강하자는 다짐을 하며 <더팩트>와 인터뷰를 마무리했다./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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