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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송다영 기자]
◆ 李 "민간재개발은 맨날 싸워서 지연"…공공재개발에 힘 싣겠다는 정부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공급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죠. 이번에는 재개발 방식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고요.
-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장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 주민·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민간재개발의 사업 지연과 부정부패 문제를 지적하며 공공재개발의 장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일 반박하고 서울시도 이튿날 공식 입장을 내면서 양측의 시각차가 드러났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민간재개발의 부정부패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이 대통령은 현장 시찰 과정에서 "공공이 하면 속도도 빨라지고 부정부패 소지도 줄어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인근 장위14구역이 민간재개발 방식으로 18년째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민간 재개발이 조합 만들어 하는 거 그거 맨날 싸워서 지연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민간 조합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비리 문제가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공공재개발이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군요.
-네. 이 대통령은 장위3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공공재개발 방식이 확실히 여러 유효성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공공재개발은 부정부패 우려가 적고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만큼 사업 속도와 사업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공공이 사업을 시행하면 민간 조합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갈등을 줄이고 정부의 지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공공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도 주문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비사업에 10년은 기본이고 길게는 20~30년까지 걸리는 현실을 지적하며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조기에 진행될 경우에는 용적률이든 금융 지원이든 각종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좋겠다"고 밝혔는데요.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률의 신속한 처리도 주문했습니다. 정부는 공공재개발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용적률을 높이면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어 사업성 개선과 공급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민간재개발을 공공재개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이 대통령은 민간재개발로 사업을 진행 중인 지역도 주민들이 원한다면 기존 절차가 지연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공공재개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공공재개발의 장점과 지원 제도에 대한 홍보도 강화할 것을 당부했는데요. 민간재개발 지역에서도 공공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공공재개발 역시 주민 동의와 사업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만큼 실제 사업 속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 서울시 "재개발 물량 90%가 민간"…공공개발 만능론에 반박
-그런데 서울시는 대통령 발언에 곧바로 반박하고 나섰죠.
-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통령의 현장 방문 당일인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비사업에 진심이라면 창신동도 오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오 시장은 대통령이 민간개발은 부정부패 소지가 크고 공공개발은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편향된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는데요. 최근 3년간 서울 주택공급의 약 90%를 민간사업이 담당했다며 "민간개발의 역할과 중요성을 외면하는 것은 곧 주택공급의 핵심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도 별도의 입장문을 냈다고요.
-그렇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공공과 민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민간재개발을 죄악시하는 접근은 주택공급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공공재개발도 필요한 공급 수단이지만 민간재개발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규제 개선과 사업성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서울에서 민간재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민간재개발 계획물량은 373개 구역, 약 37만5000가구입니다. 반면 공공재개발은 32개 구역, 약 4만2000가구인데요. 두 방식을 합친 계획물량 약 41만7000가구 가운데 민간이 약 90%를 차지하는 셈입니다. 다만 이는 실제 착공하거나 준공한 주택이 아닌 앞으로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물량입니다. 서울시는 이처럼 민간이 재개발 사업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에만 지원을 집중해서는 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민간재개발은 부정부패가 많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서울시는 사업의 투명성이 공공과 민간이라는 시행 주체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명확한 운영기준과 철저한 관리·감독이 중요하다는 설명인데요. 서울시는 2010년부터 정비사업 공공지원제도를 통해 조합의 예산과 회계, 계약, 업체 선정 등에 관한 업무기준을 마련해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는 조합운영 실태점검을 본격화해 위법·부당행위를 점검하고 시정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간재개발에서도 공공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면 비리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공공재개발이 민간보다 빠르다는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고요.
-네. 서울시는 정부가 2020년 공공재개발 제도를 발표할 당시 10년 이상 걸리던 사업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서울에서 공공재개발 착공 실적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공이 사업을 시행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업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인데요. 서울시는 주민 반대와 사업성 문제 등으로 공공재개발 후보지 3곳이 취소됐고, 공공방식을 검토하다 민간재개발로 방향을 바꾸는 지역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업성 측면에서도 공공재개발이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군요.
-그렇습니다. 서울시는 기존 공공재개발의 사업시행 수수료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총사업비의 약 3%를 수수료로 부담하는 구조인데, 사업비가 5000억원이라면 약 15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공공재개발에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가 제공되더라도 수수료와 전체 사업비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건데요. 특히 2023년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 강남3구와 용산구로 축소되면서 공공재개발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혜택도 대부분 지역에서 차별성이 줄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오 시장은 대통령이 방문한 장위뉴타운을 두고도 다른 해석을 내놨죠.
-네. 오 시장은 장위뉴타운이야말로 과거 정비구역 해제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개발이 완료된 지역에는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에는 여전히 낡은 주택과 좁은 골목길이 남아 있다는 건데요. 오 시장은 고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일부 정비구역이 직권해제된 과정을 비판하며 이 대통령에게 종로구 창신동도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것을 요청했습니다. 창신동 역시 과거 뉴타운에서 해제됐다가 정비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결국 양측이 주택공급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공급 방식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군요.
-네. 정부는 공공재개발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공급을 확대하려는 반면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개선과 사업성 지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과 인허가 절차 개선 등을 통해 2031년까지 정비사업 31만가구 착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인데요. 민간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공공이 참여하되 민간 추진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공공과 민간 중 어느 방식이 더 우수한지를 가리기보다 사업장별 여건에 맞는 지원과 제도 개선을 통해 실제 주택공급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