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유연석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국내 식품·뷰티 업계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K-푸드와 K-뷰티의 최대 수출 시장인 만큼 통상 환경이 나아지면 현지 시장 공략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 변화가 나오지 않은 데다 행정부 고유 권한과 환율 변동성 등 변수도 많아 업계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4일 미국 NBC와 ABC, CBS 등 외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각)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NBC는 민주당이 하원에서 최소 244석, 상원에서 최소 53석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개표가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최종 의석 수는 달라질 수 있지만 미주당의 압승은 확실시된다.
이 예측대로라면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동시에 탈환하는 것은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유권자들이 중동 분쟁 여파와 고물가, 극심한 생활비 부담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심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민주당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의회 견제로 '관세 변화' 기대…행정부 재량권 커 관망세
국내 소비재 수출 기업들은 의회의 견제가 관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쥐면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 관세 부과 과정의 절차적 타당성과 경제적 효과를 검증하는 청문회와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로 촉발된 미국 소비자의 물가 부담이 선거 쟁점이 됐던 만큼 관세 정책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이제 막 선거가 끝나 아직 관세와 관련해 달라진 정책이 없는 만큼, 업계는 당장 대응 전략을 바꾸기보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부권이 있고,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 기존 법률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상당 부분 갖고 있어서다. 로이터통신도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관세 철폐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산 수입품에 12.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행정부는 다른 법률을 근거로 관세를 유지해왔다. 농심 미국법인이 국내 식품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정부를 상대로 관세 환급 소송을 내는 등 업계는 기존 관세 체계 안에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 대미 수출 비중 역대 최고…원화 강세 따른 채산성 하락 우려도
식품·화장품 업계가 미국 통상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대미 수출 비중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푸드의 대미 수출액은 10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었고, 이 가운데 라면 수출은 24.4%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으로도 농식품 수출액 102억달러 가운데 미국이 18억300만달러로 17.5%를 차지해 최대 수출국이었다. 다만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둔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등은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이 덜하다.
K-뷰티의 대미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9월 화장품 수출액은 111억달러로 31.1% 늘었고, 미국 수출액은 23억5000만달러로 40.6% 증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처음 한국 화장품의 최대 수출국에 오른 뒤 올해도 1위를 지키고 있다.
환율도 복병이다. 민주당 승리로 미국 국채금리가 내려가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수출 기업은 원화로 환산한 실적이 줄어드는 부담을 안게 된다. 4일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341.5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0.5원 오르는 데 그쳤지만, 시장에서는 유가 흐름에 따라 6~12개월 안에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는 기대감 속에서도 의회 청문회와 행정부의 통상 기조 변화 등 구체적인 정책 신호를 확인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 정책에 변화가 생긴다면 대미 수출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선거 결과만으로 정책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실제 변화가 나오는지 지켜보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ccbb@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