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가계대출 규제로 성장에 제약을 받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소법인 대출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개인사업자를 넘어 법인 고객으로 기업금융 영역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여신 심사와 부실 관리 역량이 기업금융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는 내년 중소법인 대출시장 진출을 위한 상품 개발과 관련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대출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정부의 생산적금융 확대 정책에도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인터넷은행들은 그동안 개인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이후 개인사업자 신용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 보증서대출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지만 법인대출은 비대면 영업의 제약과 복잡한 여신 심사 절차 등으로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에는 제도적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1일 인터넷은행의 대면업무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기업대출 심사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 원본 확인이나 담보물 현황 조사 등 불가피한 대면업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위는 지난 9월 30일부터 관련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9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후속 규정 정비가 진행되면서 인터넷은행의 중소기업 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가장 구체적인 출시 일정을 제시한 곳은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내년 6월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완전 비대면 대출상품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당초 내년 3분기로 예상됐던 출시 시점보다 앞당긴 계획이다.
김민찬 케이뱅크 코퍼레이트그룹장은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법인 대상 완전 비대면 대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 6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초기에는 보증서대출과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시장에 진입할 방침이다. 신용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을 관리하기 쉬운 상품부터 취급하면서 비대면 신용평가와 자동화 심사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해 쌓은 경험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케이뱅크의 올해 3분기 말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9% 증가했다. 내년에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2조원 이상 순증시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방은행과 손잡고 법인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BNK부산은행과 공동대출 상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4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 은행의 공동대출은 지난 7월 15일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카카오뱅크가 모바일 앱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고객을 모집하고 부산은행이 기업 실사와 현장 심사 등 대면 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양 은행이 심사와 자금 공급을 분담하는 구조로, 카카오뱅크는 향후 독자적인 중소기업 대출상품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도 인터넷은행과의 협업은 새로운 기회다. 특정 지역에 집중됐던 고객 기반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고, 인터넷은행은 지방은행이 쌓아온 기업여신 심사와 사후관리 경험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 역시 광주은행과 공동대출을 통해 기업금융 영역을 확대한다. 두 은행의 기업 공동대출 서비스는 지난달 7일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됐다.
기업 고객이 토스뱅크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순차적으로 심사를 진행한 뒤 양 은행이 공동으로 결정한 한도와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대출금은 양 은행이 절반씩 분담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은 앞서 2024년 개인신용대출 공동상품인 '함께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구축한 협업 체계를 기업금융으로 확대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의 기업금융 확대는 이미 대출 잔액에서도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인터넷은행 3사의 기업대출 잔액은 총 8조3252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5265억원보다 5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867조4202억원으로 5.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은행의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다. 다만 절대적인 대출 규모는 여전히 5대 은행의 약 1%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현재 인터넷은행의 기업대출은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기업대출 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건전성 부담은 과제로 남아 있다. 기존 개인사업자 대출과 달리 법인대출은 기업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 사업성, 담보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대출은 대출 규모도 상대적으로 커 부실 발생 시 손실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6년 8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86%로 전월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91%에서 1.00%로 높아졌다. 특히 중소법인 연체율은 1.10%로 전월 대비 0.10%포인트 올랐고,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0.86%로 0.09%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은 연체율 상승세가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출 등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이전 장기 평균과 비교하면 중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취약부문의 부실 가능성을 고려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확충과 부실채권 정리를 지속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은행들이 법인대출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비대면 서비스 경쟁력뿐 아니라 기업여신 심사와 사후관리 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동대출을 선택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지방은행과의 역할 분담 및 위험관리 체계 구축이, 독자적인 비대면 법인대출을 추진하는 케이뱅크는 자동화된 기업 신용평가 역량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넘어 법인대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수익구조 다변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법인대출은 개인대출보다 심사와 사후관리가 복잡한 만큼 얼마나 정교한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느냐가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