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패션업계에 '여성 전유물'이라는 공식이 깨지며 남성 전문관이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외모를 가꾸는 데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그루밍족'이 늘자, 이 남성들을 겨냥한 맞춤형 큐레이션으로 신규 소비층을 흡수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패션 업계는 최근 전 연령대 남성 소비자를 겨냥한 전문몰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그간 쇼핑에서 소외됐던 남성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이라다. 특히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전면에 나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패션 플랫폼 W컨셉은 이달 남성 전문관을 6년 만에 개편했다. 3040 남성을 타깃으로 한 버티컬 서비스를 강화하고, 이들의 세분화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적인 감성과 클래식한 느낌, 트렌디한 캐주얼 등 테마별로 구성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홈쇼핑 계열사인 신세계라이브쇼핑은 4050 남성층에 주목하며, '신세계맨즈컬렉션'을 별도로 구축해 운영 중이다. 정장보다 편안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이들의 성향을 고려해 니트, 재킷, 풀오버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갖췄다. 특히 출근길부터 일상, 여가, 여행에 이르기까지 상황별 맞춤 코디가 가능하도록 캐주얼 라인을 대폭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오프라인 거점도 탈바꿈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5층 남성 전문관을 리뉴얼하며 디자이너 브랜드 비중을 대폭 늘렸다. 강남점에서는 아시아 최초 '룰루레몬' 남성 단독 팝업을 열고 골프, 요가, 러닝, 트레이닝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자사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빈티지 마켓을 운영했다. 국내 유명 빈티지 숍과 협업하며 남성들의 취향을 한곳에 담아냈다. 또한 수입·판매 중인 이탈리아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단독 매장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열고서 남성 의류 풀 라인업을 소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족이나 연인이 사주는 옷을 주로 입던 남성들이 이제는 확고한 취향과 개성으로 패션에 직접적인 관심을 나타낸다"며 "남성 고객층이 선택하는 브랜드도 대체로 가격대가 높은 편임에도, 큐레이션을 통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 남성 패션도 맞춤형 큐레이션으로…전문 브랜드도 론칭
주요 패션 대기업과 버티컬 플랫폼도 남성 라인업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인 한섬은 남성 브랜드 '시스템옴므'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열고, 현지 남성 공략에 나섰다. 이곳은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한 곳으로, 연간 3700만명이 찾는 파리의 대표 랜드마크다. 이곳 매장에서 시스템옴므는 유럽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해 과감한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기업 LF 역시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의 서브 라인 '히스 헤지스'를 통해 남성 캐주얼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1990년생 한국계 미국인인 디자이너 벤자민 브라운을 영입해 헤지스 남성복 전반을 맡겼다. 그는 히스 헤지스가 가진 고유의 정통성을 기반으로 한국 특유의 절제된 색채와 새로운 소재, 여유로운 실루엣을 접목해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패션을 구상하고 있다.
여성 사용자 비중이 높은 에이블리의 경우 남성 전용 플랫폼 '4910'을 통해 고감도 브랜드 큐레이션 서비스인 '4910 아카이브'를 출범시켰다. 감도 높은 브랜드를 엄선해 소개하는 서비스로, 앱 상단에 'Archive' 탭으로 분리해 접근성을 높였다. 시즌별 컬렉션 출시 스토리부터 코디네이터의 스타일링 제안, 브랜드 철학 등을 담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 기술도 접목해 개인별 취향에 맞는 상품까지 제안한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최근 남성 그루밍족을 공략한 브랜드위크를 개최하며,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전기면도기와 바디 트리머, 헤어드라이어 등 셀프케어 필수 제품들을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미용에 관심이 높은 남성들을 적극적으로 유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쇼핑에서 남성만을 위한 공간이 부족해 이들이 다소 소외된 측면이 있었다"며 "이제는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전 연령대 남성들이 정형화된 정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으며, 업계도 이러한 요구에 맞춰 남성 전용 공간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tellm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