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기타공공기관인 서울대병원과 윤재승 대웅제약 최고비전책임자(CVO)가 지배하는 이지메디컴 간 20년간 의약품 입찰 위탁구매 수의계약 규모를 일부 알 수 있는 자료가 처음 공개됐다. 서울대병원은 이지메디컴에 최근 10년 동안 117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대형 제약사의 특수관계자인 이지메디컴과 서울대병원과의 장기간 거래에 따른 이해충돌, 불공정 소지 등의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대병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년~2025년) 병원이 이지메디컴에 지급한 입찰 조달대행 수수료 합계액은 약 117억원이다. 연 평균 12억원가량이다. 서울대병원은 문서 규정 근거로 최근 10년치 자료만 제출했지만, 병원은 이지메디컴과 20년 이상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대웅제약 의약품이 서울대병원에 납품되는 상황에서 대웅제약 특수관계자인 이지메디컴의 서울대병원 의약품 입찰 대행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 서울대병원이 공공기관 공공조달 시스템인 조달청 나라장터를 이용하면 도매상들은 수수료를 내지 않지만 서울대병원이 이지메디컴을 통해 조달하면서 수수료를 도매상에 전가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매상들은 이지메디컴이 과도한 입찰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대병원이 이지메디컴에 주는 수수료는 나라장터 보다 저렴하다.
이러한 논란에 이지메디컴 측은 의약품 입찰품목은 서울대병원이 선정하고 시스템상 정보 유출 등 불공정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수수료는 입찰 공고에 명시돼 도매상들이 이를 감안하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지메디컴이 도매상 입찰 경쟁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지메디컴은 윤재승 대웅제약 CVO가 지분 18%를 갖고 있으며 서울대병원 지분 4%인 회사다. 이지메디컴은 지난해 배당액을 윤 CVO에게 약 7억원, 서울대병원에 1억6600만원을 지급했다.
◆ 대웅제약 의약품 입찰 포함..."특수관계 이지메디컴 입찰 조달 이해충돌"
이지메디컴이 서울대병원에 의약품 입찰 조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웅제약 의약품도 서울대병원에 납품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대웅제약과 계열사인 대웅바이오 의약품들이 서울대병원 입찰품목에 포함된다며 대웅제약 특수관계사인 이지메디컴의 입찰대행은 정보 유출 가능성 등 불공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일부에서도 "서울대병원에 납품되는 약은 전국 표준이 되는 성격이 있어 서울대병원에 납품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기관인 서울대병원 입찰에 이해충돌 소지를 없게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이지메디컴 측은 "불공정 문제는 없다. 서울대병원 약사심의위원회가 의약품을 최종 선정한다"며 "이지메디컴 구매 전과정은 비대면 전자입찰로 암호화돼 진행돼 개찰전 투찰가 정보 등 원천 차단해 누구도 정보를 알수 없다"고 반박했다.
불공정 소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종훈 서울대 의과대학 과학과 연구센터 연구원은 "서울대병원 약사심의위원회가 의약품을 최정 선정한다고 하지만 입찰 정보를 이지메디컴이 다 알고 있어 공정하지 않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 산하에 국공립대병원 물류·구매·조달 인센티브를 관리할 새로운 구매조달 운영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메디컴은 사실상 윤재승 대웅제약 CVO가 지배하는 기업이다. 올해 6월말 기준 이지메디컴 주요주주는 하나누리(26.06%), 윤재승 CVO(18.42%), 인성티에스에스(11.58%)다. 하나누리는 윤 CVO가 최대주주인 인성티에스에스가 지분 65%를 보유한 곳이다. 윤 CVO는 인성티에스에스 지분 60%를 갖고 있다. 하나누리, 윤 CVO, 인성티에스에스 지분을 합치면 56.06%다.
◆ 도매상에 수수료 전가 논란...공공조달 나라장터 이용시 도매상 수수료 없어
서울대병원과 이지메디컴 수의계약이 도매상들에 수수료를 전가하는 구조라는 논란도 있다.
수수료 구조를 보면 이지메디컴은 서울대병원과 도매상으로부터 각각 수수료를 받는다. 서울대병원이 이지메디컴에 주는 수수료율은 조달청이 운영하는 공공기관 조달 시스템 나라장터 수수료율보다 낮다. 이지메디컴은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수수료율 0.81%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이지메디컴이 아닌 나라장터를 통해 의약품을 조달하면 도매상들은 나라장터에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의약품유통협회는 이지메디컴이 의약품 도매업체에 부과하는 입찰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수수료 0.81%는 서울대병원 입찰에 참여하는 도매업체 순이익율이 최대 0.5%인 상황에 견줘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대병원과 이지메디컴 입찰 위탁 계약 구조는 조달 수수료를 도매업체에 전가하는 방식"이라며 "서울대병원도 공공기관에 포함되기에 단순히 기관 자체 효율성만 생각하기보다 공공 입찰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이지메디컴 측은 "수수료는 사전에 입찰 공고에 명시되며 도매상들은 수수료를 감안해 공급가격을 스스로 결정하고 투찰한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의약품 도매상 경쟁 유도로 서울대병원에 낮은 가격으로 약을 납품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메디컴은 "2010년 감사원의 국립대병원 의약품 구매실태조사에서 서울대병원은 건강보험 상한가 대비 낙찰액이 가장 낮아 건보 재정을 절감했다"고 언급했다.
박현진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회장은 "서울대병원 내에서는 건보가 절감돼도 건보를 절감할 수 없는 병원 외 약국 처방으로 이어지기에 이러한 점도 같이 살펴야 한다. 환자가 퇴원 후 병원 외 약국에서 약을 계속 타갈 경우 건보 상한가액으로 적용된다"며 "제약사 입장에서 전국 표준이 되는 서울대병원에 납품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2년 정부가 이들 간 계약을 3년만 한시 허용한다 했지만 이후에도 서울대병원 본원은 이지메디컴과 입찰위탁구매계약을 지속해왔다. 2012년 당시 기획재정부는 서울대병원이 구매계약 사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것과 관련해 "서울대병원 구매계약을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것은 허용한다. 다만 민간 위탁업체는 경쟁입찰방으로 선정하되, 위탁기간은 시스템 구축과 구매전문성 확보에 필요한 기간을 감안해 3년간 한시 허용한다"고 밝혔다.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서울대병원, 대웅제약, 이지메디컴 간 이같은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선 필요성이 거론됐다. 당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대병원, 윤재승 회장과 대웅그룹, 이지메디컴이 뭉쳐있는 '3각 결합'이다. 이런 유착관계는 의약품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불공정하게 할 우려를 예방하기 위한 약사법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본원은 이지메디컴과 계약을 지속한 반면 이지메디컴과 의약품 입찰 조달대행 계약을 맺어왔던 제주대병원은 2014년, 분당서울대병원은 2016년 계약을 해지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조달청을 통해 경쟁입찰 진행했으나 유찰돼 국가계약법 따라 이지메디컴과 수의계약을 하고있다"며 "위탁구매는 정부 연장 승인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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