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금융권을 겨냥한 해킹 공격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가상자산 거래소 등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보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대신증권에서 3만8000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빗썸에서도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사이버 공격 대상이 금융회사의 비핵심시설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회사 이사회 차원의 보안 강화와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외부 해킹 공격으로 고객 3만8490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 고객 보호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사고는 지난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 연계서버에서 해커의 비정상적인 접근 징후가 포착되면서 드러났다. 대신증권은 이상 접근을 감지한 직후 공격에 사용된 IP와 우회접속 IP를 차단하고 금융당국에 침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후 금융보안원과 함께 약 열흘간 정상 서비스로 위장한 6만여건의 접근 신호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26일 총 8개 항목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된 정보에는 고객명과 이메일, 주소, 통신ID, 은행명 등이 포함됐다. 입출금 계좌번호와 대신증권 종합계좌번호, 휴대전화번호도 유출 대상에 포함됐지만 해당 정보는 암호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증권은 현재까지 고객의 2차 피해 정황이나 핵심 업무시스템에 대한 불법 접근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보 유출 대상 고객에게 피해 사실을 개별 안내하고 추가 피해가 확인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진승욱 대신증권 대표이사는 "이번 개인(신용)정보 유출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고객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객 보호와 재발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책임 있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 미래에셋운용·빗썸도 해킹…금융투자업계 전방위 확산
대신증권뿐 아니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도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보안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날 외부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정확한 침해 내용과 피해 범위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정보 유출 여부와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같은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6일 고객정보 유출 사실이 확인되면서 금융감독원이 현장 점검에 착수한 바 있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은 전날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 시스템에서 외부 비인가자의 비정상적인 접근을 탐지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를 인지한 직후 외부 접근을 차단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 당국에 침해 사실을 신고했다.
현재 빗썸은 유출된 정보에 일반 거래소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됐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정확한 피해 규모와 범위를 조사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정확한 유출 범위와 항목에 대한 분석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식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잇따른 해킹 사고로 금융투자업계의 보안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들은 핵심 거래시스템뿐 아니라 외부 연계서버와 사내 그룹웨어 등 상대적으로 보안 관리가 취약할 수 있는 시스템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현재까지 개별 사고 간 연관성이나 동일한 해킹 조직의 소행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금감원장 "사이버 공격 전방위 확산…IT 보안 투자 강화해야"
금융당국도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사이버 보안 위협에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8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잇따라 발생한 해킹 사고를 언급하며 보안 강화를 주문했다.
이 원장은 "주요 금투사 쪽에서 전반적인 해킹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며 금융권의 사이버 보안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최근 해킹 공격이 금융회사의 핵심 업무시스템을 넘어 상대적으로 보안 관리가 취약한 비핵심시설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국내 금융회사 침해사고는 사이버 공격의 방식이 나날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공격 대상이 비핵심시설로 확대되는 등 전방위적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사이버 공격이 더욱 정교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 원장은 "AI가 해킹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보안 취약점이 쉽게 탐지되고 동시다발적 공격이 상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회사 스스로 IT 자산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보안 취약점을 능동적으로 찾아내 제거하는 자율 방어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이 IT 보안을 단순한 비용이나 부수적인 업무로 취급하는 관행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IT 보안을 부수적 업무로 간주해 규제 요구 사항만을 형식적으로 준수하거나 IT 보안 투자를 비용으로 인식해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지 않는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T 보안은 고객의 재산과 정보를 보호하고 금융 신뢰를 위한 핵심 업무라는 인식하에 이사회가 IT 보안 역량 제고를 위해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