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시대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며 고성장·고금리 환경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를 웃돌고 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신 총재는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앞으로 성장률과 금리가 같이 움직이는 만큼 예전의 장기 침체라는 개념에 사로잡혀서 정책을 펴는 것보다 고성장·고금리 상황이 앞으로 더 펼쳐질 것에 대응해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시대로 쉽게 돌아가기 어렵다는 김 의원의 견해에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금리 하락만을 기다리기보다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전제로 경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공감을 표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는 상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 총재는 "8월 말 전망치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더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2.9%를 넘어 3%대에 진입할 가능성을 묻자 긍정적으로 답했다. 올해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치를 3.7%로 높인 점을 언급했다.
잠재성장률 반등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올해 말 이전에 새로 추정한 잠재성장률을 연구논문 형태로 공개할 예정이다.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유지했다. 신 총재는 높은 성장세로 인해 내년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한 이후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한 것이다.
다만 신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과 물가의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며 물가가 목표 수준인 2%에 안정적으로 수렴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최근 원화 가치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역사적 수준에 비해서는 약세라고 평가했다.
신 총재는 이날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묻자 "실질실효환율로 봐서는 역사적인 실효환율보다 약한 수준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율 하락 배경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 개선 등을 꼽았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지난 8월 전망한 45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 안정이 수입물가를 낮춰 내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많이 도움된다"고 답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얼마나 하락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서는 물가 안정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장기 시행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 총재는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석유 최고가격제가 물가 상승률을 약 0.6%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다른 품목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억제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재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제도를 조금 더 유지할 여력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할 제도는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