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공공기관이 가림 처리해 공개한 문서 속 개인정보가 인공지능(AI)으로 드러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AI 글라스를 사용한 불법촬영 우려와 부처 AI 해킹 대응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2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 잇따른 문제 제기에 신속한 점검과 대응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의원실이 75개 기관의 공개 자료를 점검해 15개 기관에서 가림 처리된 정보를 AI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자료를 요청하면 이렇게 다 가려서 주는데 PDF 파일을 AI에 넣었더니 개인정보가 다 나왔다"며 "AI 3대 강국을 추진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일부 문서에서는 대학원생의 이름과 영문 이름, 학번, 생년, 지도교수가 드러났다. 한국과학기술원 등 대학·연구기관 자료에는 다수 학생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사업자 선정 평가자료에서는 평가위원별 점수와 정성평가 내용까지 보였다. 의원실은 업체명과 평가자 정보 등을 바꾼 예시 화면을 국감장에서 보여줬다.
이 의원은 "숨긴 게 전혀 소용이 없다"며 해당 15개 기관 목록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날 오후까지 조치 사항을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배 부총리는 "말씀 주신 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정확히 분석하고 관련 사항들을 빨리 점검해 보겠다"고 답했다. 기관별 정보보호체계를 강화하고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방어에 대응할 종합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보안 특화 AI 모델과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로 방어 역량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번 지적은 문서 가림 처리 과정의 허점에 관한 것으로 외부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AI 글라스를 둘러싼 우려도 나왔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경을 쓴 의원실 비서관 3명을 국감장에 세운 뒤 이 가운데 누가 촬영하고 있는지 맞혀보라고 했다. 겉모습만으로는 일반 안경과 AI 글라스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시연이다. 이 의원은 촬영 표시등을 가리는 스티커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고 있고 국립전파연구원의 스마트글라스 인증 통계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배 부총리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께서도 AI 글라스 관련 문제를 지적했고, 노동부나 교육부 등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책을 수립해야 되겠다"며 "저희가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지만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 기술로 사이버 공격이 쉬워지고 있다며 정부 대응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방송사와 보안업체의 모의 해킹 실험에서 사내망에 접속한 노트북으로 AI에 해킹을 지시하자 12분 만에 최고 권한 계정을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배 부총리는 최근 침해사고에 AI가 쓰였느냐는 질문에 "AI를 활용해 침해사고가 일어났다고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정부기관 88곳과 기업 20여곳을 공격했다는 이메일을 보낸 뒤 관계기관 사이에 조사 내용이 제대로 공유되고 있는지도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이 "공격은 일순간에 빠르게 진행되는데 정부 대응은 산만하고 느리다"고 비판하자 배 부총리는 "현재는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대응하고 있다"며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기 위해 부총리로서 부처 협력체계를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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