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최근 수조원대 개인 투자자 손실을 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의 배후로 외국계 헤지펀드의 '초고속 알고리즘 매매(HFT)'가 지목된 가운데, 국정감사에서 이들의 시장 교란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 금융당국의 향후 대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외국계 HFT의 매매 실태와 금융당국의 부실한 감시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특히 한국거래소(거래소)가 연간 8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거대 고객인 외국인 초단타 매매 세력의 불법 의혹을 알고도 방치했다며 시장 감시 기능의 부실 문제를 일제히 성토하기도 했다.
의원들이 거래소의 방치 의혹을 제기하며 강도 높게 질타한 배경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떠안은 피해 규모가 자리 잡고 있다. 국정감 제출 자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개인 투자자의 확정 실현손실은 무려 2조324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아직 매도하지 못해 묶여 있는 미실현 평가손실(3조9888억원)까지 합산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6조3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세력이 국내 증시 전반을 흔들 만큼 비대해져 시장 왜곡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8월까지 국내 주식·파생시장의 초고속 알고리즘 매매 거래대금은 2경6500조원으로 전체 거래의 40%를 차지했으며, 이 중 외국인 계좌 비중이 85%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국내 시장이 외국계 초단타 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HFT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밀리초(ms·1000분의 1초) 단위로 수많은 주문을 쏟아내는 초고속 알고리즘 매매 기법을 말한다. 시장의 미세한 가격 차이나 거래량 변화를 포착해 초단타로 차익을 챙기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이들이 국내 증시,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의 구조적 약점을 파고들어 막대한 이익을 독식했다는 의혹을 받는 점이다.
시장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가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맹점과 외국계 HFT 세력의 매매 행태가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가격이 폭락한 날 장 마감 직전 자산을 대거 매도해야 하는 '장 마감 직전 포지션 재조정(리밸런싱)' 구조를 지니고 있다. 외국계 HFT 세력은 이 타이밍을 사전에 노려 오후 장중에 허수 주문과 초고속 반복 취소로 주가를 고의로 끌어내린 뒤, 종가 동시호가 때 쏟아지는 리밸런싱 물량을 헐값에 받아 가며 차익을 챙겼다는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다.
금융당국의 사후 대책이 국정감사에서 무겁게 다뤄진 이유다.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금융당국 수장들은 외국계 HFT 세력의 위법 행위 발견 시 즉시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래 손실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레버리지 ETF 거래 시간대 분산이나 장 마감 직전 초단타 매매 제한 등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도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HFT의 초단타 매매 기법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레버리지 ETF의 손실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개인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알고리즘 매매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관련 거래 제도를 보완하는 등 당국의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